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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
인연과 인연을 잇는 자리에서
2013-05-05 09:15:41최종 업데이트 : 2013-05-05 09:15:41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아침 7시에 출발한 버스는 오후 2시 30분, 그러니까 일곱 시간 삼십분 버스를 탄 것이다. 곧 포카라의 명소? 소비따네 한국식당을 찾았다. 한국인들이 못하는 한국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곳이다. 
지칠 때는 어머니의 음식이 제일이다. 한국 사람에게 한식은 바로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니 한식을 맛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당일은 음식이 제 맛이 아니었다. 아쉬움이 컸지만, 어쩌랴!

시민기자는 네팔에 처음 온 한국 손님들에게 중매쟁이처럼 인연을 만든다. 소비따네 집에서 식사를 하고 곧 피자하우스 비제야 구릉을 찾았다. 포카라에 한국식 배달피자를 선보였다. 
그는 네팔에서 처음으로 배달음식장사를 한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을 배워온 덕을 단단히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가 고마운 것은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을 기뻐한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한국에 다녀온 후 피자집 귀퉁이에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영업장이 더해졌다. 

지인과 커피를 마시고 인사를 나눈 후 포카라 호수를 가로질러 온 게스트하우스 사장과 만나기로 했다. 하루 묵어가는 길이지만, 먼바하두르 구릉은 반갑게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왔다. 하늘은 뿌옇다. 맑은 호수와 맑은 하늘, 그렇게 열린 하늘로 우뚝 솟아오른 천년세월 넘어 신비의 만년설이 쌓인 히말라야에 대한 기대는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잠시 후 비가 왔다. 강한 비가 오기를 기대한다. 강한 비가 내린 후 다음 날의 하늘은 맑게 열린다.

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_1
포카라에서 하루를 머물기로 했다. 호수 건너 게스트하우스에 사장 먼바하두르 구릉이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고 있다.

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_2
다음 날 아침 산책길이다. 가지에서 뿌리를 내린 나무, 가지에서 내려온 뿌리를 불잡고 신기해하는 지인

저녁 식사는 그냥 넘기기로 하고 커다란 호수와 별이 총총한 게스트 하우스에서 술잔을 기울이기로 했다. 지인과 나는 현지에서 만들어낸 꼬두로 만든 럭시를 마시기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늦은 오후 어둠이 내리는 자리에서도 새 소리는 기분을 좋게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가 노래한다고 했을까? 

잔을 더해가면서 어둠이 깊어진다. 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 호수 건너 포카라 도심에 불빛이 밝아진다. 주변의 산등성이, 산언덕에도 하나, 둘 불빛을 밝히기 시작한다. 화려한 밤이다. 지인 일행을 몇 개월 전 이곳에 안내해 머물게 하였지만 시민기자도 처음 맛보는 밤이다. 이제 다섯 번째 주인장과 얼굴을 맞대었지만 게스트 하우스에서 처음 머무는 밤이다. 참 좋다. 후일 소중한 나의 인연들과 다시 머물고 싶은 곳이다.

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_3
사진 왼쪽 편에서 올라왔다. 오른쪽으로 계단형 논밭이 보인다. 등성이로 난 길도 꾸불꾸불이다.

깊어진 어둠속에서 사람들은 불을 밝히고 있다_4
호수 건너편 높은 곳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포카라 주변을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마을에서 아침에 짠 우유를 들고 식당에 배달을 온 소녀, 진정한 웰빙 음식이 아닐까?

호수에서 잡아 올린 물고기를 구워 안주를 하며 마신 술기운이 아늑한 꿈을 꾸게 하는 시간이다. 아침이 그렇게 밝아왔다. 이른 새벽인데 호수의 설렘 때문일까? 새벽 공기를 마시러 방  문을 열고 나섰다. 아직 밝은 아침이 오려면 멀었다. 
다시 잠을 청하고 나서 깨어났다. 히말의 윤곽이 드러난다.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려는 것인지 파스텔 색감으로 열린다. 은은한 안개를 피워 올리며 열리는 하늘이다. 기대가 이루어지리라. 

참 다행이다. 손님을 안내하며 히말라야의 자태를 보여주지 못하면 안내자인 나의 잘못 같아지는 경험을 더하고 있다. 다행히 밝아온 아침 히말라야는 아스라하게나마 윤곽을 보여주었다. 
가끔은 히말라야를 보려는 목적이 전부인 사람들이 있다. 먼저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이더니 서서히 마차푸차레의 우듬지가 드러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보였다 가렸다를 반복했다. 시원스럽게 보여주진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다음 날을 기약하고 아침 산책을 나섰다. 사실 산책이라고는 하나 해발을 따지고 보면 산행이다. 맑은 공기, 낯선 산속 풍경들, 아침에 짠 우유를 식당에 배달하는 동네 소녀 등을 만났다. 
처음 네팔을 찾은 분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운 일이다. 일상은 그렇게 축적되고 그렇게 축적된 일상은 새로운 경험으로 쌓여 삶을 살리는 자양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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