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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새가 들에는 꽃이 사람을 살린다
먼 바하두르 구릉의 고마운 친절, 아내 덕
2013-05-07 08:41:06최종 업데이트 : 2013-05-07 08:41: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카트만두에서는 밤에도 새벽에도 시간대 별로 다른 노랫소리가 들린다. 새의 지저귐이다. 낮이라고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네팔 천지 어디를 가도 새의 노랫소리는 사람이 함께 살아있다는 실감을 하게 한다. 

들이나 산길에 접어들면 계절의 흐름 따라 다른 꽃들이 피어나는 것도 사람을 살리는 자연의 섭리 같다. 그런 생각을 깊이 하게 되는 것이 자연의 축복을 누리고 사는 네팔에서 더해지는 생각이다. 
사람이 산다는 것에 수많은 다른 갈래들이 있다. 네팔의 빈한함을 보는 사람들은 안 되었다고 말하기가 쉽다. 그러나 깊은 산골을 가다보면 또 우리라고 꼭 잘살고 있다는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산에는 새가 들에는 꽃이 사람을 살린다_1
산책길에서 만난 꽃이다. 막 꽃을 피우려고 몽울이 맺혔다.

산에는 새가 들에는 꽃이 사람을 살린다_2
찬란한 일출이 페와호수를 비췄다.

아침 산책길을 나서면서부터 열창에 가까운 새의 노랫소리는 아침 공기의 밝은 바람과 함께 살아있음을 즐겁게 한다. 자연은 이처럼 사람의 삶의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인위적인 것들로 넘쳐나는 문명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낯선 여행자에게는 축복을 준다. 원래의 의미로 돌아가라는 자연의 메시지는 그대로 축제와 같은 것이다. 새들도 꽃들도 나름 그런 즐거움이라도 느끼는 모습이다.

아침의 상쾌함은 세상 모든 것이 나를 향해 웃고 달려오는 것처럼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렇게 아침을 걷고 나서 게스트 하우스의 사장 먼 바하두르 구릉이 만들어준 치즈 샌드위치와 진한 커피 한 잔은 몸과 마음을 모두 든든하게 했다. 
사람의 일생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언덕너머 히말라야의 모습은 아스라한 옛 이야기처럼 멀고멀기만 하다. 바쁠 일 없이 게스트 하우스에 함께 머문 러시아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독일에서 온 나이든 여성의 발랄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산에는 새가 들에는 꽃이 사람을 살린다_3
아련한 그리움을 떠올려도 좋을 모양의 가느란 꽃이 하얗게 피어났다.

산에는 새가 들에는 꽃이 사람을 살린다_4
페와 호수를 노저어 건널 것이다. 연세가 있으신 초행의 여행자께서도 아침의 상쾌함을 만끽하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여행지에 오면 동심의 강줄기를 붙잡게 되는가 싶어지는 순간이다. 천진난만한 할머니 같고 아줌마 같은 홀로 즐거운 사람이다. 
물론 우리 일행도 즐겁지 않은 것이 아니나 활발한 표현은 못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매년 이곳을 찾아 2~3달을 머물고 간다는 것이 주인장의 귀 뜸이다. 당일을 머물고 가는 우리 일행에게는 참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어쩌랴, 막연하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도 삶의 여정에서는 즐거운 일이다.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고 길을 나선다. 하산이라고 하기에는 멋쩍은 높이에서 다시 보트를 타고 강을 건너기로 했다. 
계산을 마치고 길을 나서려는데 먼 바하두르 구릉 사장은 방세만 받고 음식 값과 술값을 계산하지 않았다. 나는 나를 찾은 손님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서운하지 않게 값을 치렀다. 

고마운 친절이다. 아내가 구릉족이라고 덕 보는 기분이다. 사돈이 되는 구릉족 친구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 네팔 말로 먼은 마음이고 바하두르가 더해져 신의 경지처럼 높은 세계를 구축한 마음이라는 뜻인데 그런 친절을 받는 기분이다.

 

먼 바하두르 구릉, 포카라, 페와호수, 아침 산책, 히말라야, 김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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