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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에게 생일과 결혼기념일은 없다
기념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2014-02-09 20:07:35최종 업데이트 : 2014-02-09 20:07:35 작성자 : 시민기자   안효정

"어!, 내 생일이 지났네" 핸드폰으로 일정 확인을 하던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깜짝 놀라 달력을 확인하니 벌써 이틀이나 지난 뒤였다. 실은 놀랐지만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랬네~~" 라고 대답하고는 "미안~" 이라고 얼버무렸다. 

특별한 선물을 준비한 적은 없지만, 생일날 아침에는 늘 미역국을 끓여 아침을 든든히 챙겨주곤 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해주지 못했다니 내 마음이 더 서운했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기념일로 여러 번 다투었다. 33년이란 시간을 각자의 다른 가정환경에서 자라 다른 부분이 많았던 만큼 기념일에 대한 생각도 전혀 일치하는 면이 없었다. 

우리부부에게 생일과 결혼기념일은 없다 _1
선물이란, 그 의미와 받는 사람을 고려해야한다

결혼 후 아버님 어머님 생신을 물어보니 그마저도 모르던 남편이었다. 생신을 한번도 챙겨드린 적이 없다는 말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남편은 그만큼 기념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집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나 적어도 가족의 생일은 잊지 않으려고 서로가 노력하는 정도였다. 

결혼 5개월 전 친정아빠의 생신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연애기간이 길지 않아 신랑에게는 처음으로 장인어른이 될 분의 생신을 맞이한 셈이다. 그런데, 생신 당일 신랑은 친정아빠께 전화 한통 드리지 않았고, 나는 그 일로 많이 서운해 했다. 그 해 생신은 아빠의 환갑이었다. 

그때 당시 친정아빠는 식도암 투병 중이었고, 큰 생일 잔치를 할 상황도 되지 못했다. 나는 그저 전화 한통 바랐던 건데 신랑은 회사일이 바빠서 잊었다는 말로 변명을 했다. 화를 내는 나에게 "내년부터 잘 챙겨 드릴께" 라고 말했지만,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다. 나의 결혼식을 한달 남겨두고 아빠는 그만 돌아가셨다. 청첩장에 아빠이름은 있었지만 아빠의 자리는 텅 빈 채로 나의 결혼식은 진행되었다.

신랑은 그 뒤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친정엄마의 생신이나, 아빠의 기일에도 전화를 챙겨 드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결혼 후 첫 결혼기념일에도 우리 부부의 기념일은 없었다. 나의 생일도 신랑은 언제나처럼 기억하지 못하고 넘어갔고, 아버님 어머님 생신도 내가 수 차례 얘기해 주어도 당일 재촉하기 전에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 

남편은 원래 기념일에 무관심한 사람이었다. 처음엔 무척이나 서운해 했고, 기념일이 지날 때 마다 다툼도 빠지지 않았다. 나는 이런 남편의 성격을 이해하고 받아 들이는데 무려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작년에는 나 조차도 내 생일이 삼일 전에 지났음을 기억해 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 우리 부부의 결혼 기념일은 언제 지났나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지나고 말았다. 어느새 나도 남편처럼 기념일에 무심해 지고 있었다. 그것이 서로에게 편하고, 그것이 내가 상처받지 않는 최선의 길이라고 여겼던 탓인 것 같다. 

나는 남편과는 많이 달랐다. 새해 달력을 받으면 작년 달력에 표기된 가족 및 지인의 생일이나 기념일을 꼼꼼하게 체크하여 달력에 기록한다. 그리고 만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생일문자는 빠지지 않고 보내주고 챙겨주는 편이다. 

올해도 난 새해 초 달력에 기념일을 옮겨 적는 일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달력에 옮겨 적어둔 기념일은 그저 표기에 그쳤고, 남편처럼 기념일에 무심한 사람으로 차츰 변하고 있었다. 
물론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오는 출산과 육아로 인하여 사회와의 경력단절의 시간이 내게도 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의 지인들과의 관계도 조금은 소원해지고 이런저런 핑계로 무심함을 즐겼을지 모른다. 

2월 14일은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다. 연이어 3월 14일은 반대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도 기다리고 있다. 
이날은 명동이나 종로에 많은 연인들로 거리를 메우고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은 연인들로 북적인다. 물론 두 손은 무겁게 한 채로 말이다. 심지어 아이들과 놀이동산에 가고 싶다면 이날은 피해 가는 것이 좋을 만큼 연인들에게는 지나칠 수 없는 중요한 기념일 중 하나이다. 

우리는 과연 일년에 몇 번의 기념일을 챙겨야 할까?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가족의 생일이나 이런저런 소소한 연인들의 기념일, 크리스마스까지 포함하면 족히 열번 이상은 기념일에 신경을 쓰고 챙겨야 할 듯 하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번 꼴로 돌아오는 기념일이 과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어떠한 종류의 기념일이든 그럴듯한 기념일을 원한다면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적지 않은 비용이 과연 누구의 배를 불리기 위한 것인지 돌아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리부부에게 생일과 결혼기념일은 없다 _2
자녀의 기념일에 어떤 선물을 줄것인지 생각해보자

유명 연예인 부부는 자녀의 돌잔치를 하는 대신 자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주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기사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했다. 기사를 보면서 나도 내 아이에게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의미가 비슷한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긴 했지만, 드디어 아이에게 줄 선물이 준비되었다. 보통 서민 주부의 입장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금액을 선정하는 일부터 적당한 단체를 고르는 일까지 내게는 무척이나 고민스러웠지만, 올해부터 딸아이와 아들아이 이름으로 매월 일정금액을 기부하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딸아이가 스무살이 되는 날 아이들에게 기부의 즐거움을 선물해 주고 싶다. 딸아이가 스무살이 되려면 무려 15년이란 긴 시간이 남았지만, 훗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많이 설레인다. 

기념일이란, 무척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 의미나 동기에 따라 보통 날과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소중한 날이라면 남들과 똑같기 보다는 나만 줄 수 있는 의미가 가득한 선물을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여러분의 선물이 무척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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