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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과 함께 영화보기
2013-12-20 11:42:09최종 업데이트 : 2013-12-20 11:42:09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얼마 전에 친구가 영화표 두 장을 건넸다. 함께 영화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서 슬그머니 내민다. 요즘 좋은 영화 많이 상영하니 꼭 보라면서 말이다.  제대로 시간 한번 맞추지 못하는 미안함과 친구에 대한 고마움이 교차한다. 그 영화표를 가지고 함께 영화관에 갈 사람을 물색하다가 어머님이 바로 떠올랐다.

내가 시집와서 부여어머님과 함께 영화관에 간 일이 딱 한 번 있었다. 7-8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대구에 자식들이 모여 사는데 그 곳에서 생신을 하기로 하고 우리가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모시고 대구로 내려갔었다.
한 여름날이라 대구 근교에 식당을 빌려서 가족들이 다 모여서 어머님 생신축하를 하고 늦은 밤 시간 대구로 돌아왔는데, 누군가가 심야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얘기를 꺼냈다.

그래서 이십 여명 남짓 되는 대 식구가 출동해서 심야영화를 보러 갔었는데 신나하는 아이들과는 달리 잠시 뒤 내 옆자리에 앉아 서 영화를 보고 계셔야할 어머님께서는 꾸벅 졸고 계시지 않는가?
아무래도 피곤도 하고 시골에서 일찍 주무시던 습관 때문에 졸음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았다.

영화관을 나설 때 멋쩍은 표정을 지으시던 그때 어머님의 모습을 생각하니 씨익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영화관에서 무엇을 보셨냐는 아들들의 시치미 뗀 물음에 귀로 들을 것은 다 들었다며 너무나 당당하게 얘기하시는 우리 어머님이시다.

어머님과 함께 영화보기_1
어머님과 함께 영화보기_1

어머님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선물 받은 영화표가 있는데 혼자 가기는 싫고 함께 영화관에 가자며 준비하시라고 말씀 드렸다. 
"나랑 가면 재미있겠냐?" 한 마디 하시더니 준비를 하고 나오셨다.

오랜만에 영화구경을 가는 나도 약간 설렌다. 언제부터인가 꽉 막힌 실내보다 탁 트인 곳이 좋아졌다. 그래서 누군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면 공원이나 화성을 도는 것으로 약속 장소를 변경하곤 했다.
신랑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나이가 들어가는 징조라고 한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영화관을 찾는 것이 오랜만이기는 하다.

표를 교환하고 팝콘에 음료수까지 챙기는 나를 보고 어머님께서 한 마디 하신다.
"비싼데 뭐 하러 돈 쓰고 그러니?"
"어머님! 저희 부자예요. 모르셨어요?" 나의 말에 "그려" 하면서 빙그레 웃으시는 어머님이시다.
자리를 찾고 나란히 앉았다. 음료수와 팝콘을 먹으면서 오랜만에 보는 영화에 빠져들었다.

중간 중간 어머님께 영화가 재미있냐고 여쭈어 보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신다.
끝날 때쯤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 계신 어머님의 손을 살며시 잡아본다. 혹시 며느리 눈치 보느라 감정표현 하기가 힘든 것은 아닐까 하는 노파심에서 말이다.

두 시간여의 영화가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어머님께서 영화이야기를 일 끝나고 돌아온 아들에게 하신다.
이야기를 하다가 "거기서  이름이 어떻게 되지? 딸 이름은 뭐였더라?" 알려드리니 종이를 가져와서 천천히 이름을 적는다. 왜 적으냐고 물었더니 시골에 가서 영화 본 얘기를 하려면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니? 하시는 어머님이시다.

어머님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번에 본 영화가 두 번째라고 하신다. 시골에서 농사일에 매달리다 보니 한가롭게 영화 보러갈 짬도 시간도 내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농사일에 매달리며 사시는 우리 어머님 세대는 다 그런가 보다 하면서도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동안 영화 한 편 보여드릴 생각을 못했으니 말이다. 이제부터는 문화생활을 누려보실 수 있게 우리 자식들이 신경을 써 드려야겠다.
당분간 자식들이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영화이야기를 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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