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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은 생활양식도 바꾼다
2010-06-18 10:58:19최종 업데이트 : 2010-06-18 10:58:19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월드컵은 생활양식도 바꾼다_1
월드컵은 생활양식도 바꾼다_1

지난 그리스와 경기가 있었던 날 닭튀김 하는 가게에서 심심찮게 고성이 오고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한 지인은 경기 시작 두 시간 전 닭튀김과 맥주를 시키고 느긋하게 배달되기를 기다리면서 여유 있게 시키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단다. 

그런데 경기를 시작했는데도 배달되지 않자 가게에 전화했더니 금방 출발한다는 대답을 듣고 수화기를 내려  놓고 더 기다렸다. 하지만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어도 도착하지 않고 경기가 종료되었다는 휘슬이 울리고도 10분이 지나서 배달이 되었다고 했다. 
화가 나서 취소하고 밖으로 바람 쐬러 나갔는데 아파트 근처의 닭튀김 집에서는 늦게 배달 된 것에 항의 하는 사람들로 고성이 오고 갔다고 했다. 

익히 이런 저런 말들을 들은지라 이번 아르헨티나와 경기 할 때는 아이들에게  닭다리를 구워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마트에 갔는데  닭다리와 닭 봉으로 구성 된 상품은 매진되고 없었다. 
축구경기 때문에 큰아이도 야간자율학습 두 번째 텀은 하지 않고 하교 한다했는데 그래서 닭다리 구워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는데 '엄마 말은 풍선껌'이 될 위기에 놓였다. 

족발을 잘 먹는 아이들을 위해 메뉴를 급선회해서 단골로 다니는 족발 가게에 갔는데 우째 이런 일이... 재래시장 입구에 있는 족발 가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족발 골목이라고 불릴 만큼 여러 가게 있는데 모두 매진이라니 십 수 년을 다녀보아도 이런 진풍경은 처음이다. 시장 뒤쪽에 있는 가게에서 겨우 사긴 했어도 왠지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다. 

오늘따라 이른 시간임에도 도로에는 차들이 많았다. 권선동에서 영통까지 오는데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파트에 주차를 하려는데 진기한 풍경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사는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항상 주차장이 여유가 있어서 주차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오늘은 빽빽하게 먼저 주차한 차들로 주차할 곳이 없다. 아파트를 두 바퀴를 돌고 겨우 주차를 하였다. 
가족과 함께 축구를 보려고 직장인들이 일찍 퇴근했음이 분명했다. 집안으로 들어와 앞 뒤 동을 보니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실내등이 켜져 있다. 

기말고사를 앞 둔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실력향상을 위해서 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학교 밖 출입을 엄격히 통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야간자율학습 한 텀 만하고 두 번째 텀은 하지 않기로 했다. 축구경기를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도록 배려 해 준 것이다. 

매일 바쁘다는 남편도 축구가 시작되기 전에 귀가했다. 정말 오랜만에 네 식구가 텔레비전 앞에 앉았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김정우 선수의 거수경례가 결연한 의지를 엿 볼 수 있어 가슴이 뭉클함이 느껴졌다.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이 나오고 계속 상대선수들에게 끌려가는 순간은 숨소리 하 나 들을 수 없을 만큼 조용했다. 

전반전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이청용의 골인을 성공시키자 온 아파트에서 우레와 같은 환호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이 찢어 질 듯이 외치는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단합된 한 목소리였다. 집집마다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휴식시간에도 불규칙적으로 외침이 계속되었다. 

4대1이라는 아쉬운 결과였지만  월드컵 축구만큼 우리를 한마음으로 모아줄 수 있는 것이 또 있을까? 

월드컵 경기가 시작되면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마음도 하나지만 생활의 패턴도 바꾸어 놓고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닭튀김과 맥주를 마신다. 누가 뭐라지 않아도 가족 모두 일찍 귀가하여 12번째 선수가 되어서 월드컵 축제에 참가한다. 

23일 나이지리아 전에서는 또 어떤 모습들을 보게 될까 벌써 궁금해진다. 새벽에 하는 축구라서 축구보고 바로 출근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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