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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변 봉투를 아십니까?
'엄마, 아빠 어렸을 때 책가방 속에는' 전시를 보고
2013-05-08 17:26:27최종 업데이트 : 2013-05-08 17:26:27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여러분들은 요즘 자녀의 책가방을 열어 본적이 있습니까? 열어 보았더니 무엇이 들어 있던가요? 우리 집 작은 아이 가방을 언젠가 열어 보았더니 도시락만한 필통 안에 무지개 색깔만큼 다양한 색깔 펜과 교과서는 몇 권 없고 문제집과 깜지 쓰는 연습장 있었고 그리고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어요. 요즘 학생들 책가방은 예전보다 크기가 무척 커 졌는데 학생들마다 다르겠지만 내용물은 더 부실해진 듯합니다.
영통도서관에서 '엄마, 아빠 어렸을 때 책가방 속에는'라는 주제로 특별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1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1

60~70년대만 하더라도 책가방은 국민학교에 입학해야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1975년만 하더라도 입학식 날 책가방을 가지고 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흔히 '책보'라고 하는 책을 보자기에 싸서 다녔는데 그런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창피하거나 위화감을 느낀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2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2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3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3

피부는 까맣고 코 흘리는 아이들은 어찌나 많던지 그래서 그랬을까요? 국민학교에 입학하는 날 왼쪽 가슴에는 명찰과 손수건을 붙이고 다녔습니다. 명찰만 붙이고 수건을 달고 다니지 않으면 선생님께서 혼도 나곤 했는데, 휴지가 요즘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코가 나오면 옷소매로 스윽 닦아 나중에는 소매가 반들반들해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얼굴에는 허옇게 버짐이 피는 아이들도 있었고 학교로 보건소에서 예방주사를 놓기 위해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면 서로 앞에서 맞지 않으려고 했고 어떤 아이는 화장실에 도망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특히 '불주사'라고 불렀던 것은 어깨에 맞았는데 정말 많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신체검사 할 때는 남자아이들은 런닝셔츠나 얇은 옷을 입고 검사를 했는데 속옷을 챙겨 입을 형편이 되지 않았던 아이들은 상의를 모두 탈의 하고 검사를 받았습니다. 속옷을 챙겨 입은 아이보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훨씬 많아 창피해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목욕을 자주하지 않아 때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선생님께서 목욕하기 숙제를 내 주시고 다음날 검사 받게 했었습니다.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4
채변 봉투를 아십니까?_4

지금 아이들에게 채변봉투를 나누어 주면 어떤 얼굴을 할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기생충 검사를 하기 위해 대변을 비닐 봉투에 넣어 제출하는데 그날은 교실이 아주 아수라장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급장이 큰 봉투를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수거를 했는데 지나갈 때 코를 잡고 얼굴을 돌리고 토하는 흉내를 냈습니다. 
가져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넓은 종이를 주고 화장실에 가 직접 봉투에 담아오라고 했는데 선생님께서 시키면 모두 해 왔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그것이 다 본인의 것인지 의문입니다.

지금이야 학교마다 영영사가 학생들의 건강을 고려하여 식단을 짜고 영양가 있는 급식을 모두 먹을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그런데도 급식이 맛이 없다느니 불평이 많습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끔은 굶기고 싶습니다. 
지금과 예전과 비교자체를 할 수 없지만 그 시절에는 도시락을 모두 집에서 싸 와야 했는데 영양은 고사하고 가져갈 수만 있으면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시락 싸 올 형편이 되지 못한 아이들 중에 반에서 4-5명은 빵을 지급했었는데 그것이 무척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도시락 반찬으로는 대부분 나물이나 풀 종류였던 것 같습니다. 봄에는 마늘쫑 볶은 것, 여름에는 감자 볶은 것, 겨울에는 김치 볶은 것을 많이 먹었는데 제가 가장 싫어하는 도시락 반찬은 오징어채 볶음이었습니다. 오징어채는 다른 반찬보다 여러 번 씹어야하기 때문에 도시락 얼른 먹고 운동장에 나가 놀아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참 갑갑했었습니다. 

점심시간마다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놀이, 공기놀이, 사방치기 이런 놀이를 하다보면 항상 시간이 모자라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 시작종이 울리면 아쉬웠습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분단을 나누어 교실청소와 바깥 청소를 했습니다. 나무 바닥으로 된 교실과 복도는 빗자루로 먼저 쓸고 손걸레로 닦아야 했습니다. 학교에 손님이라도 오면 전 날은 바닥에 초를 칠해서 반들반들하게 닦아야했습니다. 
학교에 오는 손님 중에 가장 무섭고 어려운 분이 장학사였던 것 같습니다. 그 분이 오기로 하는 날에는 얘기도 맘대로 못하고 조용하게 있어야 하고 뛰어다니다가 걸리기라도 하면 아주 엄한 벌을 받아야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문방구에 들러서 저가식품을 사 먹기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도 재미있는 놀이는 참 많았습니다. 얼음땡도 하고 뛰어가면서 색깔 찾기 놀이도 하고 마을 입구를 들어서는 서낭당에 있는 참죽나무 그늘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했습니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이 요즘 아이들의 놀이문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엄마, 아빠 어렸을 때 책가방 속에는' 전시를 보고 아이들과 부모님과의 세대격차를 줄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 기간: ~~ 5월 16일까지 
전시 장소 : 영통도서관 1층 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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