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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김영수 작가, 벽화로 새로운 인생을 꿈꾸는 삶
2013-12-10 12:18:13최종 업데이트 : 2013-12-10 12:18:13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남문의 로데오 거리를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벽화들을 찾아볼 수 있다. 한층 더 밝아지고, 환해진 거리 때문에 지나가는 보행객들의 기분을 좋게 한다. 
특히 청소년, 젊은이들이 많이 걷는 거리이기 때문에 아이들 눈에도 호기심을 이끄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다. 행궁동이나 북수동, 지동의 벽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로데오 벽화는 과연 어떤 분이 그리셨을까? 수소문을 해 찾아가보았다. 바로 '좋은 사람들'이라는 플라워 카페를 운영하면서 벽화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영수 작가였다.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카페 문을 열어 놓고, 약속시간에 맞추어 준비를 하고 계셨다. 부지런하고 생기있어 보이는 첫 인상이 인상적이고, 따뜻하게 안내해 주셨다. 차 한 잔을 나누면서 이런 저런 궁금증을 여쭈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_1
벽화 작가 김영수 님과 함께

-어떻게 하다가 벽화를 접하게 되셨나요?
=서양화를 전공하고, 미술을 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을 그리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미술관에 찾지 않는 일반 사람들도 거리의 벽화를 통해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거죠. 또 처음에는 생계를 위하여, 밥벌이 때문에 벽화를 그리게 된 것이 시작이기도 하구요. 

-벽화를 그리면서 힘드셨던 점은 있나요?
=너무 더울 때와 너무 추울 때죠. 사실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게 더 편해요. 사람들과 함께 하면 부탁하고, 지시하는 것이 더 어렵더라구요. 10미터 넘는 벽들도 혼자 2-3일이면 다 그려내요. 페인트로 색을 조합하여 만든 그림들인데, 다른 재료들보다 저렴하면서 오래 지속되는 장점도 있어요. 그리고 특히 이곳을 지나다니는 비행 청소년들이 교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요. 

높은 곳에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그림을 그리는 적도 많아요. 여자로서 위험한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완성된 벽화를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고, 휑하고 썰렁했던 외벽이 아름답게 바뀐 것을 보면 기분이 좋죠. 그래서 후미진 골목길에 벽화를 그리면서 비행청소년들도 많이 사라졌어요. 

-벽화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나요?
=사실 제 꿈이 청소년 비전센터를 만드는 거에요. 남문 이곳이 원래 청소년들의 거리였잖아요. 그런데 상권이 많이 죽었어요. 애경백화점, 그리고 곧 롯데 백화점까지 들어서면 남문 상권이 더 휘청거리게 되겠죠. 이곳을 청소년 젊은 거리로 회복시키고 싶어요. 또한 탈선하는 아이들을 위한 보금자리, 쉼터, 교육센터 등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봐둔 건물도 있어요. 

그곳에 그려진 천사 날개와 오솔길 그림인데,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천사 날개 앞에서 사진찍어요. 많은 사람들의 손길, 온정이 닿을 때마다 지금 죽어있는 건물이 살아날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렸어요. 상권이 다 죽어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건물이지만 굉장히 예쁜 건물이더라구요. 
이따 한번 보여드릴께요! 시장님도 천사 날개에서 사진 찍으시고, 많은 유명인들도 왔다갔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답니다. 몇 년 뒤 제가 이 건물을 꼭 매입하여 좋은 일에 쓰고 싶답니다. 

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_2
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_2

-벽화를 그리시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벽화를 그릴 때 저는 스케치를 하지 않고, 그냥 바로 벽에 그림을 그려요. 하지만 머릿속에 모든 구상이 다 있죠. 후미진 골목에 그림을 그렸는데, 예전에는 담배 꽁초로 가득하고 침 뱉고 더러운 곳이 조금은 나아졌어요. 또 청소년 우범지대, 범죄가 많이 생기는 골목길에 벽화를 그려 놓으니 시장님께서 3일만에 cctv를 달아 주기도 하셨구요. 벽화를 통해서 좋은 일을 하게 된 셈이죠. 

제 딸아이가 4학년인데, 벽화에 아이 얼굴을 그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짖궂은 아이들이 벽화의 얼굴에 낙서하고 나쁜 짓을 해 놓았죠. 저는 사실 동심의 마음을 표현하면서 모든 비행청소년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린 거였는데, 아쉬웠지만 다른 그림으로 대체했어요. 

-벽화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엄마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대한민국을 따뜻한 엄마품으로 만드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부모님이 미술을 반대하였다고 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나요?
=당시는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한 편견이 심했죠. 미술을 할 돈도 없었구요. 아버지가 은행원이라서 학교 졸업 후 은행원이 되라고 하셨어요. 학교 등록금으로 미술학원에 등록하고 돈을 잃어버렸다고 부모님께 거짓말을 한 적도 있어요. 너무 반대를 심하게 하셨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거에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인생이 행복해져요. 

저희 딸 아이도 고등학교 2학년까지 미술로 대학간다고 했는데, 갑자기 진로를 바꾸어서 음악을 하게 되었어요. 그 때는 고민도 많이 되었지만 아이가 원하는 길을 가게끔 그대로 두고, 학교도 자퇴시켰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음악을 전공하고, 작사, 작곡, 노래까지 하면서 가수로 활동하고 있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아이들도 모두 자신이 원하는 바가 마음속에 있기 마련이에요. 

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_3
후미진 골목이 벽화로 환화게 변화하고, 수원시에서는 cctv를 달아 주었다

김영수 작가와 이야기하는 동안 시간이 훌쩍 지나는줄도 몰랐다. 자신의 확고한 인생관에 따라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벽화에 대한 신념, 앞으로 벽화를 통해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를 또렷하게 이야기해주셨다. 
지금 운영하고 있는 플라워카페도 벽화를 그리기 위해서 앞으로 남문 상권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성악을 하는 남편과 함께 한 달에 한번 카페에서 훌륭한 분들과 음악회도 한다고 하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다음 번에 음악회를 할 때 꼭 와서 보라고 하면서 초청해주셨다. 

수원 곳곳에서 좋은 일을 하며 사회를 건강하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분들이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사회적인 마인드를 갖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생긴다.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든 세상에 타인을 향한 따뜻한 마음, 사회를 행복하게 변화시키겠다 마음을 갖기가 얼마나 힘든가. 

김영수 작가는 겨울이면 1천원, 2천원 하는 아주 저렴한 장갑들을 항상 시장에서 많이 사둔다고 한다. 자신이 장갑을 끼고 있다가 지나가는 허름한 행인, 폐지수거하시는 노인들 등 추위에 떨고 지나가는 분들이 눈에 띄면 바로 장갑을 벗어 주신다고 한다. 
마트에서 파는 요구르트도 몇 줄씩 사다 좋고, 더운 날 빨대 꽂아 사람들에게 건네기도 한다고 말한다. 돈이 별로 안 드는 일이지만, 모두 사람들이 정을 느끼도록 하는 작은 마음의 선물일 따름이라고 전한다. 선행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한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성과 사랑으로 표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감동이었다. 
로데오 거리, 남문의 골목들이 김영수 벽화 작가로 인해 따스함이 넘치는 온정이 있는 거리가 되길 기대한다.

남문 로데오 거리를 환하게 색칠하는 작가는? _4
김영수 작가와 '좋은 사람들' 플라워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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