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가 지겹게 내리더니 오늘은 초복답게 후덥지근한 날씨다. 흙먼지를 잔뜩 일으키는 비포장도로, 하지만 이제는 추억이 된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뜨거운 바람이 불었지만 그래도 시원하기는 했다. 승객이 탑승하는 정류장에 버스가 잠시 정차하게 되면 바람이 불지 않아서 뜨거운 기운이 그대로 얼굴에 닿는다. 천천히 탑승하는 승객들에게 나도 모르는 짜증이 확 밀려올 정도였다. 걸음이 느린 노인들이 승차하게 되면 동기들은 일제히 '오~!'하면서 버스가 빨리 출발하길 기다린다. 다시 달리는 버스 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그지없이 시원하다. 비포장도로를 달릴 경우에는 흙먼지가 바람과 함께 불어온다. 얼굴에 흙먼지를 뒤집어 썼어도 우리는 좋아했다. 시원했으니까. 지금은 도심지는 물론이고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에서도 이런 풍경을 보기가 어렵다. 대부분의 버스에는 에어컨이 달려서 신나게 가동 중이고 승객들도 창문을 열기보다는 에어컨 바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버스 안에는 유난히 냉방온도가 낮다. 그래도 오랫동안 에어컨을 가동하는 버스에 탑승하고 있으면 춥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머리가 아픈 경우도 있다. 바깥 온도와 실내 온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들었다. 점점 에어컨에 적응해 간다. 하지만 가끔은 예전에 버스 안에서 맞던 자연 바람이 생각나기도 한다. 한번은 무더운데 창문을 열었다가 다른 승객들의 핀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창문 좀 닫아주세요. 에어컨 가동중이잖아요." 물론 에어컨 가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창문을 닫는 것이 필요하지만 자연 바람이 생각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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