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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2013-05-05 10:32:26최종 업데이트 : 2013-05-05 10:32:2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수원시민으로서 화성을 안내하는 일은 즐겁습니다. 
토요일 아침 용인성폭력상담소에서 교육을 마친 상담사 2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화성걷기를 하였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안내를 부탁받았는데 아직 병아리 수준의 화성안내를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기꺼이 봉사하는 마음으로 토요일 아침 화성 안내를 하기로 했습니다. 

모든 분들에게 기분좋은 환한 느낌을 주고 싶어 노랑색 옷을 입고, 야광핑크색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화성답사를 위해서 모인 20명 중 7명이 남성 교도관이었습니다. 
천안, 여주, 수원 등의 교도소에서 일하시는 교도관인데 인상들은 모두 푸근하였습니다. 안내를 위해 소개를 시작하자 한 분이 "역사공부라고 해서 나이 지긋한 남자 교수님을 생각했는데, 이렇게 젊고 발랄한 여자 분이 오시니 기분이 참 좋네!" 라고 말하십니다. 모두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해설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3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3

걷기가 조금 불편하신 몇몇 분들도 있어서 팔달산을 오르는 코스를 넣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감행하기로 했습니다. 서남암문과 팔달산의 성곽 뒷길, 그리고 서장대까지 오르지 않으면 화성을 제대로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화성행궁 주차장 뒤편 계단으로 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화성 축성의 배경, 사도세자의 묘소 이전, 화성성역의궤로 본 화성의 가치, 화성행궁의 방위적 위치 등 기본적인 내용들을 쉽게 스토리텔링하였습니다. 거의 대부분 수원 시민들이 아니어서 처음 듣는 이야기도 많았다면서 재미있어했습니다. 특히 화성을 축성할 때 '성과급'을 지급하였다는 이야기에 감동하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정조대왕의 사랑에 푹 빠진 시간이었죠. 

팔달산 일주도로로 올라 편안히 산책하듯 걷다가 다시 한 성큼 계단을 올라가 서남암문을 향했습니다. 화성의 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곳이 서남암문쪽과 팔달산 성벽입니다. 성벽 바깥 길을 걷는 것이죠. 운치있고, 성벽의 외관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구간이어서 사람들에게 굉장히 '오버'하면서 이야기합니다. 
북악산 성곽길, 인사동 쌈지길, 남산 둘레길 등 도심 속에 '걷기 좋은 길'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서울에 조성된 길에 못지 않게 팔달산의 화성 성곽길은 정말 최고라고 극찬하고 싶습니다. 데이트 코스로도 강추죠.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1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1

서장대를 올라서 화성행궁을 내려다보면서 과거 정조대왕이 군사훈련을 하는 장소였음을 설명했습니다. 정조는 문무에 능한 왕이며, 학식이 깊으면서도 실용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은 인재 등용과 비전이 뚜렷한 왕이었죠. 현 시대의 지도자들이 정조의 1/10만 닮는다고 해도 나라는 뒤바뀌지 않을까 농담섞은 이야기도 했습니다. 

또 멀리 보이는 만석거는 정조가 조성한 국영시범농장에 물을 대려고 만든 인공저수지임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군인들의 월급을 마련하고자 한 국영농장이었고, 이곳에서 1만석 이상의 쌀을 생산하라는 뜻에서 만석거라는 이름이 된 배경을 설명합니다. 
지금은 공원이 조성되어 테니스장, 운동장, 주차장 등이 들어서고 저수지의 60%이상이 매립된 상태이죠. 성곽이 유네스코 지정된 세계문화유산인 만큼 관련된 유적지에 대한 역사적 가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장대에서부터 서북공심돈, 화서문, 장안문으로 이르는 성곽길은 편안하고, 감미로운 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옛스러움과 현대적인 것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라고나 할까요. 성곽을 걸으면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성밖은 시끄러운 도시의 풍경입니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살아숨쉬는 도시가 바로 수원의 특징이 아닐까요. 

그리고 화서문 안에 있는 '공사실명판'을 직접 보면서 참여했던 인부들의 이름을 돌판에 새겨놓은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정조의 '인간 존중'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현장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사실 개인의 이름을 남기기보다는 그냥 조직과 부서의 성과 정도로만 치부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현대가 아닌 조선시대 정조대왕은 직접 화성축성을 하면서 인부들의 이름을 책과 돌에 기록하였다는 것은 정말 놀랍네요. 오늘 화성 답사를 한 이유가 바로 이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참가자가 이야기했습니다. 그만큼 공사 실명판이 감동적이었다는 말입니다.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2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2

답사의 마지막은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었습니다. 약간 지쳐하시는 분들을 위해 방화수류정 정자에 올라서 풍광을 바라보며 신나게 사진을 찍었습니다. 
군사 시설물이지만 너무 아름답고 섬세하고 정교합니다. 어쩌면 정조는 2기가 말하는 '디자인의 시대'를 이미 체득한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아름다움에 적들이 놀라 도망갈 것이라는 말 한마디를 하면서 규격화된 기존의 것을 탈피했습니다.

처음 화성을 접하고 걸었던 사람들은 잠시였지만 수원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멀리 외국 여행을 온 듯 기분이 묘하다고도 합니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바로 여행의 시작인 셈이죠.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재미있는 화성, 사람들과 의미를 나눌 때 더욱 행복해집니다. 

답사를 마친 후 생태교통 페스티벌을 준비하고 있는 행궁동 안쪽의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도로를 파헤치고 공사하는 것이 바로 9월에 있을 생태교통을 준비하기 위한 것임을 말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 9월이 되면 꼭 수원의 차 없는 거리, 다양한 운송수단을 체험하기 위해 꼭 오시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여행가기 좋은 5월. 신록이 푸르른 봄날 우리 한번 화성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제가 기꺼이 동행친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4
화성걷기 좋은 5월입니다 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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