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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
2013-05-15 10:44:22최종 업데이트 : 2013-05-15 10:44:2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해마다 돌아오는 스승의 날이 되면 잊고 지내던 선생님이 생각난다. 나의 삶에 있어 스승님이란 꿈을 갖고 인생을 바른 길로 이끌어준 두 분이다.

한 분은 중학교 때 국어과목을 담당했던 양연동 선생님이시고 한 분은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상사로 처음 만난 이은철 과장님이시다.

세 개 반 밖에 되지 않았던 강원도 산골 중학교에서 만난 양연동 선생님은 시를 좋아하고 문학이 무엇이지 꿈을 갖게 한 분이다. 삼월 입학하여 국어시간, 국어담당 선생님으로부터 시를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시의 주제는 무엇이고 제재는 무엇이고 운율이 어떻고 율격이 이렇다고 설명해주어도 그런 낱말의 뜻조차도 감이 오지 않았던 시절이다. 

집집마다 카세트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 어느 날 미니 카세트를 들고 와 선생님께서 들려주신 시 낭송은 감동 그 자체였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중학생인 나는 멋들어진 성우들의 목소리로 목마와 숙녀, 인생찬가, 별 헤는 밤 등 장유진, 유강진, 양지운 등 성우의 이름을 기억할 정도로 가슴 벅찬 사건이었다. 

소녀의 첫사랑의 아픈 기억처럼 그 시 낭송 울림은 가슴 절절 눈 감으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가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눈을 뜨고 있어도 넋을 내려놓은 사람처럼 마냥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 후로도 몇 번의 시 낭송 테이프를 더 들려주셨고 그 속삭임을 들은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그 시는 나를 위해서 맞춤으로 지어진 것이었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속삭임은 나만을 향한 속삭임이었다. 

아직도 분명하게 생각나는 것은 국어 교과서 거의 마지막 부분에 나왔던 문학이야기다. 굉장히 많았던 페이지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외워버렸던 기억 그리고 그 때 처음으로 접했던 근현대 소설을 읽으면서 희미하게나마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그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던 시절이다.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_1
잊지 못할 나의 선생님_1

또 다른 분은 직장에서 상사로 만난 이은철 과장님이다. 지금이야 퇴직하시고 그 회사에 안 계시지만 친정 갈 때 영동고속도로 변에 있는 회사를 지날 때마다 그 분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세상 물정 아무것도 모르고 호기심 많았던 이십대 초반의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분이다. 

집에서 독립하여 기숙사에서 지냈던 때라 잔소리 하는 사람도 없었고 조직 생활에서 주어진 규칙만 잘 지키면 누구의 구속도 받지 않았던 때이다. 부모님이 보살펴 준 시간이 답답하게 느껴졌고 나의 힘으로 경제적 수입이 있다는 것과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신이 났던 때이기도 하다. 꽃 같은 이십대 초반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도 좋아하고 같은 부서 남자 직원들과 어울릴 기회도 자주 있었다. 

그런 자유를 만끽하고 지낼 때 내 인생에 끼어드는 사람이 이은철 과장님이었다. 사무실 언니들과 밤늦도록 놀고 다음 날 출근하면 어떻게 아셨는지 주의를 주시고, 타부서 남자 직원들이 나에게 관심을 표하면 남자들의 속성에 대하여 적나라하게 지적해 주시기도 했었다. 

나와 비슷한 조건의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여직원들은 입사하고 사내 연애를 하여 결혼 전에 함께 사는 친구들도 많았다.
사사건건 이것은 안 되고 나쁘다고 지적하고 함께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참 어려운 상사였는데 세월이 지나보니 가장 그립고 보고 싶은 분이다. 

철모르고 날 띠던 시절 아버지처럼, 부모님처럼 올바른 길을 갈 수 있게 이끌어 주었던 아버지 같은 분이다. 부모님의 품을 벗어나 타향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때 그분이 안계셨다면 유혹 많던 이십대 초반을 잘 보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양연동 선생님은 나의 인생에서 삶을 풍성하게 해 주는 꿈을 갖게 해 주셨고 이은철 과장님은 윤리적으로 올곧게 세상을 착한 눈으로 살 수 있게 이끌어 주신 분이다. 
스승의 날을 맞은 아침 삼척에 계신 양연동 선생님과 울산에 계신 이은철 과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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