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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했지만 행복 가득했던 할머니 칠순잔치
꼭 규모 크게 칠순 잔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렸어요!
2013-04-30 06:52:15최종 업데이트 : 2013-04-30 06:52:1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환갑이나 칠순을 간소하게 하는 집들이 많아졌다. 친할머니 환갑 때는 내가 한 5살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큰 회관을 하나 빌려가지고, 할머니의 고향 사람들을 비롯한 일가 친척들이 모여서 그야말로 성대하게 치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큰 규모로 환갑잔치를 벌였는데, 이제는 그렇게 환갑이나 칠순을 크게 하기 보다는 간소하게 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외할머니의 칠순을 고민 하는 엄마와 이모들의 이야기를 몇 번 정도 들은 적이 있다. 돈은 꾸준히 모으고 있는 상태였고, 칠순을 얼마나 뜻깊고 알차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여러 가지 대안들이 나왔다. 

일가친척들끼리만 여행을 다녀오던가, 아니면 작은 회관을 빌려서 할 것인가 등등 고민을 하던 차에 결론은 내려졌다. 일단 일가친척들끼리 다 모여서 식사 및 함께 어울리며 노는 시간을 갖고, 그 다음날에는 할머니의 고향 친구분들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한 것이다. 형제만 해도 삼촌 둘에 이모가 3명이 있어서 외가 친척이 다 모이면 어마어마한 수를 자랑한다. 

여자들이 많으니까 음식상을 차리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주말에 장을 다 본 상태라 엄마는 일을 하루 쉬시고 아침부터 바삐 움직이셔서 음식을 만드셨고, 저녁쯤에 다 모인 상태에서 외할머니의 조촐한 칠순잔치가 시작 됐다. 바쁘게 생활 하다보니까, 이렇게 만나는 것도 힘들던 차에 다 모여 앉으니까 그 수가 약 20명이 넘었다.

 

조촐했지만 행복 가득했던 할머니 칠순잔치_1
조촐했지만 행복 가득했던 할머니 칠순잔치_1

음식상에 앉아 있는 모습들을 보니 신기했다. 외할머니의 뱃 속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해서 대대손손 20명의 자손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하기전에 할머니께 절을 하고, 할머니의 덕담을 듣는 시간을 갖고 한쪽에서는 1일 사진기사인 우리 아빠가 생동감 있게 연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계셨다. 

엄마와 이모들은 부엌에서 우시느라 정신 없으셨다. 이렇게 좋은 날에 왜 눈물이 나지? 라고 생각 했는데, 이모가 나도 나중에 커서 부모님 칠순이 오면 느끼게 되는 기분이 있을거라고 답했다.
그렇게 여차저차 해서 식전 행사가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1시간은 흘렀던 것 같다. 식사를 하고 곧장 노래방을 갔다. 아이들 따로, 어른들 따로 방을 잡고 정말 신나게, 목이 터져라 놀았다. 외갓집 식구들은 다들 가수들만 있는 것 같다. 마이크를 잡는 사람 족족 그렇게 노래를 신나게 잘 부를수가 없었다. 

모두 하나가 되어서 형제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느끼고, 피를 나눈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었다. 계속 핵가족화 되는 추세로 이렇게 형제가 6명씩이나 되는 집안이 드물다. 
미래로 갈수록 점점 이렇게 한 대 어울려서 일가친척들이 노는 모습은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에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도 많이 찍었다. 그렇게 3시간 가량을 놀고 나서는 새벽에서야 집에 돌아 올 수 있었다.  이 날 노래방 비용은 맏사위인 우리 아빠가 한 턱 내셨는데 30만원 가량이 나왔다. 

그 다음날에는 할머니 고향 친구 분들을 초대해서 점심 식사 대접을 했는데, 시골 분들의 입맛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하고, 송편과 기정 같은 떡도 맞춰서 손님들이 가시는 길에 각각 드렸다. 
2일간에 걸쳐 치러진 할머니의 조촐한 칠순 잔치... 원래는 식당을 빌리려고도 했었는데, 그냥 차려진 음식을 먹기만 하고 딱 마는 느낌이 들어서 미역국 한사발이라도 자식들 손으로 끓여 드리겠다는 취지로 집에서 식사를 차린 것이었다. 

굳이 칠순이라는 자체를 성대하고 규모 크게 하지 않아도, 이렇게 다른 방법으로 즐겁게 한다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내년 할머니의 생신 날에는 가까운 곳으로 친척 모두가 모여 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하고 그렇게 칠순 잔치는 끝이 났다. 외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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