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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에 중독된 것 같아요
운동 전후의 삶이 온전히 바뀌었다
2013-11-19 10:51:38최종 업데이트 : 2013-11-19 10:51:38 작성자 : 시민기자   이경
"오늘은 숙지산으로 산책 갈까?"
저녁을 먹고 화서시장 한 바퀴를 산책삼아 걷던 우리 부부는 그날 나의 묘한 끌림 때문에 숙지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010년 11월으로 기억된다. 이날의 산책이 우리 삶을 온전히 변화 시킬거라곤 그땐 몰랐다.

"저기 불빛은 뭐야? 가보자~" 산을 내려오던 우린 불빛을 등대삼아 걸었다.
숙지체육관이다. 산속에 비닐하우스 비슷한 모습을 하고있을 때 한번 들러본 후 새 건물은 처음이었다. 밤 9시였는데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날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보고 한동안 멍했다. "이 사람들 미친거 아닐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중얼거렸다. 

배드민턴에 중독된 것 같아요_1
가족이 함께하는 운동이다.
2013년 11월 현재. 우리 부부는 시간이 허락하는데로 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제촉한다.
오후 4시쯤되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5시쯤이면 체육관에 도착해서 몸풀기를 해야하니까. 집안청소부터 해놓고, 애들 간식 챙겨놓고, 다음날 아침밥 준비도 대충 해본다.

'오늘은 헤어핀을 완성해보리라...아니다. 강력한 스매싱을 날려볼까?'
'어제 상대팀 클리어를 당해내지 못한 분함을 오늘 어떻게든 풀어볼거야.'
온통 배드민턴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마도 중독된 거 같다.

어느날 체육관으로 놀러온 친구는 "꼭 이렇게까지 힘들게 운동을 해야 직성이 풀리겠냐?"며걱정이 태산이다. 
한여름 찌는 더위도 힘겨운데 체육관 내부는 한증막이다. 렛슨이 있는날이면 나라를 구하는 독립군의 각오가 필요하다. 함께하는 동료들의 파이팅 외침은 들리지 않는다. 한겨울 추위 역시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날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3년전 60kg를 훌쩍 넘긴 과체중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한 것은 위험한 선택이었다. 제자리뛰기를 10번이상 할 수 없는 저질체력이었고, 그간 헬스클럽에서 런닝머신 한번 뛰어 본적 없는 운동 초보자로서는 쉽게 포기할 상황이었다. 학교 체력장때 100 m 달리기가 마지막 운동이었고 그마저도 20초에 가까운 수준으로 기억된다.

당연히 6개월 동안 하루 렛슨 받고 다음날 하루는 아팠다. 온몸이 쑤시고 결리고 잠이 쏟아졌다. 어떻게든 받아 내야 하는 셔틀콕이 꿈에도 나타났다.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루걸러 했다. 2년 가까이 되어서야 제대로 된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참 오래 걸렸다.

그런데 나는 왜 포기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는 건강해지고 싶었다. 여기저기 아픈곳이 늘어가면서 우울해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게 힘겨웠다.  건강하게 나이들고 싶었다. 

두 번째는 한가지라도 잘하는게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다. 특별한 재주도 없고 능력도 없이 그렇게 매력없는 삶을 사는게 지겨웠나보다. 운동 하나쯤은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부부가 함께할 수 있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숙지체육관에는 부부가 많다. 우리처럼 초보들은 부부가 함께 게임을 한다. 그런데 고수들은 따로 하는 것 같다. 얼른 고수가 되고 싶은 바람이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지겨운 잔소리는 별로다. 나도 상냥하고 친절한 선수들하고 게임을 즐기고 싶다. 

3년동안 말없이 체육관을 드나들었다. 90% 이상의 사람들은 5년 이상의 경력자들이었고 마냥 부럽기만 했다. 70대 중반 할아버지의 날렵한 셔틀콕에 40대 젊지만 뚱뚱한 남편은 비지땀을 흘리고도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 중이다. 나역시 60대 언니들의 노련한 게임에 헛발질로 큰 웃음을 선사중이다.

배드민턴에 중독된 것 같아요_2
숙지체육관에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보낸다.

2013년 11월 17일. 숙지클럽 21회 창립기념 자체대회가 있는 날이었다. 클럽회원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게임을 즐기는 축제의 날이다. 김장철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늘어가는 실력에 박수도 보내주고, 경품추첨으로 긴장했다가, 한 상 가득 차려낸 음식으로 모두가 축배를 드는 날이 되었다. 

"많이 늘었네요~"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격려해주신다.
"네~" 웃음으로 답하지만 속으로 내가 그동안 얼마나 죽도록 연습했는지 말하고 있는중이다. 지난 3년동안 밤마다 체육관에서 당신들 매력에 빠져서 살았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들은 참 멋지고 매력이 넘쳐난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후 달라진 내 모습을 생각해봤다.
먼저 과거와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살이 빠졌다. 약 8kg 정도 빠진 것 같다. 얼굴에 붙은 오동통 젖살이 처음으로 빠졌다. 없던 쌍꺼풀도 생겼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작은 가슴은 이제 흔적만 있다. 그러나 어쩌랴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으니 살 빠진 걸로 만족하련다.

건강해졌다. 숨이 차고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증상이 사라졌다. 끊겼던 생리도 다시 시작했다. 호르몬부족으로 약물처방까지 내려진 진단은 이미 과거가 되었다. 광교산 형제봉에 오르기까지 5번 정도 쉬었던 예전모습은 이제 없다. 늘 피곤하고 무기력하던 일상이 활력을 찾은 건 당연한 결과다.
잠도 잘잔다. 타고난 것도 있지만 운동 후 잠은 보약이 되었다. 잠 못 이룬 밤은 노래가사일 뿐이다. 베개에 머리 붙는 순간 아침이다. 주변 모임 언니들이 수면제 복용한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 남의이야기가 되었다. 

배드민턴에 중독된 것 같아요_3
셔틀콕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우연히 산책길을 바꿨을 뿐인데 그날이후 내 삶이 참 많이 달라졌다. 마흔 넘어 시작한 운동이 이렇게 달콤하고 때론 중독이 될 줄 몰랐다. 배드민턴 운동을 왜 시작해서 이 고생이냐고 푸념하고 힘들어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달려온 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아마도 50대, 60대는 지금보다 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운동하고 있을거라 확신한다.

이제 나처럼 자식들 뒷바라지에 지치고 스트레스 살로 고민하는 40대 전후 아줌마들에게 도전해볼만한 운동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100세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가 건강하게 나이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운동이며, 늦었지만 시작하면 많은걸 얻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숙지체육관, 배드민턴, 숙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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