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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
‘강원 잡곡 산나물 약초 보리쌀 아저씨’가게 주인 박경선씨
2013-04-29 10:21:16최종 업데이트 : 2013-04-29 10:21:1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수원사(수원포교당) 인근에 위치한 '강원 잡곡 산나물 약초 보리쌀 아저씨'가게. 
수원천변을 지날 때마다 늘 나의 시선을 끌던 간판이다. 
나의 고향은 강원도 화천, 물론 어릴 적 떠나온 동네이지만 일단 '강원도'라는 동향의식이 발동해 마음에 들고, 두 번째는 글씨가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소박해 더 눈길이 끌렸다.

수없이 그곳을 지나치면서 늘 주인장이 궁금하였는데, 드디어 만났다. 바로 어제. 
주인장으로 보이는 이가 상점 밖에 진열된 잡곡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기회다싶어 바로 말을 건넸다.
"사장님! 여기 이 콩 한 되에 얼마예요?"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1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1

좁은 가게 안에 달항아리 그림이?

10평 남짓한 가게 안에 들어서면서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 산나물과 약초들 사이로 그리다 만 화선지와 붓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무슨 일인가싶어 바로 시야를 넓히니 싱크대 위엔 채 마르지 않은 먹물이 그대로 있고, 수저통엔 젓가락과 함께 10여개의 다양한 붓들이 동거를 한다.

"사장님 여기 공간이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데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애초 간판이 마음에 들어 찾아왔건만, 이젠 주인장의 정체가 급 궁금해졌다. 찬찬히 작은 가게 안을 둘러보니 완성된 달항아리 그림들과 들꽃이 벽면에 걸려있고, 아직 미완성 작품들도 곳곳에 널려 있다. 더 시야를 넓히니 이층다락위엔 작품들로 보이는 판넬들이 꽉 차있다.

"가게는 나의 작업 공간이죠"

'강원도 보리쌀 아저씨'로 불리는 박경선씨는 한국화 서예수묵 아티스트다. 가게 안쪽 1평 정도의 공간이 그의 작업실이다. 때문에 손님이 없거나 혹은 작품에 따른 영감이 떠오르면 머뭇거림 없이 바로 붓을 잡는다. 
사실, 그는 지금이야 한국화 서예수묵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대한민국 화홍서예대전에서 서예부분 대상을 차지한 서예가이기도 하다.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2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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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3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3

"저는 한글보다 한문을 먼저 배워 한문위주공부를 해 왔어요. 때문에 대학에서도 중문학을 전공했지요. 그런데 글씨를 쓰다 보니 자투리 화선지가 보이는 거예요. 그것을 응용해 종이찰흙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화판 위에 부착해 수묵화 그림으로 탄생시켰죠."

그는 욕심이 생겼다. 서예와 문인화, 채색화는 본디 한 몸이라 생각하고 늦은 나이에 한국화 전공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다. 좀 더 한국적인 작품을 위해 우리 전통을 찾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사유세계는 달항아리, 국화, 소나무, 연꽃 등에 고스란히 새겨졌다.

"이곳은 잡곡을 파는 가게이기도 하지만 나의 작업공간이자 사유(思惟)의 공간이기도 해요. 그래서 틈이 생길 때마다 먹과 붓을 잡지요. 그리고 간판이 마음에 든다고 하셨는데, 저 간판은 제가 가게를 열면서 직접 쓴 작품이지요." 

생계위해 장사 시작

작가의 첫 인상은 사실 도도해 보인다. 그래서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곤궁하지만 자존감 하나만으로 버텨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작품세계와도 일치하는 면이 있다. 

"지금의 가게는 1997년부터 시작했어요. 원래는 서예학원을 운영했었는데, IMF직격탄을 맞으면서 학원을 접게 되었죠. 뭐 달리 할 것이 없어서 고향(양평)으로 내려갔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장사의 연을 맺으면서 보리쌀과 잡곡, 산약재 등을 팔게 되었죠. 지금 우리가게에 진열된 잡곡들은 모두 강원도에서 가져온 거예요. 이젠 자리를 잡아서 물어보는 사람들이 없지만 예전엔 우리나라 산이냐고 많이 물어보곤 했지요."

신뢰하나만으로 버터 온 17년이다. 지금 터전을 잡은 남수동에서 살림을 하고 여전히 강원도로 잡곡과 산나물, 약초 등 구입을 위해 5일장을 찾는다. 단골들에게 '착한 밥상'을 제공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시골의 정서가  작품구상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4
그림그리는 '보리쌀아저씨' 수원천변에 있네_4

"이 콩은 가을걷이라 바로 밥을 하면 익지 않아요. 꼭 삶아서 넣어야 합니다."
잠시 그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서예수묵화가라는 것을 잊게 만든다. 하지만 사물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창작이 바로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의 작업공간이자 생계를 위한 가게를 벗어나면서 그제야 그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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