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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사람들의 인심에 마음이 훈훈해지던 날
2013-07-29 21:55:12최종 업데이트 : 2013-07-29 21:55:1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어머니의 근무지는 농촌이다. 농촌에 세워져 있는 보건소에서 엄마가 근무하신지 거진 30년이 넘으셨다. 오랜 세월동안 농촌에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의 따뜻한 정을 받고 사신분이시라, 농촌 사람들의 마음씨를 어느 누구 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신 분이시다.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 몇 번 어머니의 근무지를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손수 계란도 삶아 주시고, 수박도 먹으라고 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도시와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성향을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농촌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정이 있다.

아파트들이 빼곡하게 지어지고 콘크리트 냄새가 느껴지는 도시에서의 이웃 간 나눔의 정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간혹 이웃 간의 나눔을 실천하는 곳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더 많다. 그래도 어릴 적에 살던 아파트 내에서는 위 아래 층간에 꼭 먹을 것을 나눔 했었는데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는 아래층에 사는 사람의 얼굴 조차도 모른다.

이런 현상의 보편적인 도시와는 달리 농촌 사람들은 어느 하나라도 나눠 먹으려는 사람들이 비교적으로 많이 있다. 집에서 직접 키운 감자와 고구마 오이 가지 등을 보건소로 가지고 오시기도 한다. 
허리가 굽어진 할머니 한분이 보건소 진료를 위해 집에서 거리가 있는 보건소까지 힘들게 오실 때도, 잊지 않으시는 것이 계신다.

검은 봉지 안에 호박이며 고추 가지 등의 채소를 바리바리 싸와서 보건소 직원들에게 건내신다. 점심 시간에 흐르는 물에 씻어서 고추장에 찍어먹으라며 주시는 새파란 청양고추를 너무 많이 주셔서 집에 가끔씩 남은 것을 싸오기도 하시는데, 종류가 너무나 다양하다. 그래서 어머니도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집에서 고구마도 싸가서 나눠 드리고, 특히 노인분들이 좋아하시는 사탕들을 차 안에 가지고 다니면서 할머니 분들게 나눠 드리기도 한다.

농촌사람들의 인심에 마음이 훈훈해지던 날_1
농촌사람들의 인심에 마음이 훈훈해지던 날_1
그런데 어제는 어머니가 큰 금색빛깔의 병을 하나 들고 오셨다. 그 모습이 가히 신비로워 보여서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TV 속 마법의 동굴에서나 툭 하고 튀어 나올법한 병인데, 병 속을 들여다보니 흰 색의 식물이 들어있다. 술은 분명한데, 안에 든 식물의 정체가 궁금했다. 아버지는 혹시 이게 산삼이 아니냐며 놀라워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도 산삼주를 병째로 주기에는 산삼이 너무 비싼 식물이었다.

짐작을 해 보건데 아마 장뇌삼이 아닐까 싶은 우리만의 결론이 나왔다. 하긴 병 안에 든 것이 산삼이 됐던, 장뇌삼이 됐던 간에 10년간을 고이 담궜다는 귀한 술을 통째로 준다는 것은 웬만해선 어려운 일이 아닌가? 
팔아도 값어치가 꽤 나갈 것 같은 이 물건을 보면서 이것을 선뜻 준 사람의 얼굴이 궁금했다. 분명히 얼굴에서도 착한 인상이 그대로 드러날 것만 같은 분이셨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주무시기 전에 양주 한 잔씩을 얼음에 타셔서 곧 잘 드시곤 하시는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좋은 선물 중에 하나였다. 나였더라면 과연 이런 귀한 술을 나눠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누는 미학의 참된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실제로 귀한 것이 내 손 안에 있을 때 선뜻 남에게 줄 수 있는 포부나 베짱이 있을 것이냐는 건데, 아마 나는 선뜻 귀한 술을 나눠 주기 힘들었을 것 같다.

더군다나 일 이년도 아닌 무려 10년간 묵힌 술이니 말이다.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벌써부터 입맛을 다지신다. 이 술을 개봉하는 날을 잘 잡으려고 골똘히 생각을 하시고 계신 것 같다. 이렇게 귀한 술을 좋은 사람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인데, 아무래도 이것은 일가친척들과의 모임이 있을 8월에 개봉 될 듯 보여진다.

이런 귀한 술을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을 무엇으로 해야 할 지 고민 중이신 어머니를 보면서, 사람 간의 정을 직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나눔의 실천인 것 같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나눔의 실천은 쉽게 할 수 있다. 택시 안에 동전 등을 넣는 모금함 등이 설치 되어 있으면, 그 곳에 잔돈을 넣는 일도 나눔의 실천이다.

그리고 집에서 읽지 않는 도서들을 기증하는 것도 나눔의 실천이고, 잘 입지 않은 깨끗하고 멀쩡한 옷들을 잘 세탁하여 기증하는 것도 나눔이다. 여러 방법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며, 앞으로 나도 소소한 나눔을 할 수 있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런 의미로 한 사이트에 큰 수술을 해야 하는 아픈 사람들을 위해 2천원을 기부하고 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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