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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생일날, 처갓집, 새신랑의 공통점
2010-06-01 15:06:09최종 업데이트 : 2010-06-01 15:06:09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을 담이라고 한다. 이는 '담이 무너지다./담을 넘다./담을 두르다./담을 쌓다./담을 치다.'라고 사용한다. 

뿐만 아니라 '담'에 관한 관용구나 속담도 많다. '담 구멍을 뚫다(도둑질을 하다), 담을 지다(서로 사귀던 사이를 끊다. 어떤 일에 전혀 관계하지 않다), 담에도 귀가 달렸다(벽에도 귀가 있다), 담을 쌓고 벽을 친다(의좋게 지내던 관계를 끊고 서로 철저하게 등지고 삶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담을 쌓았다 헐었다 한다(이렇게도 궁리하여 보고 저렇게도 궁리하여 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등

이와 더불어 
○ 그린파킹은 주택 담장을 허물어 주차장과 녹지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주택가 주차난 해소는 물론 주거환경 개선과 안전 보행로 확보, 이웃간 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아시아 경제, 2010년 5월 31일). 
○ 삭막한 도시환경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최근 '담장 없는 거리' 조성사업이 활력을 띠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콘크리트의 높다란 담장은 외부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배타적이고 이질적인 요소였기 때문이다(스포츠월드, 2010년 5월 28일).
○ 인천 남항의 블록담장이 오는 9월 꽃담장으로 새롭게 단장된다(파이낸셜뉴스, 2010년 5월 24일). 

처럼 '담장'이라는 단어도 많이 쓴다. 이 말에 대해 '담장'은 '-장(墻)'이라는 똑같은 단어가 첨가되었기 때문에 잘못된 단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의 언론 매체에서 보듯이 '담장'은 이미 널리 쓰고 있는 단어이다. '담장'은 사전에도 나와 있는 말이다. 

'담'과 '담장'처럼 우리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반복해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새벽(晨-), 낙숫물(落水-), 생일날(生日-), 처갓집(妻家-), 초가집(草家-), 역전앞(驛前-), 새신랑(-新郞)' 따위가 그것이다. 

이처럼 불필요한 단어가 첨가된 것을 '잉여적 표현'이라고 하는데, 이런 표현은 엄밀한 의미에서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위의 예를 들고 시험 문제 등을 통해 평가하기도 한다. 

담장, 생일날, 처갓집, 새신랑의 공통점_1
상대방에게 뚜렷한 청각적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비슷한 말을 겹쳐 쓰는 것이 지금의 언어 현실이다. 따라서 '담'과 '담장'은 모두 사전에 있는 말.

앞에 중복되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어법에 어긋난 표현이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뚜렷한 청각적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비슷한 말을 겹쳐 쓰는 것이 지금의 언어 현실이다. 실제로 '역전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하면 의미가 안 통한다. 이는 '역전앞에서 ~'가 더 자연스럽다. 

우리말은 대부분 고유어와 한자어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단어 자체가 어원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의미상 중복되는 말을 더하여 사용하고 있다. 어떤 단어가 널리 쓰여서 그것이 관용적 표현으로 굳어져 있다면 그 관용적 표현 자체를 한 덩어리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앞의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실어놓고 있다(참고로 '새신부'는 사전에 없음).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것이다. 
담의 기능은 자신의 영역을 구분하고, 치안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담의 구조는 낮게 되어 있었다. 즉 우리의 담은 이웃집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래서 담도 아예 흙으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싸리나무를 집 둘레에 빙 둘러 심고 담으로 삼기도 했다. 
궁궐이나 큰 집의 담은 높게 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담의 겉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름답게 장식을 했다. 십장생 그림 등으로 풍요와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는가 하면,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수목화를 그리기도 했다. 

그런데 산업 사회로 치달으면서 담이 치안의 첨병으로 자리했다. 담이 높아지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흙담을 통해서 이웃과 정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시멘트 담으로 이웃과 완벽한 차단을 했다. 심지어 깨진 병조각과 철조망을 설치해 전선(戰線)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도 최근에 담 허물기 운동이 확산되어 도시의 모습이 한층 부드러워지고 있다. 담을 제거하면 공간이 넓어져 주차할 때도 용이하다. 담 밑에 있는 잔디나 나무도 햇빛을 많이 받아 건강한 생장을 할 수 있다. 담을 없애면 이웃과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이사할 때도 편리하다. 특히 대학 캠퍼스는 조경이 아름답다. 따라서 대학 캠퍼스의 담 허물기 공사는 주민에게 휴식 공간을 주는 역할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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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열, ‘담’과 ‘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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