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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로처럼 따뜻한 사람들
2013-12-06 15:21:08최종 업데이트 : 2013-12-06 15:21:0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때때로 우리의 인생은 계획되지 않은 일들로 인해 더욱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고, 계산되지 않은 사랑이 존재한다.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들 _1
우연히 들른 동네의 한 카페, 장작이 쌓인 모습이 정겹다

며칠 전 동네의 카페에 간 적이 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난 후 커피 한 잔을 하기 위해 들른 동네 카페에는 한 가운데 정겨운 난로가 놓여있었다. 나무장작을 난로에 넣어 불을 지피는 옛날식 난로이다. 그을음이나 연기가 하나도 나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불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난로를 보니 옛 생각이 떠오른다. 그리고 난로 위에는 노랑색 양은 도시락이 올려져 있다. 난로와 도시락을 보는 순간 70년대와 80년대까지 학교를 다녔던 분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이 나지 않을까.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들 _2
옛날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한 정경

그런데 그곳에서 몇 년 전 모임에서 뵈었던 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 한 번 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분은 얼굴을 보자마자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시며, 그간 잘 지내었냐고 인사를 건네었다. 얼떨떨하게 인사를 받고,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보았다. 또렷하지는 않지만 어렴풋하게 4-5년 전의 모임 일이 떠올랐다. 

유방암으로 투병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수술을 하였던 분이다. 그 당시에도 모임 분들이 서로 기도해주고, 권면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였다. 가끔씩 기도하는 모임에 가 보면 생판 모르는 남,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음을 다해 간절한 마음을 표현할 때 놀랍다. 종교성이 있는 모임이겠지만, 그것을 떠나 사람의 생명을 사랑하는 존귀한 마음이 담겨져 있기에 따뜻함이 느껴지게 된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 때 5-6살 된 꼬마 남자 아이도 있었는데, 아마 많이 컸겠어요. 독서 관련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자매님이 쓰신 글을 아직 읽어보지는 못했네요. 저는 은혜로 잘 지내고 있고, 많이 회복되었어요. 오늘은 광교산 등산하러갔다가 내려와서 좋아하는 동네 카페에서 쉬고 있는 중이었어요."
한 번 뵈었던 사람의 안부를 묻고, 반가움에 커피 한 잔까지 사주신다. 갑작스러운 환대에 몸둘바를 몰랐다. 그러면서 그분은 자신이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에 대해서 우연한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제가 미국에서 한국 올 때마다 뉴코아백화점 1층 악세사리 코너에 들러서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고르곤 했어요. 그런데 작년 딸 아이를 데리고 뉴코아 악세사리 코너에 가서 물건을 여러개 고르고 있을 때 점원이 딸 아이가 너무 예쁘다며 귀걸이를 두 개 그냥 주시는 거에요. 극구 사양하고 받지 않으려했는데, 그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받긴 했어요. 생면부지의 사람, 그것도 물건을 사러 온 고객에게 어떻게 공짜로 물건을 주겠어요. 그런데 또 올해 작년 갔던 악세사리 점포를 또 들르게 되었지요. 점원은 당연히 얼굴을 기억하고, 너무도 반가워하는 거에요. 딸 아이가 잘 있냐고 하면서 귀걸이를 챙겨주시고, 물건값을 25%더 할인까지 해주셨어요. 그냥 주고 싶다는 점원의 말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에요.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관계의 끈이 그분과 저와의 사이에 형성된 것 같아요."

짧은 시간 카페에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이야기하신다. 그뿐이 아니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카페의 사장님도 얼마 전 김치를 맛보라고 주시기도 하고, 같이 암투병하면서 만난 병원 동료에게도 커다란 한통의 알타리김치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알고 지냈던 사람들에게 나누고 받는 일도 많지만, 때때로 우연히 알게 된 만남을 통해서 무언가를 받게 되는 경우 감사함이 더욱 커진다고 한다. 

단순히 무언가 받아서 좋은 게 아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서로 베풀고 나누는 일을 통해서 살만한 세상임을 알게 된다는 일이 감동이라 할 수 있다. 조건없이 주는 것은 이성적인 계산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수 년 전 모임에서 한 번 뵌 분과 한 시간 넘게 카페에서 대화를 나누며, 삶의 놀라움과 신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자연스러운 사랑, 관심, 나눔에 대한 이야기가 그냥 감동 그 자체였다. 유방암으로 죽음의 순간까지 갔던 분의 편안하면서도 관조하는 인생관까지 느껴졌다. 

난로처럼 따뜻한 사람들 _3
몇 년 만에 만난 분이었지만, 한 시간의 대화는 진솔하고 따뜻했다

"저도 받은 것이 있으니 앞으로 많이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몸은 안 좋지만 작년부터 네팔로 해외봉사를 가고 있어요. 일년에 한 번 팀을 이루어 가는데 그곳에 가서 정말 힐링을 하고 와요. 먹을 것, 입을 것, 약품 등을 나누어 주고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들을 해요. 맑고 순수한 네팔사람들에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오죠. 그곳에서 아무 이유없이 도와주고 싶은 청년 하나를 만나게 되었어요. 눈빛을 보고 그냥 눈물이 났죠. 저는 네팔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네팔어도 혼자 공부하고 있답니다. 내년 네팔에 가게 되면 그 청년을 또다시 만나 이야기나누고 싶어요."

사실 우리의 삶 자체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놀라움의 눈으로 바라보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하게 되는 일, 사람을 통해서 감동을 얻게 될 때가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면 별 것 아닌 일들일 테지만 말이다. 우연한 짧은 만남, 누군가의 삶 자체가 힐링이 될 때가 있다. 
연말 일년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도움을 주었던 손길, 사랑의 마음을 나눈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자신이 이루어낸 성과로 인생을 평가할 수도 있지만, 계산되지 않은 사랑이 오히려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것 같다. 

카페에 놓여있었던 난로만큼이나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서 잠시나마 웃음지을 수 있었던 시간이다. '앞으로 사람들에게 더욱 마음을 써야지, 그리고 조건없이 나누는 태도를 배워야지'라는 배움을 얻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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