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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
2013-09-14 08:16:46최종 업데이트 : 2013-09-14 08:16:4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내가 공부하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수업중 2학기에 수업하는 6과목중에, 3과목은 과제물로, 3과목은 출석수업후 시험으로 중간고사를 대신한다. 과제물 제출 기한은 10월 18일까지이지만 한과목 한과목 과제 제출에 필요한 사전준비 작업과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들을 하다보면 한달여의 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린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미루다보면 나중에 바빠지기 때문에 나의 경우는 과제물 공고가 나오자마자 바로 과제물을 준비하기 시작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제출하는 편이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중간에 추석이 자리 하고있어. 주부로서 추석을 지내려면 마음도 어수선하고 몸도 바빠서 일주일가량은 과제물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때보다 더 일찍 서둘러 준비하려고 계획을 했다. 가장 먼저 교양과목인 취미와 예술의 과제물을 살펴본다.

 첫 번째 유형은 교재에 나와 있는 생태관광지 중 한곳을 여행한 후 여행기를 쓰는 것인데. 관광지의 특성과 일반적인 대중관광지와의 차이에 대한 분석, 해당관광지의 생태계 보전계획의 적합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다. 얼굴에 미소가 흐른다. 과제물 핑계로 좋아하는 여행까지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교과서를 펼쳐본다.

창녕 우포늪 , 평창 마하 생태관광지와 백룡동굴,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화천 DMZ, 파주 DMZ, 제주 거문오름과 서귀포 생물권보전 지역, 해안습지인 순천시 순천만, 철새도래지인 서산시 천수만, 진안 데미샘과 마실길, 영주 소백산 자락길이 나와 있다. 교과서를 넘길수록 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진다. 이곳은 너무 멀어서 힘들고 이곳은 어디있는지도 잘 모르는 곳 이고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 하면서 한곳, 두곳 제쳐 놓다보니 갈만한 곳이 한군데도 없다. 

일반적으로 과제물은 학번별로 정해지는데 다행히 4가지 유형중 자유롭게 하나를 선택해서 할 수 있는 과제다. 다음유형을 살펴본다. B형은 미술전시회를 관람한 후 관람기를 쓰시오, C형은 연극 한편을 감상한 후 관람기를 쓰시오, D형은 영화나 문학 작품속에 삽입된 음악 한편을 감상하고 감상기를 쓰시오. 이다. A4용지로 다섯장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내용이 나올 수 있는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생각에 B형인 미술전시회 관람기를 쓰기로 결정하고 이번에는 어떤 전시회를 갈까 알아본다. 

그러는중 눈에 띄는 전시회가 있다.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출판계의 거장 슈타이들전이다. 지난주말 숙제를 핑계 삼아 신나는 발걸음으로 미술관을 향했다. 
'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 : 슈타이들전' 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는 많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낯선 이름의 슈타이들. 슈타이들의 들이 복수형을 뜻하는줄 알았는데 이번 전시의 주인공 이름이 슈타이들이다.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2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2
 
독일 출신의 슈타이들은 독학으로 사진사, 스크린 인쇄사, 출판사 자격증을 획득하고, 마스터스크린 인쇄사로 장인등록까지 한후 18세가 되던 해에 자신의 출판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예술로서의 스크린프린트를 보여준 앤디워홀의 전시에 영감을 받아서 그래픽 작업과 포스터를 프린트할 수 있는 인쇄소를 세우고 현재 슈타이들 빌레라고 불리는 곳에서 편집부터 디자인과 인쇄, 판매가 한 지붕 아래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책과 종이로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오고 있다. 
슈타이들은 책이 전자매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잘 만들어진 예술작품이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단다. 가정집이었던 곳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대림미술관은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관람객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도슨트해설시간도 자주 있어서 우리에게 낯선 슈타이들이라는 사람과 그가 가지고 있는 생각, 그리고 어찌하여 출판이 예술로 거듭나는지 까지도 배울 수 있었다 . 한권의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온 여러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책의 종류에 따라 최상의 적합한 종이를 고르며, 책의 느낌이 달라지는 활자체 하나에서, 책의 디자인까지 출판의 모든 과정을 직접 관여하면서, 또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은 인쇄물 하나까지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인물이 바로 슈타이들인 것이다.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1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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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3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3
 
전시된 작품들 중 재미있는 콜라쥬가 있는데. 슈타이들의 머릿속을 작은 시계가 꽉 채우고 있는 작품이 있다. 하루종일 책만 생각하는 슈타이들이 세계 여러나라 작가들과의 만남의 시간까지 계산하는 슈타이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작품이다. 
전시된 작품중에는 향수가 있는데 이 향수는 제향사 케자쉔이 갓 인쇄된 책의 잉크냄새가 세계최고의 향수라는 슈타이들의 신념에 따라 만든 향수로, 슈타이들이 출판하는 책에서 나는 새책의 향기를 향수로 표현했다고 한다. 냄새를 맡으니 신기하게도 정말 새책에서 나는 신선한 책의 냄새가 후각을 간지럽힌다. 

슈타이들과 협업한 사람중에는 인도의 여성사진작가인 다이아니타 싱이 있는데 다이아니타 싱은 가난하고 소외되어 예술작품을 접할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수많은 인도인들을 위해 책표지마다 책속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만들었고, 그 책을 병품처럼 생긴 책장에 꽂아서 차에 싣고 다니다가 어느곳에서나 펼치면 그곳이 바로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한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4
늦게하는 학업, 힘들어요_4
 
도슨트해설과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진 전시작품들을 보면서 내게 낯설었던 슈타이들이라는 인물에 관해서 알아가고, 책에 관한 여러 가지 재미있고 신기한 작품들을 보면서 신나고 재미있고 즐거웠다. 
문제는 이런 느낌과 전시된 내용들을 과제물로 작성해야 하는데. 책상앞에만 앉으면 막막하고, 암담한 것이 언제 어떻게 다섯장을 채울까이다. 과제물 노트만 펼쳐놓고.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서 전시회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들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A4용지 5장은 내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고 전시회의 기록들을 살펴가며 나의 2학기 첫 과제물 작성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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