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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
훈훈한 인정, 싱싱하고 저렴한 물건들 가득
2014-01-24 13:03:37최종 업데이트 : 2014-01-24 13:03:37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설날이 딱 일주일 남았다. 근신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설'은 이른 아침, 전날 준비한 설빔 옷으로 갈아입고 제상이나 사당에 나아가 차례를 지냈다. 조상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올리는 의식으로서 제사와는 달리 신주를 모시지 않고 경건한 마음으로 떡국을 세찬으로 올렸다. 차례가 끝나면 집안어른에게 나이순으로 세배를 올린 후 친척이나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찾아가 일일이 세배를 드렸다. 오랜 세월 지켜온 우리네 민속행사요, 세시풍속이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1년을 24절기로 나누어 중요한 시기마다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바 명절이다. 설날, 대보름, 한식, 초파일, 단오, 추석, 동지 등으로 명명된 날은 각각의 풍속에 따라 의식을 치러냄으로서 마을의 공동체 역할을 충실히 하며 사회를 결집시켰다.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마다 함께한 사람들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1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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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2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2

오는 31일은 설날, 진짜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날이다. 
지금부터 주부들은 설날 아침 차례 상 장만을 위해 분주해진다. 뿐만 아니라 평소 신세를 진 사람들에게 전할 명절식품 선물준비를 위해 온· 오프라인 정보를 찾아 이리저리 뛰기 시작했다. 보통 30여 만 원 안팎으로 들어가는 차례비용 절약을 위해, 더불어 좀 더 저렴한 선물세트 장만을 위해.

요즘 실물경기가 썩 좋지 않음을 반영하는 것인지 선물세트도 부담 없이 주고받는 '저가시대'라고 한다. 그러니 차례 상에도 많은 비용을 들일 수는 없는 법, 저비용 고품질 상품이 있는 곳을 찾아내야 한다. 
어디가 좋을까. '원 플러스 원'이 있는 대형마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인간적인 덤이 있고 떨이도 있는 전통시장으로 향할 것인가!

24일 아침 아파트 금요시장을 보러 나갔다. 물론 장도 보고 설을 앞둔 사람들의 표정도 보기 위함이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식품부는 벌써 시끌벅적한 것이 사람냄새가 그윽했다. 무, 배추, 파, 감자, 버섯, 시금치, 오이부터 미역줄기, 우엉, 쌈 채소 등 생활에 필요한 먹거리 천국이다. 사람들은 싱싱하고 저렴한지 요리조리 살피고는 필요한 것들을 담고 또 담는다. 물론 설날에 쓸 식료품 중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것은 잊지 않고 구입한다.

"아직 잔치국수 장만 안됐지요! 그럼 묵 국수는요!"
"아이고~ 어머니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아직 장사 준비가 덜 됐는데....어떡하죠."
캐리어엔 이미 '볼 장 다 봤다는 듯' 채소거리가 담겨져 있는데, 장보기가 끝나고 점심요기로 국수 한 그릇을 드시고 집으로 향하려는 노인 두 분의 계획이 어그러지는 찰나였다. 부지런함이 오히려 낭패로 이어지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허나, 주인장이나 손님이나 행복한 미소에 지나치는 객까지 마음 따뜻하다.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3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3

역시나 떡국 떡과 만두를 파는 곳이 인기다. 차례상에 올려야하는 밤 파는 가게도 바쁘다. 까기 힘든 밤을 기계로 덜덜덜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까내니 주부들은 행복하기만 하다. 
양미리, 굴비를 주렁주렁 걸어놓고 온갖 생선들을 파는 공간이며, 제철도 아닌 딸기며 상차림에 필요한 과일들을 즐비하게 진열해 놓은 가게도 분주하기는 매 한가지다. 그나마 느긋하게 장사에 나선 옷가게와 양말가게 이불가게 족발가게 돈가스가게 즉석두부가게...모두가 오후에나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니 여유만만이다. 

쌀쌀한 공기는 시장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지며 정오로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설을 앞둔 시장이라 그런지 여느 때와는 달리 더 풍성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4
설날 차례상, 전통시장이 딱이네 딱!_4

한동안 정부의 전통시장 활성화 방침에 따라 잠시 활기를 찾는 듯했지만 요즘 다시 불황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주차의 편리함, 대량 물량공세 등으로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는 대형마트의 마케팅 때문이다. 그러나 그곳엔 인정이며 즐거운 흥정이며 에누리가 없다. 한마디로 삭막한 그곳보다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훈훈한 땀 냄새까지도 정겨운 전통시장에서 명절용품을 사면 좋지 않을까싶다. 

시장원리에 다소 위배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명절만큼은 집에서 가까운 전통시장을 찾아가자. 시장이란 공간이 곧 우리네 삶이자 소통의 공간이었던 전통시장에서 이번 설 준비를 마치자. 설령 대형마트에 비해 다소 비싼 것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따져보면 재래시장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 참말이다.

어릴 적 설날은 아이들에겐 최고의 날이었다. 기억하는가. 새로 산 설빔 옷에, 두둑한 설날 용돈에, 그리고 며칠간 맛있는 음식을 배터지게 먹을 수 있어 즐거웠다는 것을. 그런 설날의 행복을 던져주는 설 준비, 우리 서민들이 사고파는 시장을 이용하자. 자연스레 설날 의미는 더 깊어질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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