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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
증여의 책장, 수원시 평생학습관
2013-07-29 17:45:58최종 업데이트 : 2013-07-29 17:45: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1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1

내가 다 본 책을 기증하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은 지식의 공유라는 측면에서 매우 유용하다. 집에 가득 쌓여있는 책들 혹은 나에게 필요없는 책을 원하는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 된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의 '도요새 책방'은 시민사회자료관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도요새 책방 입구의 한켠에는 '공유의 책장'이라는 코너가 있다.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인지 궁금하다.

'도요새 책방'에 기증된 책 중 여러 권이 있거나 혹은 발행연도가 조금 오래된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만든 제도라고 한다. 도요새 책방의 성격과 맞지 않는 책들도 이곳에 포함된다. '공유의 책장'에 꽂힌 책들은 누구나 그냥 가져갈 수 있다. 마음대로 책을 골라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약간의 룰은 있다.

책장에 꽂힌 책 중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 후 포스트잇에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적어야 한다. 그리고 고마움의 표시를 간단히 작성하는 것이다. 큰 절차는 아니기에 자유롭다. 책 한 권을 받는데에 필요한 노력치고는 간단하다. 포스트잇에 간단히 메모를 한 후 게시판에 붙여 놓고 책을 가져가면 끝이다.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3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3

또한 책을 기증하는 사람들은 책장에 자신이 왜 기증하고 나누는 이유를 작성한다. 누군가에게 내가 기증하는 책들이 돌아갈 때 어떤 흔적이 남기게 되면 좀더 의미있게 책을 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내가 읽은 책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또 받은 사람은 나눌 수 있게 되는 제도이다. 증여와 나눔이 바로 '공유의 책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셈이다.

제도는 사람을 바꾸게 만든다. 아마도 공유의 책장에서 책을 가져간 사람들은 언젠가 또 기증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거저로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을 어딘가에서 하게 되어 있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인생의 법칙이니 말이다.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삶을 아름답게 한다. 공유의 책장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내가 책을 기증하게 되는 제도이다. 그렇기에 보이지 않는 선행들이 쌓여가고, 확산되는 일이기도 하다. 착한 일, 봉사, 남을 돕는 일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한다. 바로 내일 당장이라도 집에 보지 않는 책이나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는 책들을 기증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2
책을 무료로 가져갈 수 있다구요?_2

책은 또한 활자로 기록된 매체이기 때문에 휘발되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다. 파손되지 않는 한 기록된 문자는 영원할 수 있다. 내가 읽어서 감동받은 책, 도움을 얻은 책을 누군가와 함께 읽는다면 파급효과는 얼마나 대단할까. 사람들은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들이 누구나 있다고 한다. 내가 써 본 물건, 내가 가 본 맛있는 음식점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도 동일하다. 책도 역시 읽은 사람이 읽지 않은 타인에게 권할 때 가장 큰 영향력을 받는다고 한다.

공유의 책장이라는 개념이 좀더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도서관에 단순히 기증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메모 한 장 남기면서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어떤 사람들의 손에 내 책이 돌아갈지는 모르지만, 분명 받은 사람들에게도 의미있는 책이 될 것이다. 또한 책을 무료로 그냥 가지고 가자면 자신이 필요한 이유를 글 한 줄로 남기면서 고마움을 표현하게 된다. 아마도 책을 그냥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덜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주고, 받고하는 관계가 점점 확산된다면 나눔의 문화로 정착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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