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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이런 것
여주에서 진짜 쉼을 얻다
2013-05-12 08:37:58최종 업데이트 : 2013-05-12 08:37:5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무작정 떠난 여주 여행

"선생님, 어디 인근에 좋은 데 없을까요? 수원에서 가까운 절 같은 데 바람쐬고 올만한 데 알려주세요!"
이렇게 전화통화한 것이 잘못이었다. '주소 찍고, 여주로 와' 라는 말 한마디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달려 도착한 여주군 북내면에 도착했다. 

도자기 공방을 하시는 도예가와 서양화를 그리시는 화가 부부의 집이다. 작업실도 있고, 전통 가마도 있고, 전시실도 소박하게 있다. 방 두 칸짜리의 살림집도 이어져있다. 주변은 온통 산으로 뒤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고, 앞에는 논과 밭이다. 도착한 순간, '우와!'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여행이란 이런 것_1
여행이란 이런 것_1
 
처음 보았지만 마음으로 맞아주시는 주인장의 미소와 턱수염을 잊을 수가 없다. 부부는 닮은 듯한 표정으로 처음 보는 방문객을 맞아주셨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이 일상의 삶인 듯 자연스럽다. 고기를 굽고,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나이와 하는 일, 성별을 뛰어넘어 삶이 한 무데기가 된다. 

주변 풍경 때문에 그리고 좋은 공기로 인해 술이 들어가도 정신이 더욱 또렷해진다. 가벼운 이야기에서부터 깊이있는 이야기까지, '사는 게 바로 이런거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여행이란 이런 것_2
여행이란 이런 것_2

직접 냇가엣 잡아온 고기로 끓인 매운탕, 좋다! 

주인장 도예가 부부는 20년 전 이곳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도시생활의 갑갑함을 벗어던지고,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흙으로 그릇을 굽는다.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삶일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시골생활이 어찌 쉽기만 했으랴. 

불편함을 감수하고 추위와 더위 혹은 벌레를 이겨내어야 한다. 예술가로서 작품을 만들어내고, 생계를 위한 고생을 감수해야 한다. 농사도 짓고, 스스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어야 한다. 그림 그리고 도자기 만드는 일로 먹고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돕는 손길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삶의 다른 가치관을 본다. 내 것이 없어도 나눌 수 있는 삶을 말이다. 가지지 않아도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삶 말이다. 냇가에서 고기 몇 마리 잡아 와서 매운탕을 끓여내어주신다. 어망을 낮에 걸어두었는데, 16마리의 손가락만한 고기들이 잡혔다. 자잘한 고기들로 어떤 맛이 날까 궁금하다. 

매운탕에 넣은 미나리는 인근 논에서 쑤욱 뽑아온 것들이다. 고추장 한 숟갈 풀어내어 끓인 매운탕 수제비는 최고였다.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만들 때 좋은 것을 계속 첨가하여 맛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곳의 음식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고기 몇 마리, 고추장 몇 숟갈, 미나리향이 전부다. 
그럼에도 자연의 기운이 어우러져 있는지 너무나도 잊을 수 없는 깊은 맛을 만들어낸다. 또 하나의 삶의 진리를 얻어간다. 더하는 삶이 아니라, 빼는 삶 말이다. 

여행이란 이런 것_3
여행이란 이런 것_3

나무 아래, 한 자리 모여앉아 먹고 마시는 모습 

'여행을 간다'고 하면 우리는 꼭 무언가를 보려고 한다. 명소를 찾으면서 '나 여기 왔다'는 식으로 사진을 찍고 기록을 남긴다. 여행책자나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서 꼭 가보아야 할 어딘가를 찾는다. 
그러나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의 벗어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치열한 삶, 일상의 바쁨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삶의 활기를 얻는 것이 여행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작은 것에서 감동을 느끼면서 '아하!'를 외치는 것이 여행이다. 

여행이란 이런 것_4
여행이란 이런 것_4
 
도예가의 작품들

늦은 밤, 부부는 자신들이 자는 방을 내어주셨다. 전기장판을 깔아 놓아 따뜻해다. 오래되어 낡은 집, 살림살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집이었지만 편하게 잘 잤다. 밤늦게까지 마신 술이 말짱 깨어났는지 눈을 뜬 아침, 기분이 좋다. 

꾸미지 않아도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일 수 있는 사람들. 요즘 세상에 흔치 않는 분들이다. 처음 본 사이지만 말이다. 여주의 맑은 공기 마시면서, 아침에는 인근의 소박한 절에 가서 마음을 다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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