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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
장 담가주는 친정엄마가 되고 싶다
2013-12-08 18:00:55최종 업데이트 : 2013-12-08 18:00:55 작성자 : 시민기자   홍승화

주부들은 끼니때만 되면 반찬걱정이다. 반찬거리 정하는 것도 쉽지 않고, 해도 짧아 저녁 준비할 시간도 부족하다. 이럴 땐 우거지나 시래기 넣어 끓인 된장국이 제일 만만하다. 친정엄마가 주신 된장에 멸치만 넣고 끓인 된장국 한 그릇이면 아쉽지 않은 저녁상이 된다. 

해마다 한 통씩 얻어와 아껴먹는 친정엄마표 된장. 일흔 넷인 엄마는 '딸 다섯이 얻어먹을 생각만 하지 배울 생각은 안 한다.'고 늘 아쉬워한다. 넷째 딸인 나라도 올해는 꼭 배워야지 다짐하다가도, 직장생활에 쫓기다 장 담글 시기를 놓쳐 버린 게 여러 해다. 

올해는 큰맘을 먹고 가족지원센터 주최로 실시하는 '전통 저염 명품 된장학교'에 등록까지 했다. 항아리 소독하는 방법,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는 과정,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서 발효시키는 과정 등을 배웠다. 수업 후 기만 더 죽어 장은 아무나 담그는 게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또 한 해가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자기야 백년손님'에서 인기 사위 함익병이 장모와 고추장 담그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장모의 코치가 있었겠지만, 남자인 함익병이 주무르고 비비며 고추장을 담그는데, 너무 쉬워 보이는 것이다.'남자도 하는데 20년차 주부인 내가 못하겠는가'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고추장은 친정에서도 얻어오지 않고,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떡볶이, 어묵볶음, 김치볶음, 나물무침 등을 요리할 때 산 고추장으로도 별 문제가 없어 고추장 담글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가끔 생선찌개나 김치찌개를 끓일 때 집고추장이 아쉬울 때가 있었지만....... 고추장 만들기에 성공하면 된장 만들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친정엄마나 옆집아줌마에게 장 담그는 방법을 물으면 간단명료하게 설명해주지만, 눈썰미가 없어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레시피와 사진을 잘 정리한 사이트를 찾았다.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해보자.

처음 담그는 고추장이라 실패할 수도 있으니 적은 양으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보리, 메줏가루, 엿기름, 소주, 물엿을 샀다. 고춧가루는 집에 있는 것을 방앗간에 가져가 고추장용으로 곱게 빻아왔다.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1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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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2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2

보리쌀을 1시간 정도 불린 후 되직하게 밥을 짓는다. 집에 있는 압력솥이 작아 두 번으로 나눠 지었다. 엿기름을 망에 넣어 미지근한 물에 1시간 정도 담가둔다. 엿기름이 든 망을 주물러 뽀얗게 우러난 물을 다른 양푼에 쏟고, 다시 물을 붓고 주무른다.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여 얻은 엿기름물을 가라앉힌다. 보리밥에 엿기름의 맑은 웃물만 따라 가스 불에 살짝 덥혀준다. 보리밥이 삭도록 1시간 정도 둔 후 한소큼 끓인다. 끓으면 줄여서 졸이는데, 보리밥이 눌러 붙지 않게 나무주걱으로 계속 저어준다. 처음 양의 1/2이 되었을 때 불을 끄고, 준비한 메줏가루와 고춧가루를 넣고 섞어준다.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3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3

다음 날 아침 소금, 물엿, 소주를 넣고 고루 섞어준다. 고추장은 익으면서 되직하게 되므로 묽게 해야 하는데 너무 되직하게 되었다. 옆집 아주머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고추장의 농도를 보고 소주 한 병을 더 사다 넣으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부랴부랴 소주를 사가지고 와서 넣고 저었더니 걸쭉하게 완성되었다.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4
보리고추장 담그기에 도전하다_4

항아리는 가스 불에 올려놓고 가열하여 식힌 후 소주로 다시 한 번 닦아 소독했다. 고추장을 항아리에 넣고 위에 소금을 고루 뿌려주었다. 가을에 담근 고추장은 겨울 내 자연 숙성 되므로 봄 고추장보다 맛이 좋다고 한다. 12월에 담근 고추장. 늦었지만 햇빛 좋은데 두어 잘 돌보면 제법 그럴싸한 고추장이 될 것 같다. 내년엔 된장에 도전해보자. 

고추장이 잘 숙성되면 한 양재기 퍼다 친정엄마랑 보리밥에 봄나물 넣어 쓱쓱 비벼 먹자. 딸이 직접 담근 고추장이라 더 맛나게 드실 친정엄마의 모습이 눈에 훤하다. 
< 재료: 보리 1㎏, 고춧가루 1.5㎏, 메줏가루 500g, 엿기름 500g, 물 5ℓ, 소주 1ℓ, 소금 500g, 물엿 1.8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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