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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들을 하나로 묶은 밴드 모임
2013-12-11 13:01:40최종 업데이트 : 2013-12-11 13:01:40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해마다 연말이 되면 모두들 바쁘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인연 맺었던 소중한 이 들을, 평소에는 바쁜 일상 탓에 자주 보지 못하다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 되면 그래도 해 바뀌기 전에 얼굴 한번은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약속을 잡다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의 12월 일정표는 비어있는 날이 드물 정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번 보자, 밥 한번 먹자라고 숱하게 약속을 하지만 막상 약속을 잡으려고 보면 이런 저런 일들로 인해 서로 시간 맞추기 힘들어 미루기만 하는 약속도 많다.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어서, 친구들보다는 내 가정, 내 가족이 먼저였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엄마의 손길을 벗어나니 아이들의 빈 자리를 소중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대신 채우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그동안 소식이 끊겼던 친구들도 손쉽게 연락이 가능하다. 바쁜 생활 탓으로 직접 만나는건 자주 못하더라도 온라인상에서 서로 안부를 묻고 근황을 접하다 보면, 실제로는 아주 오랜만에 만나지만 낯설지 않고 계속 만남을 이어 왔던 듯 편안함을 느낄수도 있다. 

여러 만남들 중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 되고 또 마음이 끌리는 만남은 어린 시절, 시골 한 동네에 살았던 친구들과의 만남이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별다른 놀잇감도 없고 딱히 문화생활이라고 할만한 것도 없던 시절, 또래의 동급생 친구들은 가장 소중한 재산이자 나의 또 다른 분신이었다. 

학원도 과외도 없는 천국 같은 시절, 학교에서도 공부보다는 노는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며 우리를 즐겁게 했으며, 본격적인 놀이 활동은 학교가 끝나면서부터 시작된다.
학교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것부터 평범하게 보낼 수 없는 악동들의 첫 번째 놀이는 급식으로 나온 빵을 뺏어먹는 것이다. 

지금처럼 점심급식이 제공되지 않던 시절이라, 점심밥은 도시락을 싸오거나 집이 가까운 아이들은 집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기도 했는데, 내가 살던 동네는 학교에서 10분쯤 걸리는 곳이었지만 대부분의 친구들은 점심을 집에 가서 먹고 왔다.
점심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칼 루이스 못지않은 달리기 실력을 보이며 집에 가서 점심을 후다닥 먹고 또 달음박질쳐 오후 수업을 듣고는 했었다. 

그러므로 급식빵은 점심용이 아니라 우리들의 간식용으로 소중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그 빵을 아껴 두었다가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내기를 해서 빵을 빼앗기기도 하고 뺏기도 하는, 스릴 넘치는 놀이를 즐겼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고구마, 감자, 옥수수가 아닌 빵은 우리들에게는 최고의 간식이었으니 내기할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울림은 대단했을 것이다. 

왁자지껄한 소란스러움으로 어느새 동네에 도착하면 그때부터는 가방 또는 책보를 집어던지고 본격적인 우리들만의 놀이가 시작된다.
여자아이들은 주로 고무줄놀이, 머리핀을 납작한 돌맹이로 맞춰서 가져가는 핀 따먹기, 작고 동글동글한 구슬 같은 돌멩이들을 잔뜩 모아놓고 하는 공기놀이, 땅따먹기, 납작하고 넓은 돌멩이와 깨진 사금파리와 각종 풀과 들꽃으로 한 살림 차려 놓고 아기자기한 소꿉놀이도 하며 보낸다.

남자아이들은 자치기,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말뚝 박기, 구슬치기 등등 하루해가 모자랄 정도로 놀거리는 무궁무진하다. 가끔은 여자아이들과 남자아이들이 모두 어울려서 온 들판을 쏘다니며 놀기도 했으며, 무더운 여름날에는 동네 개울에 나가 몇 시간씩 물놀이를 하느라 나중에는 입술이 파래지기도 했다. 

물놀이도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 아직 어린 땡감열매를 따다가 물속에 던져놓고 그걸 먼저 찾는 아이가 이기는 게임을 즐겨 했는데, 물안경도 없이 물속에서 눈을 뜨고 돌아다니니 물놀이를 한번하고 나면 모두들 눈이 빨개지는 부작용을 겪기도 했다.  물놀이 하면서 즐겨먹던 간식이 있었는데 그것은 우린 감이다. 

여름철 비바람에 아직 제대로 크지도 않은 풋풋한 감이 떨어질때 그걸 소금물 담은 항아리에 며칠 담가두면 떫은맛이 사라지면서 먹을만한 간식이 되었다. 그 감을 가지고 나와서 찾기놀이를 하다가 또 배가 고프면 먹기도 했는데 물놀이로 허기진 우리들에게는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철부지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 중학교 시절에는 놀이 공간을 골목길에서 집안으로 옮겨, 노래 부르며 춤추기, 민화투 쳐서 팔뚝 맞기, 그리고 나름대로의 사춘기 고민들을 서로 나누며 위로하고 위로 받기도 하며 시험기간에는 벼락치기 공부도 하곤 했었다.
그래서 그 시절 친구들은 친구라기보다는 핏줄 같은 존재들이다. 남자, 여자 구분 없이 가장 편하고 소중한 친구들이다. 그 시절 친구들은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며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준다. 이런 친구들을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이번에도 지난 11월에 만남을 가졌다. 

오전 10시에 만나서 점심, 저녁까지 먹으며 하루 종일을 함께해도 헤어짐이 아쉬워 자정을 앞두고 겨우 헤어지며 중년들 사이에 요즘 유행하는 밴드를 하나 만들었다. 15~6명의 친구들 중 연락이 잘 닿지 않는 3~4명의 친구들을 제외하고 11명의 친구들이 멤버로 가입을 했다. 

그리운 친구들을 하나로 묶은 밴드 모임_1
그리운 친구들을 하나로 묶은 밴드 모임_1

그런데 밴드 가입부터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다.
스마트폰의 시대에 모두들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은 절대로 댓글 같은 것은 달지도 않고 평소에도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하면 답글도 없다가 전화가 편하다면서 전화로 안부를 묻기도 하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지라, 한 사람, 한 사람 밴드에 들어오는 방법을 개인교습해서 가입을 시켜야 했으며, 일하는 중에 밴드 알람음이 너무 자주, 크게 울리니 소리가 안나게 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친구에게도 해결책을 안내해주는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밴드 모임. 

가입되어 있는 여러개의 밴드 모임을 보면 처음에는 열심히 서로의 소식도 올리고 댓글도 달다가 시일이 지나면서는 다들 시들해지면서 들어가 봐도 볼게 없는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있는터라, 우리 동네 친구들의 밴드는 그렇게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소식을 올리다보니 어느틈에 내가 밴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행복하고 즐겁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이런 저런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친구들에게 수다떨 듯 전하는것도 즐거운일이며, 무엇보다 밴드를 만들어서 보람 있는 것은, 친구중에 한명이 멀리 광주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요일날 모이는 우리모임에 단 한번도 참석을 하지 못해서 늘 안타까웠는데 목회활동으로 바쁜 중에도 열심히 댓글 달아주고 친구들을 그리워 하는 글을 보면서 나 또한 행복하다.

또 한명의 친구는 20대에 한국을 떠나 외국에 살고 있어 모두들 보고 싶어 하는데, 밴드에 들어와서 놀다보면 다시금 어린 시절, 왁자하게 모여 놀던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그리운만큼 만날 수 없어 아쉽고 안타까운 이들에게는 이런 문명의 이기도 잘 활용하면 좋은 삶의 활력제가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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