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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마실 다녀오세요...심야극장으로"
가끔은 살면서 여유도 필요하다
2010-07-19 16:07:00최종 업데이트 : 2010-07-19 16:07:0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요즈음 무던히도 덥다. 여름 장마철답게 습도까지 더해져 찜질방처럼 연실 후끈거린다. 한낮의 더위를 식힐 겸 가벼운 샤워를 해보아도 잠시 뿐이다.
이제부터 열대야가 시작될 모양이다. 며칠 전만하더라도 아침저녁으로 쌀쌀했었는데, 변덕스러운 나의 둘째딸마냥 어느덧 밤에도 후덥지근해졌다. 

밤 마실 다녀오세요...심야극장으로_1
밤 마실 다녀오세요...심야극장으로_1

평상시 에어컨 바람도 좋아하지 않고, 에너지도 절약하는 차원에서 어젯밤 남편과 더위를 피해 심야극장으로 향했다. 남편과 둘이서 그것도 야심한 밤에 극장으로 향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하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아파트 사이 길을 빠져나갔다.

밤공기가 산뜻했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은 우리에게 부드럽게 다가와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남편은 사랑스러운 미풍에 어느덧 마음이 흔들렸는지 아파트 주변을 산책한 뒤 집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허상일 뿐이다. 자네는 어쩜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니?" 라고 말하면서 다시금 내게 졸라댔다. 

조금 전 따라나선다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오래간만에 극장 갔다가 올께. 집 잘보고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문 열어주지 말고. 잘하고 있어"라고 토닥이며 우리끼리만 집을 빠져 나온 만큼, 계획대로 하자며 남편을 설득했다. 

일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극장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다. 간혹, 우리 나이와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도 보였다. 웃음 가득한 사람들의 표정들을 바라보고 있던 남편은 원두커피 전문점으로 나를 이끌었다. 매일 새벽 직장으로, 늦은 밤 집으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된 생활 속에 여유가 없었던 남편은 새삼, 분위기를 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처럼 가족을 위해 세상 살아가기 바쁜 남편을 둔 난, 미안스럽게도 영화광이다. 틈틈이  개봉작들을 살펴보고 내가 좋아하는 취향들의 영화에 방점을 찍어둔다.
때마침, 시간이 안나 보지 못하고 지나친 영화들은 나중에 몰아치기 식으로 보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다.
때문에 남편을 설득해 오늘 꼭 보고 싶었던 한국영화 '이끼'를 보고야 만 것이다.

영화 보는 중간 중간 난 수시로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혹시라도 피곤하여 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그냥 내일 나 혼자 보면 될 것을,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만 하는 남편을 괜스레 이끌고 온 것은 아닌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미안스러웠다. 다행히도 남편은 영화에 집중하는듯했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영화는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실 난 한국영화의 성장가도에 대하여 주절주절 이야기해 주었다. 연기 잘하는 주연, 조연, 모든 배우들의 힘과 더불어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력은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면서 오늘 본 영화가 어떠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코를 골며 잠이 들어 버렸다.
미안했다. 그렇지만, 극장 안에서 남편의 얼굴은 생기가 있어 보였다. 사람 사는 세상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이처럼 사는 것이 힘들더라도 가끔은 가족들과 함께 밤 마실 다닐 여유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더운 여름밤, 좋아하는 사람들과 심야극장 데이트도 좋을듯하다. 

밤 마실, 심야극장, 영화, 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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