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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자식사랑,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
불면증 걸린 자식을 위한 아버지의 사랑
2013-12-10 22:21:41최종 업데이트 : 2013-12-10 22:21: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며칠 전부터 동생이 잠을 못 이루고 뒤척거리는 것이 한 눈에 보일 정도로 불면증이 심해졌다. 
원래부터 그런 아이는 아니었는데, 요새 공부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지 잘 먹던 밥도 안 먹고 소화제를 입에 달고 사는데, 설상가상으로 잠까지 못자고 새벽 내내 거실을 들락날락거려서 다른 식구들의 잠조차도 방해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루 하루가 다르게 얼굴이 거칠해지는 동생의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자루 하나를 들고 오셨다.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마치 산타 크로스 할아버지가 뒤에 지고 다니는 빨간 주머니 대신 흰 주머니의 짐을 들고 온 모습 같았다. "아빠 이게 뭐예요?" 

"편백 나무 껍질이라는 건데 이게 정말 수면에 좋다고 하더라." 동생이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것을 아시고, 사람들에게 수소문을 해서 한방과 관련된 분께 직접 찾아가서 구해 오신 것이었다. 
구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방법이야 많겠지만, 아무 말도 없이 묵묵하게 편백나무 껍질이 수북하게 든 흰 자루를 깜짝 선물로 사오신 자체가 정성이 아니던가. 

편백 나무 껍질과 함께, 이것들을 넣을 알맞은 베개 껍질도 사오셨다. 어머니 말로는 편백나무 껍질이 귀하다고 하시는데, 작은 자루정도의 양도 값이 싼 편은 아니라고 하셨다. 값이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그냥 희멀건한 나무 껍질에 불과하였던 것들이 뭔가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이 냄새도 아까와 다르게 고유하면서도 건강에 마구 마구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 같은 기운이 들었다. 어머니와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이미 아버지는 옷을 갈아입고, 바닥에 편백나무 껍질을 모조리 펼쳐 놓고 베개에 쓸어 담고 계셨다. 

부모의 자식사랑,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_1
부모의 자식사랑,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사랑_1

혹시나 껍질을 너무 넣어서 베개가 높으면 그것이 더 잠자는데 불편할지를 모르니, 적당한 양으로 베개 높이를 조절하기 위해서 몇 번이고 편백 껍질을 넣고 빼고 하신다. 아버지가 얼마나 집중을 하시는지 어머니가 불러도 듣지를 못하셨다.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했다. 

과연 반대의 입장으로, 아버지가 불면증에 엄청 시달리셔서 몇 날 며칠을 잠 못 이루고 계신다면, 자식들인 우리가 편백나무껍질을 사와서 베개에 넣어 아버지께 드렸을지를 말이다. 어떤 글귀를 읽었는데, 자식들이 아플 때 드는 병원비는 하나도 안 아까워 하면서, 늙은 부모가 아파하면 돈 내기를 아까워 한다는 글을 읽었다. 이 말은  자식의 부모사랑은, 부모의 자식사랑을 따라 오려야 따라 올 수 없다는 뜻이다. 

자식은 부모님이라는 아주 튼튼하고 따뜻한 울타리 안에서 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비 바람이 몰아치고, 무서운 들짐승들이 다가와도 그것들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부모라는 울타리인데, 이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편백나무 껍질 베개를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들이신 시간과 노력에 대해 동생이 과연 감동을 했을거 냐는 말이다. 
대가 없고 조건 없는, 그야말로 순수의 결정체가 부모의 자식사랑일 것이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고맙습니다'라는 투박한 말투만이 되돌아 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런 노고도 잘 모를 자식들을 위해 추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껍질에서 나오는 먼지들을 들이마시면서 한 시간을 등 구부린 채 베개를 만드신다. 
그리고 껍질이 담긴 베개를 다시 편평하게 만들기 위해 계속 베개를 치면서 모양을 만들고, 동생에게 누워 보라고까지 시키신다. 덩달아 잠 잘자는 나도 누웠는데, 편백나무 껍질에서 고유하게 올라오는 냄새가 참으로 따뜻하기만 하다.

"어때? 냄새 좋지? 잠 잘 올 것 같지 않니?" 
아버지는 벌써부터 동생이 불면증이 싹 사라질 것이라 굳게 다짐을 한다. 역시나 투박하게 남동생의 말 한마디가 되 돌아 온다. 
"냄새 좋네요. 고맙습니다." 
아주 일목요연한 대답이다. 베개를 끌어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는 무뚝뚝한 동생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기분이 좋으신지 어머니께 말씀 하신다. 
"아휴, 배고프다. 수진이 엄마! 라면 하나만 끓여줘~!"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으로 완성된 편백나무 껍질 베개가 제 기능 역할을 꼭해서 불면증이 날개를 달고, 동생에게서 멀리 날아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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