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2013-04-01 22:20:10최종 업데이트 : 2013-04-01 22:20: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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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환갑을 맞아 온 가족이 여행을 했다. ![]()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_1 이효석 문학관을 첫 목적지로 정했는데, 우리 식구들의 낮은 문학적 소양을 알 수 있었다. 아, 슬퍼라. 아무도 '메밀꽃 필 무렵'을 제대로 읽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문학관 구경이 다들 시시했었나보다. 나 혼자서만 꾸역꾸역 감동을 담고 오느라 오랜 시간 머물렀다. 이효석 문학관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친필원고다. 그 시절, 1930년대 그의 손길과 흔적이 묻은 원고지를 볼 수 있어서 정말이지 감동 그 자체다. 작품을 쓰면서 고뇌했던 마음, 그리고 인간적인 갈등, 생계로 고생했었을 그의 현실적인 어려움까지도 읽혀졌다. '메밀꽃 필 무렵'의 백미는 다음 문장이다. "길은 지금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함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는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_3 한 번도 소금을 뿌린 듯한 숨이 막힐 듯한 메밀꽃의 자태를 보지 못했으니 이 문장이 막연하게 와닿는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시적인 표현과 감각적인 심상은 '메밀꽃 필 무렵'의 내용이해를 더욱 깊게 하는 배경묘사다.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 달빛에 푸르게 젖은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모습들이다. 이효석 문학관에서는 현재 그가 만주에서 활동했던 당시의 사진들과 자료들을 전시중이다. 봉평에서 태어났지만 고향에서 오래 살지 않았고 주로 서울과 평양, 만주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특히 만주 하얼빈은 그에게 작품의 수많은 영감을 주는 이국적 정서와 감수성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어서 가장 좋아했던 지역이라고도 한다. 당시의 만주, 하얼빈에서의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자료들을 보면서 우리의 활동무대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했음을 알게 된다. 오히려 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국제적이라 하지만 북한을 넘어 만주땅과 러시아를 내집처럼 드나들었던 1930년대의 세계관보다는 축소되었다. 이효석 문학관에서 좀더 오래 머무르면서 전시물을 세심하게 보고 감상하고 싶었지만, 식구들의 오랜 기다림으로 서둘러 나와야만 했다. 빨리 점심으로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하도 성화를 부리기에... 역시 봉평에 왔으니 메밀로 된 음식들이 지천에 널렸다. 이효석 문학관 앞에서부터 모든 음식점들이 죄다 메밀전과 막국수다. 메뉴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여지 없이 막국수를 먹어야했다. 담백하고 소화도 잘 되고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씩 다 먹고 나니 그제서야 봉평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봉평, 이효석문학관, 막국수로 시작된 1박 2일 여행은 괜찮았다. ![]() 더 늦기 전에 부모님과 여행을... 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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