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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복(人福)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2013-05-10 22:40:57최종 업데이트 : 2013-05-10 22:40:5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사랑이든 정이든 항상 일방적일 수는 없다. 열 개를 받으면 나도 몇 개는 줘야한다. 무엇인가 받을 때마다 계산해서 이쯤에서는 사례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염두에 둘 것 까지는 없지만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른다면 그 관계를 계속 유지 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사람의 관계란 어렵고도 쉬워서 어떤 사람에게는 지속적으로 내가 챙겨줘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기분 좋은 챙김을 당할 때가 있다.

먹는 것에 까다롭지 않은 나는 특별히 싫어해서 편식을 한다든가 골라 먹으러 다니는 편도 아니다. 특별히 싫어하는 음식이 없는 대신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없을까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그동안 아이들과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느라 나의 생각을 해 볼 겨를이 없었지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외출을 다녀오는 나를 경비실 아저씨가 불러 세우고 종이가방을 건네준다. 건네받은 종이가방은 꽤 묵직하다. 열어보니 다듬은 물고기와 산나물 봉지가 들어 있다. 

인복(人福)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_1
인복(人福)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_1

인복(人福)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_2
인복(人福)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_2

해년마다 이맘때 직접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보내주시는 지인이 있는데, 파릇파릇한 새순만 굉장히 좋아하는 남편의 식성을 아는지라 산나물이 아니어도 밭에 다녀올 때마다 직접 키운 채소를 날라다 주신다. 
산나물 이름은 알 수 없지만 한 입 깨물어 씹어 보았더니 굉장히 쓰다. 어른들이 말씀하시기를 쌉쌀한 나물을 먹으면 없던 입맛도 돌아온다고 했는데 쌉쌀한 정도의 향이 정말 진하고 입안에 군침이 돈다.

지인에게 감사의 전화들 드렸다. 매번 챙겨주심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지인이 웃으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매운탕이라며" 한다. 가끔 매운탕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아닐까하는 생각은 했었다. 가평 본가에 갔다가 아저씨가 직접 잡은 물고기이니 맛있게 먹으라 하신다. 

이렇게 뜻하지 않게 고마운 선물을 받으면 감사한 마음도 크지만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더 앞선다. 생각에는 식사 초대라도 해야지 하는데 그 생각은 잠깐이고 지나가면 또 잊어버리고 지낸다. 

살면서 가장 큰 복은 무엇일까? 인복이다. 사전에서 보면 인복이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많이 받는 복이라고 써져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복이 있는 사람일까? 점집에서 점을 쳐본 적은 없지만 나에게 사람들이 가끔 복을 불러오는 코를 가졌다는 말을 한다. 

그 중에서도 나의 귀를 보면 부처님 귀 같다고 복 있는 귀라고 말하면서 귀에 상처내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이는 사람들도 있다. 아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나는 귀걸이를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복 있는 생활이 구멍 뚫으면서 복이 나가는 출구가 될까 막연하게 경계하는 것이다. 중국 속담에 귀가 크면 복이 있다는 말도 있다니 조심하여 복을 지키고 싶은 생각이 내면에 깔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내가 편하게 생각하고 싶은 대로 하는 어리석은 마음이다. 마음이 덜 성숙한 아이의 마음과 같다. 나이를 먹으면 그 사람의 얼굴에 성품도 묻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마흔 전의 얼굴은 부모님이 주신 것이지만 그 이후로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내 주변의 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 진실로 감사한다. 나의 덕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들 숲에서 모자란 인품을 닦으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푸름이 더해가는 신록의 계절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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