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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야생화 입문서 사야겠다
2014-02-04 11:24:29최종 업데이트 : 2014-02-04 11:24:2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입춘에 오줌독 깨진다', '입춘 추위에 김칫독 얼어 터진다' 등은 입춘 추위의 매서움을 표현한 말들이다. 그럴 수밖에! 봄이 왔다는 입춘(立春)이지만, 사실 음력으로 정월이니 겨울이나 진배없다. 허니 추위는 당연하겠다. 

오늘이 바로, 이 땅에 생명력이 태동하는 시간 입춘이다. 그래서인지 아니나 다를까 며칠 동안 포근한 날씨를 보이며 사람들을 야외로 이끌더니만 정작 입춘이 되자 동장군이 턱하니 찾아왔다. 내려간 수은주에 여기저기서 춥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제 아무리 추워도 봄은 생각만으로도 기쁨을, 그리고 희망을 떠오르게 한다. 24절기 가운데 첫 번째 절기에 해당하는 입춘은 농경사회에서 산업·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란 입춘첩을 만나는 날이면 올 한해 복이 넘쳐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면서 입가에 미소가 스르르 번지는 것을 보면 분명 봄은 희망이라 하겠다.

매년 이즈음 절기에 생각하고 또 결심하는 희망사항이 있다. 다소 창피한 이야기지만 '야생화 공부'다. 입춘이 지나고 빠르면 2월 중순이나 늦어도 말쯤이면 남쪽에서 꽃소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노오란 복수초 소식에 이어 매화꽃이 피어나고 연이어 산과 들에서 언 땅을 비집고 태동하는 꽃 소식이 대궐을 이룰게다.

입춘! 야생화 입문서 사야겠다_1
몇해 전 12월 말일 제주도 여행시 찍은 야생화
,
입춘! 야생화 입문서 사야겠다_2
입춘! 야생화 입문서 사야겠다_2

"이것 무슨 꽃 인줄 아시나?"
"에이~ 아무리 들국화를 모를까봐 물어보세요?"
몇 해 전 해맞이로 제주도 우도를 찾았을 때 일이다. 곳곳에 푸름이 넘쳐나는 와중에 국화(?)처럼 생긴 것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 촌(村)에서 자란 난 그것 비스무리한 것들은 모두 국화로 지칭하였으니 선배의 물음에 당연히 들국화라고 답할 수밖에. 지금도 여전히 구절초와 쑥부쟁이, 산수유와 생강나무 등 차이가 무엇인지 아리송하지만!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 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 하고 절교다!
                                         -안도현 시인 '무식한 놈'

오래전부터 나는 그들을 사모해 왔다. 우리나라 나무들과 꽃들에 대해 해박한 사람들 말이다. 그놈이 그놈 같은 나무들과 꽃들을 척척 안다는 것이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 어디 정상같이 보이지 않는다. 명명된 이름들은 또 얼마나 길고 어려운가 말이다. 그리하여 그들을 흠모는 하였지만 복잡한 유래내지는 학명을 익히기 싫어 도전을 하지 않는 나 자신만을 한탄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이런 무식쟁이에게 아이들이 들로 산으로 답사를 다니다가 '엄마 이 꽃 이름이 뭐예요?'라고 묻는 날이면 그날은 창피함을 넘어 등짝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늘 '집에 가서 알아봐 줄게. 사진 찍어 놓자'라며 얼버무렸다. 하여, 그 당시엔 바로 결심을 한다. '그래~ 이번에 식물도감 하나 장만해 공부하는거야'라고. 하지만 꼭 그때 뿐이었다.엄청 비싸기 때문에 망설인 이유도 있었다.

그럼에도 2014 입춘을 맞이하면서 야생화 입문서를 구입해 공부하리라는 결심을 다시금 해본다. 그들을 사모하는 마음에 이끌리기만 하지 말고 직접 도전해 보자고. 

한 신문에서 본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첫째, 꽃 이름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식물을 만난다는 즐거움을 가지라고. 둘째는 '집안'을 먼저 파악하라고 권한다. 이를 테면 위에서 말한 국화와 구절초 쑥부쟁이 라던가, 제비꽃 노란 제비꽃 고깔 제비꽃 식으로 기억을 하되 야외에서 만난 것들을 도감이나 인터넷 등에서 끊임없이 재차 확인하라고. 물론 더 좋은 방법은 꽃을 좀 아는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이란다.

지금부터 배워놓아야 한다. 그래야 지천으로 피어나는 흔한 꽃들이라도 척척 이름을 말할 수 있다. 
한 소설가가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불러주지 않아서 일 뿐이지.....'라고 말했듯 만날 애기 똥풀만 알고 여타의 것들을 언제까지 이름 없는 꽃이라고만 말할 것인가. 관심이 곧 시작이라는 것을 인지하며 야생화 공부를 하자. 올해는 좀 '자연을 아는' 유식한 사람이 될 것이란 다짐을 하면서. 꽃 공부는 할수록 재미가 있다고 한다. 
입춘 날 우리 모두, 봄을 신나게 예찬해 보자.

            입춘 
                            고은

아직도 추운 밤인데
아직도 추운 아침 꼼짝하기 싫은데
내 동생 만길아
오늘이 입춘이구나

얼마나 고마우냐 오늘이 입춘이구나
아직도 겨울인데
이 겨울에
봄이 왔구나

만길아 나와보아라
빈 들도
하늘도 부옇다
보아라 이쪽 장구배미에도
저 언덕 비알밭에도
냉이 뚝새 파랗게 돋아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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