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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찾은 국민학교 동창 송년회
세월은 지나가도 어린 날의 꿈은 벗들과 함께 자라는 것인가
2013-12-11 23:34:40최종 업데이트 : 2013-12-11 23:34:4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사라진 고향 백사장을 왜목마을에서 걸었다. 지난 주말 아내와 오랜 만에 여행을 떠났다. 충남 당진의 서해바다에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고 유명한 왜목마을이다. 

아내는 처음이고 시민기자는 익숙한 자리다. 하지만 낯설음을 찾기 어려운 자리였다. 어디를 가나 고향을 품은 초등학교 동창생들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토요일 밤 야근이라 어렵게 시간을 내어 늦은 밤에 왜목마을을 찾았다.

수원터미널에서 당진행 버스를 타고 1시간 10분, 다시 당진에서 50여분을 갔다. 두 시간을 달려가 만난 오래된 친구들이 우리 부부를 반긴다. 장소가 어디든 오래된 친구들은 고향의 고목나무를 대하듯 든든하고 정겹다. 
고향에서 터를 잡고 사는 동창들과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친구들이 40여명 모인 것이다. 아내와 나는 한국에 와서 간단하게 결혼식을 한 관계로 많은 친구들을 결혼식에 초대하지 못했다. 

아내와 함께 찾은 국민학교 동창 송년회_1
아내는 밤 바다를 처음 걸었다. 친구의 소주잔과 아내가 든 막걸리잔, 내가 든 맥주잔이 어우러졌다. 아래 사진은 친구들이 함께 촛불을 밝히고 기념촬영

시민기자는 사람이 살면서 인사를 잘하고 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평소 생각하고 산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회포를 푸는 것도 설레고 기쁜 일이다. 그러나 내게는 고향 친구들에게 아내를 소개한다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참석한 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아내에게 이번 송년행사를 알렸다. 낯선 나라에 살면서도 함께 어디를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그 어떤 불평도 없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고마운 것이 많지만, 사람 좋아하는 내게 아내가 낯선 만남이라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이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아내는 친구들의 관심 속에 생전 처음으로 친구들이 권한 굴밥을 먹는다. 친구들에게 우리 부부는 막내부부나 마찬가지다. 나이 50을 앞에 두고 가정을 꾸민 우리 부부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참으로 고맙고 정겨운 친구들의 인사다. 
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나는 친구들에게 공식적으로 인사를 했다. 박수도 받고 질문도 받았다. 사연 많은 어린 시절을 보내온 나는 30여년 친구들과 유배된 세월을 살았다.

아내와 함께 찾은 국민학교 동창 송년회_2
견우와 직녀의 만남을 의미하는오작교를 만들어놓은 왜목마을에 남녀가 하트모양을 만든 커다란 조형물이 있었다. 짖궂은 친구가 무안앞바다에서 가져온 산낙지를 나누어 주고 있다.

항상 친구들에게 미안했던 말을 전했다. "친구들! 관혼상제에 함께하지 못한 세월에 대해 미안하네." 곁을 잃었던 친구들을 만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나를 회복하는 시간들이다. 날은 춥고 눈비도 오는 날들이다. 그러나 내게 올 한 해가 저물기 전에 마음 한 구석에 얼음장처럼 남았던 소중한 벗들과의 소통의 시간을 가져 매우 행복하다. 더구나 아내가 그 자리를 함께하며 내 곁을 채워주어 더없이 따뜻했다. 

친구들과의 지나간 사연들을 이야기 나누다가 아내와 저녁 바닷바람을 따라 백사장을 걸었다. 바다의 꿈을 꾸어본 적 없는 아내는 이제 낯선 바다를 걸으며 소중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직은 여전히 늙은 신혼인 나와 함께 2세를 낳아 한국과 네팔을 오가며 키워낼 꿈도 있고 한국과 네팔을 위해 이로운 일을 해보자는 결심도 있다. 넉살좋은 친구들과 격 없이 웃고 떠들며 깊어가는 초겨울 밤이 오래도록 그리울 것 같다.    

아내와 함께 찾은 국민학교 동창 송년회_3
왜목마을을 떠나오는 버스정류장에서 취재하는 아내를 찍었다. 역시 기자의 본 모습이 아름답다.

세월은 지나가도 어린 날의 꿈은 벗들과 함께 자라는 것인가 싶다. 눈 내리는 밤하늘을 우러르며 떠나온 지난날들을 꼼꼼히 책 읽듯 더듬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그렇게 벗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지금,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들은 모두 다시 일상을 살러갔다. 하지만 다시 내년 송년회에서 오늘을 살고 난 내일처럼 만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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