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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도 독서토론이 가능
실로암 시각장애이 복지관을 방문하다
2013-05-14 13:57:17최종 업데이트 : 2013-05-14 13:57:1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시각장애인과 독서토론이 가능하냐구요?

책을 읽는다는 것은 눈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만이 아니다. 책을 손으로 느끼기도 하고, 음성을 통해서 듣기도 한다. 어떻게든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면, 세상과 나의 새로운 차원의 만남이 열린다. 
시각장애인들은 주로 점자로 된 책을 읽거나 음성 파일로 책을 듣는다. 더디고 느릴 수 있지만, 시간은 문제되지 않는다. 읽고 사유하고 말하는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능한 사유방법이다.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들과 독서토론을 할 기회가 생겼다. 원래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독서치료 수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강좌의 내용을 독서토론수업으로 바꾸어버렸다. 
같은 책을 읽고 다 같이 토론을 하는 경험이 이들에게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토론은 책을 통해 나의 생각을 정교화하는 과정이며,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시간이다. 
나홀로 읽는 책과 다함께 읽는 책은 어쩌면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공동의 생각들이 토론에서 오고간다. 토론은 그래서 열린 학교이다. 

"저는 수십 년을 살아오면서 독서토론을 처음 해 봅니다. 시각장애인이 된 후에 음성으로 혹은 점자로 책을 읽을 기회는 많았지만, 토론을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나와 책에 대한 내 생각을 말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재밌습니다. 어떤 다른 곳에서 배우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토론 기회를 주신 복지관과 선생님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시각장애인도 독서토론이 가능_1
독서토론을 처음 경험한 시각장애인 소진원 님. 밝은 표정으로 사진찍기를 원하셨다

중도실명 장애를 겪고 계신 손진원 님의 말이다. 시각장애인이 되기 이전에는 군인이셨다고 한다. 세상에 모든 것을 손에 가진 듯 씩씩하고 당당한 분이었다고 한다. 
사고로 실명을 한 후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장애 때문에 가족에게 고통을 줄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실명 후 다시 재활교육을 통해서 안마를 배우게 되었고, 그것으로 평생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잘 했다고 말하신다. 상황이 중요한 게 아니다.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마음과 가치관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독서토론은 한국 단편소설을 텍스트로 하여 이루어졌다. 김훈, 박완서, 신경숙, 성석제, 김애란, 김영하, 박민규 등의 현대작가들이다. 
그리고 소설 모두 단편으로 지정하여 금방 읽을 수 있는 텍스트를 선정했다. 그래서 읽기에도 부담이 없게 하여 참여율을 높였다. 단편이지만 압축된 스토리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서울에는 두 곳의 시각장애인 복지관이 있다. 다양한 복지관 내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이처럼 독서와 토론을 진행하는 것은 첫 시도였다고 한다. 보통 도서관에서 독서토론 강좌 및 모임들이 있지만 장애를 가진 분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독서관련 프로그램들은 전무하다. 

시각장애인들이지만 독서경험은 깊을 수도 있다. 중도실명장애인 박권찬 님은 오히려 일반인들보다 책을 더 많이 읽는 다독가였다. 안 읽은 책이 없을 정도다. 복지관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해 점자로 책을 제작하고, 음성 파일로 만들어서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빌려주기도 한다. 장애인들도 독서할 수 있는 기회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도 독서토론이 가능_2
시각장애인과 독서토론을 하다

토론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깊어지고, 책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다. 사람을 통해서 배우고, 책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온 몸의 감각으로 읽을 수 있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장애가 있든 없든 책은 놀라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시각장애인들과의 독서토론 경험은 다양한 배움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됐다.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장애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삶을 통해서 그리고 경험을 통해서 배움이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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