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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나와 불교의 인연을 돌아보며
2013-05-18 01:53:10최종 업데이트 : 2013-05-18 01:53:10 작성자 : 시민기자   최지영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수원을 떠나 대전에 있었는데, 숙소 근처의 사찰을 다녀왔다. 예쁜 컵등 보시도 하고 부처님 탄신일을 짧게나마 즐겨보았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1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1
 
오늘은 불교와의 인연에 대해 써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어디 간다고 하면 그 곳이 어딘지도 모른 채 졸졸 따라나서곤 했던 때다. 방생을 가신다는데, 그게 뭔지도 모르고 또 따라났섰다.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절이다. 날씨를 떠올려 보았을 때 약간 더운 느낌이 있었는데, 이맘 때 쯤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도 많고, 그 틈에서 엄마를 잊어버릴까봐 열심히 따라다닌 기억이 있다. 

연못이었나, 강이었나, 물 주변에 서서 물고기와 거북이를 물가에 풀어준다. 거북이를 볼일이 그렇게 없었던 나는 그 장면이 참 신기했던 것 같다. 
목탁에 맞추어 무엇인가 한참 지루한 의식을 하는 거다. 
스피커로 가끔 "수리수리 마하수리...."뭐 이런 말이 나오면, 손오공의 주문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동작을 멈추었던 기억이 있다. 딱 그 부분만 귀에 들어오고 나머지는 그 말이 그 말 같다. 

한참의 지루한 시간 끝에 선물처럼 밥을 먹는다. 비빔밥이었는데, 절에서 먹는 비빔밥은 참 맛있었던 것 같다. 
이후에도 절은 부처님 오신날에 비빔밥을 먹으러 가는 나들이처럼 느끼며 지냈다. 절 밥을 먹은 그 의리 때문인지, 부모님의 영향인지, 종교를 물으면 그냥 '불교'라고 대답했다. 

이런 내가 자발적 '불자'가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일이다. 
경남 마산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마산은 고교평준화 지역이어서 학교가 무작위로 배정이 된다. 어떻게 하다보니 성지여고라고 가톨릭 미션스쿨에 배정이 되었다. 
초등학교 때 친구따라 성당을 가본 적이 있고, 수녀님도 좋은 사람들 같아 가톨릭이 싫었던 것은 아니다. 성당 밥을 먹어보지 못해서 그런가? 뭔가 어색한 문화의 느낌! 

그리고 매년 마다 절에서 밥을 먹고, 당당히 종교 칸에 '불교'라고 적어왔던 나이다. 미션스쿨의 입학은 내 생에 처음으로 종교가 삶의 이슈로 된 사건인 것 같다. 
입학하고 얼마되지 않아, 점심시간에 선배언니들이 교실에 들어와서, 불교 학생회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미션스쿨에 불교라?' 같이 밥을 먹던 초등학교 동창친구와 저기 신기하다며 호기심 반, 장난 반으로 가보았다. 

이후 마산에 있는 백팔사 라는 사찰에 토요일 마다 법회를 하러 가게 되었다. 남학교, 여학교 각 3개씩 6개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연합동아리이다. 참으로 학교보다 재미있는 사찰 생활이었던 것 같다. 나름대로 부서도 나뉘어져 있어서 동아리 모집 기간에는 선배들의 유치 작전도 있고. 교리 시험도 치고 그랬다. 

그때를 계기로 불교에 대한 정보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긴 하다. 학교별로 선배들이 반야심경 독송 점검도 하고. 학원 가는 차안에서 반야심경 외운다고 주절주절 했던 것 같다. 
외국어 같은 말들. 완전 암기력 테스트였던 것 같다. 자꾸자꾸 듣다보면 연결되는 것도 있고, 또 다른 대로 가버리기도 하고.. 했던 부분이 반복되는 끝이 없는 반야심경이 되거나 혹은 가운데를 끊어 먹고 너무 짧은 반야심경이 되어 버리곤 했다. 

학생회에는 남자 여자의 구분이 나름 있어서, 서로간에 존칭을 써야 했다. "법우님.. ~~~했어요?" 뭐 이런 식의.. 그것이 가장 엄격한 규율이었다. 밖에서 동기들끼리 반말 썼다가 선배들 귀에 들어가면 단체로 혼나기도 하고. 성별이 다르다면 선배 후배 동기.. 다 존칭을 써야한다. 
그래서 예의와 존중이 있는 문화였던 것 같다. 

부처님 오신 날 전에는 항상 연등을 만드는 것이 또 하나의 축제를 준비하는 기분이다. 수업 끝나고 법당에 모여서 촛불 켜놓고 연꽃잎을 말거나, 풀칠을 해주고 연등을 만들고 하면서 추억도 만들어 진 것 같다. 이후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촛불에 비친 여법우의 모습이 그렇게 이뻤다고 한다. 실제 부처님 오신 날을 전후해서 약간의 비밀 커플이 생기기도 했던 것 같다. 이맘때는 이런 게 또 얼마나 설레고 재미있나! 뭐 그런 야릇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그런 재미로. 

그리고 스님 법문을 들으면서 불교가 좋다는 생각을 하면서 학생회 생활을 했다. 나는 유난히 명상하는 것이 좋았다. 하계 수련회는 친밀감 향상 중심이면서 불교를 다룬다면 동계 수련회는 불교에 대한 집중 트레이닝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학생회는 꽤나 자생적이어서 선배들이 반야심경 이런 것을 강의를 해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아마도 본인들도 잘 모르면서 아는 척 알려주신 것 같다. 그래도 후배들은 또 열심히 듣고. 그 중에 명상을 하면,, 한 40분의 시간도 나는 너끈이 보내버리곤 했다. 친구들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 혹은 선배들이 내리치는 죽비소리가 들리곤 하는데, 그런 소리 때문인지,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것. 내 몸의 작은 떨림 하나를 감지하는 아주 묘한 기분들이 좋았다. 

그냥 온전한 나를 만나는 그런 느낌. 그 이후에는 조용한 법당에 혼자 앉아서 명상을 하기도 하고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기억은 이러저러해서 학교 생활보다 불교학생회 생활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이후에도 대학생이 되면서 어린이 법회를 하게 되었고, 서울에 취업해서도 계속하면서 한 10여년을 어린이 법회를 했다. 
그리고 복지관을 그만두고 정말 불교 일을 제대로 해보고 싶어서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간사도 한 3개월 정도 했다. 내가 생각한 일과 다르고, 더욱 적합한 사람이 있어 그 곳을 나와 청소년 수련관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내 이력서에도 감춰져 있는 불교레크리에이션협회 간사... 

프리랜서가 되고도 어린이 불교계를 위한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코칭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비전을 다루다가 이런 사명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코칭이 끝나고 그 코치분께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자신도 불교인데 정토회를 다니면서 불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되었다며 정토회를 추천해 주셨다. 불교에 대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개발하려면 불교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 그럴까 했는데, 마침 접수기간이어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불교대학, 경전반, 인도 성지순례까지. 그렇게 불교가 내 삶으로 들어왔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2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2
 
인도성지순례 (2011년. 사르나트) : 부처님께서 최초로 설법하신 곳 이 글을 쓰면서.. 나와 불교의 인연... 그리고 내가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리고 한 동안 그 궤도에서 벗어나 지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는 뼛속까지 불교인이고, 불교를 사랑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얼마나 불교생활을 즐겁게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또 얼마나 열정적이었는지 과거의 나를 만났다. 그리고 불자로서 하고 싶었던 그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문득 하게 된다. 오늘은 불교에서 헤어지는 인사말로 마무리 할까 한다. "성불(成佛)하십시오" 아니 더불어 "성불합시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3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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