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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김장담그기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김치종합양념소’ 레시피 따라하기
2013-12-03 18:36:45최종 업데이트 : 2013-12-03 18:36:45 작성자 : 시민기자   홍승화

결혼 후 십 여 년 동안 시댁과 친정에서 번갈아 얻어먹던 김장을 5년 전부터 직접 담그기 시작했다. 김장 담그는 일은 내게 '뜨거운 감자'같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11월이 시작되면 벌써부터 김장 담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런데 걱정 뒤편에는 두 남자, 남편과 초딩 2학년 아들이 내가 담근 김치를 얼마나 맛있게 먹을지 기대감에 설레기도 한다. 

나만의 김장 담그기 노하우가 있다. 인터넷에 '김장 담그는 방법'을 검색해 내 취향에 맞는 레시피를 골라 '따라하기'를 하는 것이다. 재작년에는 무채 없는 김장 레시피에 꽂혀 그대로 따라해 보았다. 다행히 큰 실패는 없었고, 맛있다는 가족들의 칭찬도 힘이 되어 김장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김장이 끝나면 만사가 귀찮아져 메모하지 않다가, 다음 해엔 머릿속이 초기화 되어 또 인터넷 검색을 하게 된다. 

올 해도 변함없이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그러다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김치종합양념소' 레시피를 찾게 되었다. 이 레시피는 김치 종류별로 주재료의 양에 맞춰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 양념들의 양을 표준화해 놓은 것이다. 

나홀로 김장담그기 _2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김치 종류별 양념소 레시피(g/절임재료 100g)

김장을 할 때 나같은 초보자는 몇 가지 난관에 부딪힌다. 절인 배추의 양에 비해 배춧속 양념이 턱없이 모자라거나 지나치게 많이 남는 경우가 생긴다. 고춧가루는 매운 맛으로, 젓갈은 짠 맛으로 그 양을 판단하면 되는데, 마늘, 생강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도 어렵다. 또 부재료인 무, 갓, 미나리, 파는 얼마나 구입해야 하는지도 난감하다.

나에게 안성맞춤인 레시피를 찾았으니 올 해는 이것을 따라해보자. 또 과정을 잘 메모해 적절히 보완한다면 나만의 김장 레시피가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가까운 마트에서 배달비를 포함 배추 한 포기에 1200원씩 30포기를 샀다. 밤 10시경 배추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물 20ℓ에 천일염 3㎏을 넣은 15% 소금물을 만든다. 1.5㎏ 천일염은 따로 준비한다. (3㎏를 준비해야 하는데 절이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 적은 양을 준비했다.) 4등분 한 배추를 준비한 소금물에 담갔다가, 배추 줄기 부분에 소금을 조금씩 더 뿌려준다. 새벽 1시경 배추 위, 아래 위치를 바꿔준다. 

다음 날 아침 지동시장에 가서 생강 1㎏, 무 10개, 생새우 2㎏, 미나리 두 단, 쪽파 두 단, 갓 두 단, 대파 한 단, 양파 1망을 샀다.

나홀로 김장담그기 _1
나홀로 김장담그기 _1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절인 배추를 흐르는 물에 네 번 씻어 소쿠리에 엎어 놓는다. 다음 무는 수세미로 문질러 씻고, 쪽파, 갓, 미나리도 손질 후 씻어 놓는다. 늦었지만 찹쌀풀을 쑨 후 냄비 채 찬물에 담궈 식힌다.

나홀로 김장담그기 _3
나홀로 김장담그기 _3
  
멸치젓 1.25㎏에 깐 양파 5개와 생강 500g을 넣어 믹서에 간다. 고춧가루 2.25㎏, 다진 마늘 1㎏, 새우젓 1.25㎏, 깨 250g, 찹쌀풀, 생새우 1㎏를 믹서에 간 재료와 섞어 양념소를 만든다. 무 5개를 채칼로 썰고, 물기 뺀 쪽파, 갓, 미나리는 3㎝ 길이로 썬다. 썬 부재료와 양념소를 섞어 버무린다. 절인 배추는 꼬다리를 따서 준비한다. 배추 사이사이에 버무려 놓은 양념을 바르며 배춧속을 넣는다. 김치통의 80%만 채운 후 우거지도 덮는다.

나홀로 김장담그기 _4
나홀로 김장담그기 _4

내 느린 일손을 잔심부름으로 보완해준 막내아들이 옆에 와 입을 벌린다. 노란 배춧잎 한 장을 뜯어 배춧속을 올려 돌돌 말아 아들 입에 쏙 넣어준다. 고춧가루가 매워 먼저 맛을 본 남편이 흰 밥 한 숟가락으로 얼얼한 입속을 달랜다. 아들 녀석도 요령을 터득해 중간 중간 흰 밥으로 매운 혀를 달래며 몇 쌈을 더 먹고 물러앉는다. '엄마 김치가 최고!'라며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이 맛에 김장을 하는지도 모른다.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배추 30포기를 절이면 대략 절임배추 50㎏은 되려니 하고 양념소를 준비했다. 그런데 배추가 너무 작은 탓에 양념소가 남았다. 또 배추는 8시간 정도 절여야 하는데, 너무 오래 절여 배추가 약간 짰다. 부재료의 양은 절인배추 무게의 20% 이내가 알맞은데 너무 많은 양을 샀다. 
이런 문제점을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했다. 간이 약간 짠 것은 미나리, 쪽파, 갓의 양을 조금 더 넣고, 배추 사이사이에 넓적한 무 조각을 넣어 조절했다. 남은 양념소와 무로 깍두기를 했다. 

두부, 굴, 김치 겉절이를 안주삼아 막걸리 한잔을 한다. 김장 뒤풀이다. 내일은 삼겹살을 사다, 된장, 대파, 마늘, 커피, 월계수, 후추를 넣은 물에 끓여 수육을 만들 것이다. 절인 배추에 수육 한 점과 배춧속을 올려 먹는 맛은 김장의 별미다. 

다음날에는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김치종합양념소'의 레시피를 보고 갓김치, 알타리김치를 담갔다. 또 배추 10포기를 더 사다 남은 김치통을 채웠다. 이제야 겨울준비가 끝난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해졌다. 

얼마 전 SBS 프로그램 중 '자기야 백년손님'에서 함익병이 고추장 담그는 장면이 나왔다. 주부인 나도 한 번 해보지 않은 것을 두려움 없이 해내는 함익병의 모습에 용기가 생겼다. 다음에는 '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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