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처럼 서운한 마음
정겹고 살가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하다
2013-04-05 14:06:06최종 업데이트 : 2013-04-05 14:06:06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낯선 나라, 낯선 처가의 고향에서 보낸 일주일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기 전날에 현지의 학교와 관공서를 찾았다. 학교에는 시민기자가 쓴 네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무나마단의 하늘)이라는 책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시설개선이 한창인 룸자타 공항을 견학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네 면사무소 같은 관공서를 찾았다
. 면장과 같은 해당지역의 수장이 마침 출근한 상태였다
처제의 주민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사람들이었다. 혹시나 외국인이 형부라는 사실을 알면 23세의 처제가 뒤늦게 주민증을 발급하는 절차상의 까다로움이 야기될까? 숨어 지내듯 했다. 네팔의 부정과 부패의 관행을 알기에 그런 것이다. 혹시라도 모를 금전적 요구 때문이다.

지금 네팔은 그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든지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는 말로 부정부패가 일반화되어 있음을 말한다
. 그러나 외국인들은 그런 문제에 있어서 뻔히 안되는 일인줄 알면서 당하기 쉽다. 네팔의 유일한 국제공항인 카트만두 트리뷰반 공항에서 지난 두 달 전 입국할 때 있었던 일이다

공항 직원
7명이 무전기를 든 채 나의 앞길을 막아선다. 대부분의 국제공항에서라면 아마도 중범죄자이거나 국제적인 인물의 입국을 위한 경호로 보였을만한 일이다. 나를 둘러싼 그들은 혹여나 하고 무언가 생길까 하는 기대로 다가선 사람들이다. 수하물 검사를 하는 요량이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처럼 서운한 마음_1
사진 왼쪽이 룸자타 지역의 수장이다. 표정이 죄지은 사람처럼 자신감 없어 보인다. 함께 사진을 찍은 내가 그의 표정을 보니 미안한 생각이 든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처럼 서운한 마음_2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길이다. 높고 높은 절벽 위와 같은 산길에 공사가 한창인 포크레인이 길을 막아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멈춰섰다.

나는 그들에게 호통을 쳤다. 무슨 일이냐?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이 내 짐을 보면 될 것이다. 나머지는 가라그 중 상급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중에 민망한 처지를 직감한 듯 엉뚱한 질문을 한다. 막대커피가 봉지가 뜯겨진 채 나뒹굴자 "몇 개를 가져왔느냐?" 묻는다. 이쯤 되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몇 개 가져왔으면 뭐 할거냐?" 거침없는 반문에 그도 당황한 듯 그냥 가시란다. 이처럼 생각하지 못한 일에서도 부정과 부패의 기대는 있는 것이 네팔의 공무원들이다

지금도 비자발급관청에서는 조건에 안맞는 사람들의 비자를 부정으로 발급해주는 사람들이 사무실 안을 오가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 그냥 보이는 일인데 그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몇몇의 룸자타 인사들을 만나고 안면을 터두었다. 나중에 처가에 무슨 일이 있으면 일보기가 수월하다.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익혀둔 처세의 방법이니 약삭빠른 한국인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카트만두로 돌아오기 위해 새벽 네시반에 일어나 아침을 밝혔다

카트만두로 향하는 짚차는 새벽 다섯시 출발이 예정되어 있었다. 흔한 차 한 잔 마실 여유없이 곧 짐을 꾸려 짚차 타는 곳으로 향했다. 이른 시간이지만, 처제도 동서도 처조카도 장인, 장모님 가까운 이웃까지 나왔다. 한국의 70년대 고향 떠나는 청년들의 배웅길처럼 말이다
지금은 이웃에 누가 어디를 가든 아파트 윗층, 아래층에 누가 사는 지도 무관심한 상황이다. 가끔은 그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많은 노력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처럼 서운한 마음_3
카트만두 시내에 접어들었다. 어쩔 수 없이 삶에 찌든 표정과 만난다. 수레 하나에 점포 하나, 몇 사람의 생계가 달려있을까?

고향을 등지고 떠나는 사람처럼 서운한 마음_4
처갓집 전경이다. 이제 언제 가볼 수 있을까? 나는 수원에 있는 아내와2~3년내 함께 찾기로 약속했다.

각인될 그리움을 주는 사람들
, 현대의 삶에서 그런 공간은 많지 않다. 그러나 네팔에는 참으로 정겨운 과거의 한국이 많다. 사람과 사람이 멀고 먼 거리에서 왔거나 가거나 지근거리의 사람처럼 긴밀한 느낌이다. 참 고마운 일이다. 새벽길을 열어 카트만두로 향해 시동을 건 짚차가 오컬둥가까지 그리고 오는 길에 정차했던 지점들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중간에 손님을 태우기도 했다

차에 탄 일행 중 며느리와 시어머니
, 손녀 일행이 있었다. 늙은 시어머니를 극진히 보호하는 모습에 보는 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중간에 탑승한 그들은 카트만두까지 11시간을 가야한다. 추운 바람이 불면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추위를 달래기 위해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남녀처럼 깊이 끌어안았다. 다시 더운 빛이 들면 빛을 가리느라 애를 쓴다

부를 얻었을지 몰라도 한국 사람들은 참 많은 것을 잃어버렸단 생각을 하게 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15시간 긴긴 세월을 두고 온 그리움이 마음속에 가득차고 룸자타는 멀고 먼 고향처럼 멀어졌다. 우리는 네팔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안타깝게 보지만 꼭 그렇게 볼 일만도 아니란 생각이 절실해지는 순간들이다
다시 한 번 틈나는 대로 하늘을 우러르고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벗들,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들을 살갑게 정겹게 바라볼 일이다. 그것이 e수원뉴스도 지향하고 수원이 지향하는 휴먼시티 수원, 행복한 수원의 지름길로 가는 것일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성공이나 부보다 사람에게서 정겹고 살가운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도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

룸자타, 처갓집, 아내의 고향, 트리뷰반국제공항, 네팔 뇌물관행, 부정부패, 김형효, 먼주 구릉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