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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은 돈도 아니다?
십원짜리 동전을 마구 버리는 아이들의 행동을 목격하고
2013-11-21 07:47:23최종 업데이트 : 2013-11-21 07:47:2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한쪽 손에는 십원짜리 동전 10개와, 또 다른 한쪽 손에는 백원짜리 동전이 1개가 있다. 값은 동일하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갯수가 많으면 무조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은 십원짜리 동전 10개가 들린 손을 택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머리가 자라도 십원에 대한 가치에 대해 매우 하찮게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다. 다 큰 어른들도 십원에 대한 미련을 크게 갖진 않는다. 

나 같은 경우도 그러한데, 간혹 잔돈으로 십원이 생기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의 계산대 측면에 놓인 동전 모금함에 넣거나, 또는 택시에 설치된 모금함에 탈탈 털어 넣기도 한다. 수중에 갖고 있으면 잘 쓰지도 않고 그저 무거운 짐만 되니까... 그나마 모금함에 넣는 거라면 나름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십원을 돈이라 생각 안하고 버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옛 말에 '땅을 파 보아라. 십 원 한 개라도 나올지...'라는 말이 있다. 그 만큼 돈에 대한 가치를 크게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요즘에는 땅을 보면 직접 땅을 파지 않고도 십원 짜리들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에 갔는데 어린 나이도 아니고 교복을 입고 있는 중학생 또래의 아이들이 요기라도 때우려는지 컵라면을 급히 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왁자지껄한 사이에서 몇몇은 컵라면을 다 먹고 밖에 나와서 자기네들끼리 장난을 치는데 과격한 정도가 심해서 다칠까 괜히 걱정까지 드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장난을 치는 것을 보아하니, 각자의 주머니 속에 있던 십원짜리 동전들을 꺼내서 제기 차 듯이 동전을 발로 뻥뻥 차며 그게 좋다고 웃고 떠드는 모양이었다. 새로 나온 십원은 가볍고 크기가 작은데 그걸 서로 높이 던지는가 하면 허공에 획 하고 던져 버려서 영영 찾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 

십원은 돈도 아니다?_1
십원은 돈도 아니다?_1

이런 광경을 본 나는 나의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
내가 필리핀에 잠시 머물렀을 당시에, 슈퍼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은 돈의 단위가 '페소'인데, 아이스크림을 사고 거스름 돈이 조금 남은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검은 피부를 하고 행색이 초라한 아이들이 나에게 달라붙기 시작했고, 손을 내밀며 뭘 자꾸 달라고 한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의 1원 10원정도의 가치가 있는 페소들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에겐 외국인이 갖고 있어도 쓰지 않을 거스름 돈을 귀중하게 생각하여 달라고 할만큼 가난했던 것이었다. 원래 이방인에게 돈을 받아 버릇 하면 좋지 않다 해서 주변에서 주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고 너무 안타까워서 지폐 한 장을 줬던 것을 기억한다. 

그 때의 내 기억 속 필리핀 아이들과, 십원짜리를 버리고 던지며 노는 아이들이 비교 될 수 밖에 없었다. 한 해 십원을 만드는 비용만 해도 어마어마하며, 실용적으로 쓰이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묵혀 있거나 혹은 버려져 있는 십원짜리들만 해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언제부터 돈을 막 버리게 된 시대가 왔는지 모르겠다. 예전 보다 더욱더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십원 한 개도 소중하게 다루고 모을 수 있는 마인드를 아이들에게 키워 줘야 할 것 같은 시급함이 밀려 온다. 결국 그 아이들은 그저 십원들을 줍지도 않고 버리고 가버렸다. 

동전의 일부분은 허공에 던져져서 생사(?)조차 확인할 수도 없었고, 땅바닥에 나머지 일부가 널부러져 있었다. 사진 속에서 노란 색 원으로 표시 해 놓은 것이 십원짜리 동전들이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냥 버려 두기 아까워서 30원을 내가 모조리 주워 왔다. 그리고 내 저금통에 다 넣었다. 세상을 살아 가다가 30원이 모자라서 곤경에 처할 수 있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아직 그 아이들은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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