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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
2013-05-08 10:47:14최종 업데이트 : 2013-05-08 10:47:14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짧은 한글 실력으로 어버이날 편지를 이렇게 썼다.
'부모님께, 사랑해요 엄마 아빠'
여기까지는, 어버이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편지의 시작이다.

'청소 도와 드릴게요'
오~ 요기까지 보고 나서는, 와 요 녀석 학교 가더니 의젓해 졌네 싶었다. 그런데 문제의 다음 구절이 이어진다.
'제발 자지 마세요. 너무 많이 자요. 일요일에 자도 너무 많이 자는 거 같아요. 자는 건 30분만 자요'

어버이날,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_1
어버이날,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_1

선생님께서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라고 했나 보다. 아~우리 아들 요즘 말로 '돌직구'를 이렇게 날리다니...웃기면서도 뜨끔하다. 
성격 느긋한 우리 부부, 주말 아침은 늦잠 자는 날로 못 박아 두고 살았는데, 이것 참 부끄러운 일이다. 엄마 아빠의 게으른 습관을 지적해준 우리 아들의 솔직한 편지, 오래 동안 간직해야 겠다. 

감사해요. 고마워요. 건강하세요. 이런 예쁜 말도 듣기 좋지만, 솔직하고 순진하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을 쓴 아들의 패기가 맘에 와 닫는다. 
얼핏 보면 맞춤법도 엉터리에 대충 대충 한 것 같지만,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마나 집중해서 만든 건지 눈에 선하다. 나름 정성을 많이 기울였다. 테두리를 빨강, 노랑, 파랑으로 알록달록 꾸민 것 하며, 안마해 드리기, 세차해 드리기 등 효도 쿠폰 내용도 잘 꾸몄다. 

6살 둘째의 편지를 보고는, 푸하하... 웃음부터 났다. 아빠, 엄마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건 완전 만화 캐릭터 '졸라맨'이다. 유치원생이 부모님에게 하고 싶은 말이야 아직은 사랑 한다. 감사한다. 이런 고운 말들,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림도 글자도 뜻하는 대로 써질리 없는 울 둘째, 신경질 올라오는 것 꾹 참고 열심히 그렸을 거다. 고맙다.

어버이날,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_2
어버이날, 아이들의 편지를 받고_2
 
나도 학교 다닐 때 어버이날마다 수 없이 편지를 썼다. 만날 얼굴 부딪치고 사는 가족 끼리 무슨 날이라고 뾰족이 할 말이 없어, 그저 감사드린다는 말만 여러 번 써서 간신히 편지지 여백을 채웠던 기억도 난다. 
당시에는 수업시간 으레 하는 걸로만 여겼는데, 나 자신이 부모가 되고 아이의 편지를 받고 보니, 우리 부모님도 내 서툰 편지에서 위로를 받으셨을까 싶다.

그러고 보니 어버이날에는 우리 아이들, 이렇게 꼬박꼬박 편지를 써 오는데, 정작 어린이날에는 선물만 안겨줬지 이런 편지 한 통을 써준 적이 없다. 때로는 말 백 마디 보다 짧은 글이 마음 깊이 새겨지는데 말이다. 아이들에게도 많이 사랑한다고 답장을 써야겠다. 
게으름은 이제 그만, 가족끼리 마음을 주고받는 편지 쓰는 습관, 내 아이에게 물려줄 참 좋은 유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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