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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여동생이 마음 담아 보낸 선물
나이 먹으면 사람이 그리워져
2013-05-14 23:13:50최종 업데이트 : 2013-05-14 23:13:50 작성자 : 시민기자   하주성
막내 여동생이 마음 담아 보낸 선물_1
막내 여동생이 보낸 밑반찬의 운송장
 
지난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지인들과 함께 산행을 하고 돌아왔다. 여기저기 들려 집으로 오니, 문 앞에 커다란 박스가 하나 놓여있다. 그 전에 전화로 통화를 했기 때문에, 무엇인지 짐작은 간다.
"내가 다음 주에 밑반찬 좀 해서 부쳐줄게"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을 쓰고 그러냐. 아무 것이나 먹고살면 되지"
그런 통화를 하고 난 후에 도착한 소포인지라, 그것이 무엇인지는 풀어보지 않아도 알 것만 같았다.

막내 여동생이 마음 담아 보낸 선물_2
상자 안에 들어있는 반찬통들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정말 잊고 살았다.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을 그저 세상에 혼자인 듯 살았다.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주변에 누가 있는 것인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사람이 외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로 할 짓은 아니란 생각이다. 하지만 어쩌다보니 주변이 그렇게 되었다.

아이들과는 전화도 하고 가끔은 얼굴을 보기도 하지만, 형제들과는 한참이나 잊고 산듯하다. 부모님들이 돌아가시고 난 뒤 살다가보니 그렇게 되었다. 막내여동생은 가끔 잊을 만하면 전화를 하고는 하지만, 천성이 차가워서 그런지 한 번도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던 것만 같다.

그런 막내가 전화를 하고 오빠 생각을 해서 반찬을 만들어 보낸 것이다. 상자를 열어본다. 별별 것이 다 들어있다.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난 뒤, 늘 생각만 하고 있던 달래장까지 챙겨 넣었다. 그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오빠의 식성을 기억해내고 있는 막내. 갑자기 코끝이 시큰해진다.

막내 여동생이 마음 담아 보낸 선물_3
이것저것 많이도 보냈다
 
나이가 먹으니 사람들이 그리워져

나도 이젠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하긴 20년이란 세월이 그리 짧은 시간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그 오랜 세월을 외롭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는 것에 감사를 할 수밖에. 아마도 주변에 워낙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듯하다. 

그렇게 살 수 있도록 나를 지탱한 것도 결국은 일이었다. 아침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답사를 하고, 돌아오면 글을 썼다.. 또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보니, 외로움 같은 것은 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주변 사람들에게 늘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아직 '고맙다'라는 표현 한 마디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제 나이가 먹다가 보니 그래도 생각나는 것이 '가족'이란 단어인 듯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생각을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한 세상을 살아가는 수밖에. 그것조차도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막내 여동생이 마음 담아 보낸 선물_4
막내가 보내준 밑반찬 덕분에 푸짐한 상이 차려졌다
 
이것저것 꼼꼼하게 챙겨서 보내준 마음

늦었다. 한참이나 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늦었다. 그리고 이제는 돌아갈 수도 없다. 
하지만 잊지 않고 마음까지 담아 보내준 막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막내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라는 말을 한 것도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다. 그 한 마디가 어찌 그리도 하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이제는 그동안 외로움을 잊을 수 있도록 함께 해 주었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 것만 같다. 지금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그래도 고마움이라도 표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오랜 시간 잃고 살았던 입맛을 되돌릴 수 있도록, 마음까지 담아 보내준 막내의 선물에 오늘 저녁 밥상은 꽤나 푸짐하게 차려졌다.

막내 여동생, 소포, 밑반찬,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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