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보자기로 곱게 포장한 잊지못할 선물
큰올캐 고마워~!
2010-07-23 18:49:32최종 업데이트 : 2010-07-23 18:49:32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선물을 받을때 포장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말아놓은 것을 받고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색색깔의 알록달록한 비닐 포장, 혹은 한지의 고급스럽고 차분한 포장, 상품의 로고가 박힌 다소 상업적인 포장, 아니면 컬러풀한 상자에 앙징맞은 리본만 달랑 매여진 포장...

어떤 포장이든지 기대감을 가진 채  설레이는 마음으로 선물을 풀어보게 된다.
포장이 지나치게 요란하다면 그 가치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인 취향이 드러나는 선물포장은 선물이 드러나기 전까지 달콤한 설레임을 이미 선물하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
상대가 내미는 선물을 풀어보고 기대감에 미치지 못해서 약간 실망을 느끼더라도 선물을 정성껏 포장해서 전한 그 마음이 고마워서 그저 선물은 고맙고 감동스런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형식적인 포장의 선물보다 정감있는 선물은 보자기에 곱게 싸여진 것이 의외로 많다.
마술사가 휘리릭하고 보자기를 벗기면 장미꽃 한 송이가 툭 튀어 나올 것같은 신비한 느낌과 예전에 어머니가 정성껏 도시락을 싸 주던 시절, 보자기에 약간 흘린 김치국물 냄새가 보자기의 매듭을 풀 때마다 폴폴 풍기는듯한 소박한 느낌이 동시에 느껴진다.

보자기로 곱게 포장한 잊지못할 선물_1
보자기로 곱게 포장한 잊지못할 선물_1


오늘은 내가 받은 잊지못할 보자기 속 선물을 하나 풀러보려고 한다.
십년 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구정 닷새전에 미리 가래떡을 만들어서 보자기에 싸서 보내주셨다. 구정 닷새전이 내 생일이기 때문이었는데 그 세월을 세어보니 서른 아홉해나 된다.

구정이면 의례껏 가래떡을 만드니까 며칠 당겨서 떡을 만드는 것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스레 떡을 받아 들었었다. 생의 절반을 어머니가 생일 날 보내주는 떡을 별다른 감동없이 날름날름 받아만 먹었던 것이다.
떡이 삼사일 지나면 굳기 시작하는데 그 떡을 썰으며 왜 이렇게 떡을 많이 보냈냐고 오히려 툴툴거렸으니 얼마나 철이 없던 일인가.
지금 생각해보니 내 생일을 챙겨주고 싶은 어머니의 깊은 마음이 담긴 귀한 선물이었던 것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두어 해쯤 지나서였다. 내 생일날 큰 올캐가 보자기를 풀면 장미꽃 한다발이 툭 튀어나와 온 방에 장이향이 진동 할것 같은, 고운빛깔의 보자기에 가래뗙을 싸서 보내왔다.
따끈한 가래떡을 설탕에 꾸욱 찍어 먹으니 쫄깃쫄깃한게 얼마나 맛나던지, 갑자기 눈물이 핑돌고 목이 메어와서 떡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 순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들면서 마음이 아뜩해져 왔다.

나이어린 올캐는 무슨 마음으로 떡을 보내 온 것일까. 고마워서 나는 아직도 말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선물이란 것은 상대방이 받았을 때 전해지는 감동과 선물을 주는 사람이 의도하는 마음이 서로 엇갈릴 때도 있지만 일일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각자만의 기쁨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때의 기쁨을 오래도록 간직하며, 나이어린 올캐에게 오래오래 고마워하며 살것 같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