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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을 준비하는 사촌오빠를 바라보며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2014-02-10 23:53:18최종 업데이트 : 2014-02-10 23:53:18 작성자 : 시민기자   안세정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사촌오빠가 5년 만에 한국에 아내와 함께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줄곧 같은 동네에서 자란 나보다 두 살 많은 오빠는 다른 사촌들과 달리 유독 친근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우리 세정이가 사촌 중에 가장 친하다고 볼 수 있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너스레를 떠는 오빠 모습은 미국살이가 벌써 15년이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오빠의 아내는 나보다 한 살이 어리지만 가족관계상으로 '언니'라고 불린다. 

언니는 작년에 안타깝게도 자궁암 판정을 받아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한지 일년이 채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 금새 피로를 느끼고 오래 앉아있으면 불편할 뿐 아니라 매운 음식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된다고 했다. 나보다 앞서 결혼을 하고 오랫동안 아이를 기다리며 맘 고생을 했던 사촌오빠내외 이야기를 큰 엄마를 통해 자주 들었기에 그래도 살아 갈수 있음에 감사하다는 두 부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오빠보다 2년 더 늦게 결혼한 나에게는 7살, 4살의 아이가 있다. 오빠와 언니는 이제 수술 휴우증에서 좀 벗어나고 마음에 안정을 찾았으니 '입양'을 준비해야겠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한국에서보다 입양절차가 복잡해서 현재 목회를 하고 있는 오빠의 가정에는 입양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렵다고 한다. 무엇보다 소득이 입양할 아이에게 안정된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에 오빠는 다른 비즈니스 통로를 고민 중에 있었다.

"세정아, 그래도 나는 이 기회가 왠지 모르게 설레고 기분이 좋다. 그 전에는 그냥 둘이 되는대로 살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어떤 아이의 아빠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정신이 번쩍 나면서 어깨가 무거워지는 거 있지."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어쩌면 신앙이 있기에 저런 감사와 희망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속으로 '우리 오빠는 아무 문제없는데 왜 언니 때문에 우리 오빠가 자기 자식도 얻지 못하고 그 고생을 해야 하나'하는 몹쓸 생각이 나도 모르게 밀려왔다. 

입양을 하려면 수속절차가 적어도 1년이상이 걸리며 그 수속에 들어가는 비용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이 든다고 한다. 누군가는 쉽게 낳아 기르는 생명이 누군가 에게는 절박한 피땀으로 얻어질 고귀한 생명이라는 점에서 또 다시 고개가 숙여졌다. 때때로 우리는 임신을 하고 육아를 하는 것에 대한 육체와 정신적 피로에 함몰되어 그 아이가 세상에 오기까지 얼마나 큰 신의 섭리가 있었는지에 대해 잊는 경우가 너무 많다. 

"너희 애들 많이 컸겠다. 사진 좀 보여줄래?"
아이들 사진을 건네주는 내 손이 괜히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세계적으로 불임부부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오랜 시간 불임으로 고생하고 있는 부부들은 지나가는 아이들을 그냥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이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사촌오빠내외에게 아이란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나 가슴이 찢어져왔다. 

'입양'을 준비하는 사촌오빠를 바라보며_1
모든 생명은 키우는 사람을 성장시킨다
,
'입양'을 준비하는 사촌오빠를 바라보며_2
세월의 흐름따라 순조롭게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를 볼때마다 감사함을 느낀다

오랜만에 사촌오빠 내외를 만난다는 핑계로 아이 둘을 떼어놓고 나간 주말나들이였다. 그 반가운 만남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 얽히고 얽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렁이고 있었다. 

"여보, 아이들을 낳고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우리 잊지 말자."
뜬금없는 나의 이야기에 자신은 늘 우리 애들만 봐도 배부르다며 당신은 그렇지 않았냐고 반문하는 남편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TV를 켰는데 쌍둥이 자매의 입양이야기가 나왔다. 언니는 미국으로 입양 가서 자라고 동생은 한국의 본래 부모 밑에서 자라 현재 각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핵심은 과연 그들이 같은 사주를 타고 났는데 같은 운명으로 동일한 삶을 살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언니는 미국에서 심리학 교수가 되어 있었고, 동생은 한국에서 무당이 되었다.
 
언니는 미국의 풍요로운 가정에서 물질적이고 정서적 지원을 아낌없이 받으며 자신의 삶은 자기 스스로가 선택하고 바꿔갈 수 있다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동생은 한국의 가난한 가정에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가운데 7년 동안 시름시름 앓다가 신내림을 받아 자신의 운명은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가치관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득,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촌오빠 가정에 오게 될 아이와 그 아이의 성장이 궁금해졌다. 사촌오빠와 언니의 성품으로 보아 충분히 멋진 아이로 성장시킬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선택되지 못한 생명, 어쩌면 그들이 특별한 선택을 받은 생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겠는가, 잠시나마 '입양'에 대해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나 자신을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누군가로 인해 버려졌다고 해서 생명의 가치가 하향되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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