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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꼭 성공하세요
금연을 시도하는 남편에게
2013-11-21 11:59:14최종 업데이트 : 2013-11-21 11:59:14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오늘도 어김없이 아파트 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저녁 9시 이후로는 아래층에 피해가 될 수 있는 소음은 자제 해줄 것과,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피우는 담배연기가 위층으로 올라가 피해가 심각하니, 집안에서의 흡연을 자제 할 것을 권유하는 안내방송이다. 
우리 집에도 담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 한 사람 있어서, 안내방송이 나올 때마다 마음이 편하질 않다. 더욱이 바로 위층에는 어린아이가 있기 때문에 꼭 우리 집을 지칭해서 하는 방송 인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가끔은 엘리베이터 안에도, 집안에서의 흡연을 금해 달라는 안내문이 간절한 문구로 씌어 있다. 안내문구를 보거나, 안내방송이 나올때면 남편에게 금연을 권해 보지만 듣는 둥 마는 둥 이다. 몇 십년을 피우던 담배를 끊는다는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짐작은 할 수 있다. 

흡연자가 마음 편하게 흡연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담배 한 대 피우는 것이 아주 힘든 일중의 하나가 되어 버린 현실이다. 이제는 길거리에서도 마음대로 담배를 피울수 없는 세상이다. 집에서도 마음대로 피울수 없어 집 밖으로 쫓겨난 흡연자들이 아파트 계단에서 먼 산을 바라보며 처량스런 모습으로 담배 피는 모습을 가끔 목격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냄새가 올라온다고 항의를 하니, 아예 집 밖으로 나가서 흡연을 하는 사람도 꽤 많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한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 언젠가 뉴스에서 보니 어떤 아파트는, 아파트단지 내 모든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놓고 부녀회에서 감시단을 만들어 순찰하며, 화단가에 숨어서 피우거나 으슥한 곳에서 남 몰래 피우는 사람들까지 모두 단속 하는 곳도 있다. 

금연, 꼭 성공하세요_1
금연, 꼭 성공하세요_1
 
비흡연자인 나의 입장에서는 금연구역이 늘어 나는게 당연히 환영이지만, 흡연자인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회사에서도, 음식점에서도, 길거리에서도 좋아하는 담배 한 개비 마음 놓고 피울 수 없는데, 내 집에서조차 제재를 받아야 하는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다. 
처음부터 담배의 맛을 일지 못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이제는 너무 오랜 세월 함께하다보니 본인의 의지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버린 것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신년계획중의 하나로 금연을 계획하지만, 또한 대부분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리는 것은, 어지간한 결심으로는 힘든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남편도 그동안 숱하게 금연을 시도했다. 어느 해 봄에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에 등록해서 도움을 받기도 했다. 담배가 피우고 싶을때마다 담배대신 씹을 수 있는 금연껌이라는게 있는데, 그것도 소량의 니코틴이 함유 되어있어 하루 동안 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것부터 흡연자의 강한 의지가 없으면 시도해보기 힘든 방법이다. 

이때, 남편은 굳은 결심과 의지로 금연을 성공적으로 실천해냈다. 
그해 연말, 남편이 조그만 책자 하나와 상품권이 들어있는 봉투를 내밀었다. 봄에 금연클리닉을 수료하며 써냈던 소감문이 책자에 실리며 원고료로 받은 상품권이다. 

그런데, 그때 남편은 다시금 흡연자가 되어 있었다. 봄부터 시작한 금연, 몇 달을 잘 참고 버티더니 결국 가을쯤에 다시 담배 피우는 흡연자가 되어 버린 것이다. 
옆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어떤 일이건, 처음 시작이 어려울 뿐 이고 몇 달을 참아냈으면 이후로도 쭉 참아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인데 담배는 그게 아닌가보다. 

지금 고등학생인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담배 피우는 아빠의 건강이, 어린 아들에게는 심각하게 걱정이 되었나보다. 계속 금연을 권하지만 효과가 없자 아이는 아빠에게 제안을 했다. 
아빠는 담배를 끊고 자신은 컴퓨터게임을 하지 않겠다는 제안이었다. 아들아이로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까지 포기 할 정도로 아빠의 흡연을 걱정했지만 그 또한 결과는 아빠의 흡연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 정도로 담배를 사랑하는 남편이 이제 또 다시 금연을 시도하고 있다. 지금 한 달 쯤 되어간다. 남편이 금연을 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남편은 고혈압 환자다. 본인은 수치가 높지 않으니 환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고 있으니 분명한 환자다. 고혈압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것이 바로 흡연인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변함없이 담배를 피워 왔다. 

두 번째로 이제는 담배 피울 공간도 없어서 이곳저곳 눈치 보며 천덕꾸러기마냥 피우는 힘든 일에서 벗어나야만 한다. 남편이 가장 열심히 사용하는 화장품은 바로 향수다. 담배냄새를 없애보겠다고 아침 출근길이면 꼭 향수를 뿌린다. 그것도 담배를 많이 피우니, 향수도 많이 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들이붓는 수준으로 뿌린다. 향수를 뿌리지 않아도 좋은 향기가 나는, 품위 있는 중년의 남자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 이유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담뱃값이다. 정부에서는 흡연을 줄이기 위해 담뱃값을 큰 폭으로도 올려봤지만 피우는 사람은 여전히 피우므로 결국은 가계부담만 늘어나는 것이다. 그동안 힘들거나 괴로울 때 친구가 되어주던 담배란 녀석을 떠나 보내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만큼은 꼭 금연에 성공하여 가족 모두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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