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석가탄신일에는 휴일을 이용해서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다녀왔다. 사람들은 답답하면 왜 바다를 찾는가_1 산은 정적이지만 바다는 동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산은 '구경'하려고 가는 것 보다는 산을 '오르기'위해서 가는 목적이 크다. 그렇지만 바다는 '구경'을 할 수 있다. 보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찰랑이는 물결을 볼 수 있고, 떠다니는 배들, 물놀이하는 사람들, 하늘의 새들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바다 주위에는 즐거움이 있다. 바다가 있다면 바다를 이용한 즐거움을 파는 사람들도 있다. 바닷가를 갔을 때 무엇을 먹고 싶냐 는 말을 던진다면, 백이면 백 많은 사람들은 회를 먹고 싶어 할 것이다. 물론 수원에서도 회는 먹을 수 있다지만 인간은 시각에 민감한 동물이 아닌가. 답답한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는 창문 뻥 뚫린 바다 주변의 횟집이 회 먹는 기분이 더 잘 오르고 술도 잘 들어가는 이치이다. 바다는 계속 움직인다. 파도가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보고 있자면 내 마음도 평온해진다. 바닷가에 가서 신발을 벗고 발을 담가봤다. 처음에는 질척거리는 흙과 모래들이 내 발에 들러붙어서 찝찝한 느낌이 여간한 것이 아니지만, 이내 파도가 다시 다가와서 깨끗이 씻겨준다. 그렇듯 바다는 마음도 훑고 지나간다. 고민이 있거나, 무언가 고민이 없어도 마냥 답답한 기분을 느낄 때면 사람들은 바다로 나간다. 저 멀리 뻗은 바다에 고민을 던져버리고 싶고, 살랑거리는 파도에 걱정을 모두 파묻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평소에도 자동차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바다를 보니 자동차를 간절히 갖고 싶어졌다. 답답할 때마다 바닷가에 차를 몰고 도착해서 한 두어 시간만 바다를 바라보고, 매운탕 한 그릇을 싹 비울 수 있다면 나는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하다기 보다는 내 삶에 있어서 짐을 조금은 덜 수 있다고 생각했달까. 바다에는 어머니라는 표현이 많이 붙는다. 자장가로 많이 불리는 '섬집아기'에서도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은 바다이다. 사실 아버지도 자장가를 불러줄 수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어머니가 들려주는 포근한 자장가를 많이 떠올린다. 바다에도 아직 그런 인식이 남아있는 것 같다. 왠지 바다는 어머니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언제나 사람을 받아줄 수 있고, 가슴을 부드럽게 쓸어줄 수 있는 그런 바다 말이다. 이토록, 걱정이 많을 때 찾아가면 그만인 바닷가인데,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가는 바닷가는 어찌 아니 즐거울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왠지 즐거운 나를 보게 된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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