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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워가는 딸에게
아르바이트는 힘들어요
2013-07-11 07:06:05최종 업데이트 : 2013-07-11 07:06:05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어요. 그만둘래요." 대학 1학년인 큰 딸아이가 지금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며 내게 하는 말이다. 
다른 학교에 비해 조금 일찍 방학을 시작한 큰 딸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아르바이트 자리에 몰리기전에 서둘러서 구했으면 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느긋하게 여유 부리고 있더니, 정작 알바 자리를 알아보니 학생들이 할만한 자리가 별로 없다고 한다. 몇 군데 알아보더니 하루는 친구와 함께 공장엘 다니기로 했다며 면접을 보러 간다고 하는 것이다. 

하루에 기껏 몇 시간씩 일하면서 시간 활용을 제대로 못하는것 보다는 힘들어도 한달만 열심히 일하고 남은 한달은 공부 하는것도 괜찮겠다 싶어 그러라고 했다. 
다음날 면접을 보고 온 딸은 처음의 당당한 기세와는 달리 기가 팍 죽어 있었다. 아이가 면접 보러 간곳은 회사에 일할 사람들을 공급 해주는 인력업체인데 그곳에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면접을 보러 왔는지 그걸 본 딸아이는 미리부터 놀랐던것 같다. 

회사에서 원하는 인원은 정해져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떨어지는 학생들이 수두룩 한 것이다. 결국은 딸 아이도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지 못하고 알바 면접에 떨어졌다. 정식 직장도 아닌 아르바이트 자리, 그것도 폼나는 멋진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생산직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떨어진 딸은 꽤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알고 나서는 어떤 일이건 자리만 생기면 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바뀌었다. 딸 아이 뿐만 아니라 엄마인 나도 조금 놀랬다. 아르바이트 자리는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골라서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기회가 많이 없구나 라고 생각하니 불경기 탓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주변사람들의 말을 들어봐도 알바자리 구하기가 많이 힘들다고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에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있냐고 물어보는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통씩 걸려 온다. 
가끔은 학생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와서 물어보기도 한다. 정말 불경기 탓인지 아니면 갈수록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일이 줄어들면서 발생되는 구조적인 문제인지 알수가 없다. 

취업을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고학력자들의 문제가 결코 먼 남의 일이 아님을 실감한다. 모든 부모들은 자식을 낳아 키우면서 자식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어려움도 참고 살아간다. 제 자식 만큼은, 다른 아이들 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좋은 배우자 만나 아름다운 가정을 꾸리며 평탄하고 무난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질 않아서 아이가 자라는 모든 과정들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수 있다. 그런데 아직 취업이라는 본격적인 경쟁의 길로 들어서기도 전에 미리 세상이 그리 녹록하지 않음을 배워가는 딸 아이가 안쓰러우면서, 이 험한 세상에서 혼자 힘으로 자신의 위치를 세워갈수 있을까 걱정이다. 

면접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신 이후로는 이것 저것 가리는게 없어지고 적극적으로 알바 자리를 찾기 시작하더니 집앞 주유소에서 일을 하겠다고 한다. 
무더운 여름 땡볕에서 일할 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주유소 일은 너무 힘드니까 다른 일을 찾아 보라고 했다. 아이는 우선 일주일만 해보고, 할수 있으면 그때 계속 할건지 결정하라 그랬다면서 출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하루 10시간씩 일하기로 했단다. 

세상을 배워가는 딸에게_1
세상을 배워가는 딸에게_1
 
집 앞에 있는 주유소라 오며 가며 일하는 모습을 보는 나는, 꼭 아이를 앵벌이 시키는 못된 엄마 같아서 마음이 편칠 않고 아팠다. 그런데, 딱 일주일 일한 딸은 너무 힘들어서 못 하겠다며 그만두겠다고 한다. 그게 또 속상하고 안타깝다. 

이제 멀지 않은 시간에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 밖으로 나가야만 할텐데 이만한일 하나 못 버티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은 것이다. 그래서 "네가 잘 생각해서 결정해라. 그런데 엄마는 네가 끈기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몰라주는 엄마가 무척 섭섭한 모양이다. 
힘들다는 딸의 말과 며칠만에 새카맣게 그을린 딸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한번 목표했던건 이루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모진말을 했던 것이다. 

원래 쉬는날이었던 하루를 쉰 다음, 딸 아이는 출근을 하겠다며 준비를 한다. 엄마의 말이 많이 섭섭하고 야속했겠지만 그래도 엄마의 뜻을 이해하고 알아주는 딸이 정말 기특하고 대견하다. 
다행히 일주일 동안 일하면서 그곳 사장님과 다른 직원들에게 밉상은 아니었던지 일하는 시간도 줄여주고 여러가지 편의를 봐주면서, 아이도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비록 몸은 많이 힘들고 지치겠지만 이번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돈보다 더 큰 값진것을 배우는 딸 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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