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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도 놀란 화성박물관대학 수강생 열정
2013-11-22 14:04:24최종 업데이트 : 2013-11-22 14:04:2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강사도 놀란 화성박물관대학 수강생 열정_1
2013년 제10기 수원화성박물관대학 수강생들이 북한산성 행궁터를 찾아간 답사, 엄청 추운날임에도 불구하고 강사의 이야기에 꼼꼼히 듣고 있다

가을이 저물어갈수록 바람은 거세다. 만산홍엽으로 자태를 뽐내던 저마다의 잎새들도 낙엽의 절정을 보여주며 길이란 길마다 수북이 쌓였다. 오늘은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그러나 추위는 진즉에 우리 몸을 투과하면서 한겨울에나 입어야할 두툼한 코트를 기어이 꺼내게 했다.

수은주가 내려간 이즈음 체감온도는 족히 영하권에 머문 듯싶다. 그러나 여기, 이곳만큼은 늘 봄날이다. 바로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절찬리에 개최중인 화성박물관대학 강의실이다. 

한때 '인문학은 죽었다'는 말이 유행하면서 여기저기서 인문학 부활을 위한 불길을 지필 때 우리 수원시에서도 민선 5기 염태영 시장이 취임하면서 아예 인문학도시를 천명했다. 그리하여 박물관을 비롯해 미술관, 평생학습관 등과 시(市) 40개동 주민자치센터 곳곳에선 시즌별로 차별화된 인문학 강연들이 줄을 잇는다.

인문학 강연 중 수원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성장한 프로그램이 바로 성인들을 위한 박물관대학(화성박물관· 수원박물관)이다. 개관과 함께 봄과 가을, 이렇게 두 차례 열리는 강연이 어느새 10회째를 맞이했으니 연륜도 쌓였다. 보통 2번의 답사를 포함해 시즌별 강의가 10강(때론 9강)정도 열린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인기가 더해지면서 최고의 강사들이 초빙되고 더불어 배움터를 찾는 수강생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자들이 모여든다.

2013년 화성박물관대학 가을학기에 모여든 수강생은 대략 80여명, 수업(오후2시~5시)이 있는 수요일이면 젊은 주부들을 위시해 연세 지긋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총총 걸음으로 모여든다. 

지난 20일 오후,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의 발걸음으로 강당은 후끈 달아올랐다. 중간에 10분정도 한번 휴식이 있을 뿐 연강임에도 강의실은 쑥덕거림이 없다. 어지간한 젊은이들도 힘들법한데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열정의 향기가 그윽하다.

"저의 전공은 본디 미술사입니다만 우연히 임금의 얼굴을 그린 '어진(御眞)'의 궁금함에 빠져 심도 있는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니 절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하더군요. 일제시대 때 자료와 신문자료 등을 마이크로 필름을 통해 찾아야했고....그럼에도 오늘같이 한기가 매서운 날 빠지지도 않고, 재미도 없고, 대단치도 않은 강연을, 이렇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힘을 얻어 더 공부에 매진하겠습니다. 존경합니다!"

'조선왕조 왕의 초상, 어진'에 대한 강의를 맡은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강의실에 앉아있는 수강생들의 면면을 살피며 적이 놀라는 눈치였다. 연세 많은 분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는 수강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매에 감동받아 가지고온 PPT 자료를 빠짐없이 보여주면서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 애썼다. 지식을 쏟아내며 3시간을 꽉 채웠다.

대학교 강의도 아닌 일반인들을 상대로 한 강의라 수박 겉핥기 수준이면 될 것이란 상식이 여지없이 파괴되는 수준 높은 강연이었다. 끝나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선과 중국의 초상화까지 들고 나와 비교하며 열강하는 강사님에게 수강생들은 감동의 박수갈채를 보냈다. 

강사도 놀란 화성박물관대학 수강생 열정_2
조선왕조 왕의 초상, 어진 강의에 나선 윤진영 한국학중앙연구원이 수강생들의 열정에 감동해 하나라도 더 가르치며 3시간을 꼬박 채웠다

매번 박물관대학 강의가 열릴 때마다 신청한다는 이판수(50년생)씨는 "이번 10기 박물관대학 강의는 정말 대한민국 최고의 강사진을 모신 것 같아요. 아직 남아있는 강의가 있지만 오늘 강의는 단언컨대 최고였습니다. 조선왕실문화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간 몰랐던 역사이야기를 배우게 되면서 우리역사에 한층 가까이 다가간 느낌입니다. 선생님은 그렇지 않나요."라며 뿌듯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되물었다.

박물관대학은 어느새 세상과 어울리는 장(場), 놀이터가 되어 고른 숨으로 행진중이라는 것을 현장에 가본 사람들은 안다. 소통하는 인문학장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란 말이 남녀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는 것을, 난 요즈음 새삼 깨닫는다.
그러니 어찌 인문학도시 수원을 사랑하지 아니하겠는가! 다가온 겨울이 그래서 두렵지 않다. 온통 하늘에 눈 폭탄이 쏟아진다 해도 배움이란 온기가 수원에 쫙 퍼져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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