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진정한 검객은 칼뒤에 숨는 법이지"
어젯밤 저녁달은 떴는가?
2010-04-28 11:25:44최종 업데이트 : 2010-04-28 11:25: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진정한 검객은 칼뒤에 숨는 법이지_1
진정한 검객은 칼뒤에 숨는 법이지_1
어제 하루 종일 비를 동반한 바람이 참이나 거셌다. 게다가 요즈음 황사 바람은 염분까지 섞여있다고 하니 외출을 앞두고 걱정이 밀려온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바람이 몰아친다할지라도 오늘 은행에 나가 일을 봐야만 한다. 카드대금도 막아야 하고, 아파트 관리비와 아이들 급식비도 미리 넣어야 한다. 또한 우리가족 한 달 생활비도 인출해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저녁때 예정된 영화 시사회도 참석해야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둘러 여러 은행들이 밀집되어 있는 시내 중심가로 나서야 했다.

시내로 나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아파트 입구를 나서자마자 중국산인지 우산살이 냅다 휘어지고 다른 쪽은 부러져 버렸다. 그것도 편의점에서 얼마 전에 구입한 새 우산인데 말이다. 
게다가, 저녁 영화 시사회를 염두에 두고 머릿기름 바르고 땡땡이 스카프에 하늘거리는 쉬폰 원피스를 차려입고 나선 길목인지라 곧바로 집으로 귀환해야만 했다. 
초입겨울 날씨를 연상케하는 초고속 바람 때문에 한껏 멋을 부린 방금 옷은 미련 없이 벗어버리고 두꺼운 스웨터로 갈아입고 말았다. 

차일피일 미루어둔 은행 일을 처리하다보니 시간이 꽤나 흘러 버렸다. 
사실은 중간에 잠시 화성 박물관에도 들를 예정이었다. 수원 화성 박물관 1주년을 맞아 전시되는 '화성의 웅혼(雄渾), 장용영'의 개막식에 참석해 조선 후기 최정예 군사조직이었던 장용영 무사들의 기상을 엿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으나,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수원역사로 발길을 돌렸다.
대신, 잠시 후면 영화개봉 전에 미리 경기도민들 앞에 선보이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멋진 검객들을 마음껏 볼 수 있으리란 기대감속에 시사회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시사회 표를 바꾸기 위해 다가간 안내소 앞. 경기공연영상위원회의 '선견지락(先見知樂)' 캐치 플레이즈가 예쁜 색깔의 옷을 입고 맞아준다. 
'선견' 남보다 먼저 본다는 우월감, '지락' 먼저 보고 즐거움을 먼저 느낀다는 자의적인 뜻풀이를 해보고 웃음을 지어본다.
이 영화는 그리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수원 화성도 배경으로 나온다는 말을 미리 듣고 온지라, '화성'이란 큰 그림에서 과연 어디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지난해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찍어 큰 인기를 끌었던 '7급 공무원'을 다시금 떠올려 보았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 직전, 혼란스런 조정을 갈아엎으려는 당대 최고의 검객과 이에 맞서는 착한 맹인 검객과의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를 주축으로 그려진다. 
아~ 그런데... 기대하고 기대했던 수원화성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휙 지나가 버린다. 옆 사람에게 물어보니 '서남암문'이라 하던데, 우리 집 비디오 앞이라면 되돌리기라도 하여 본다지만 너무 아쉬웠다. 
이외에 영화의 배경들은 우리나라 명승지를 찾아 그려진 만큼 장면마다 아름다움이 묻어나온다. 또한 감독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 미장센의 세련됨은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대사도 인상에 남는다.
"진정한 검객은 칼 앞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칼 뒤에 숨는 것이다" 
"지금이 달이 뜰 때냐?구름이 있다고 달이 없냐?" 
당분간은 밤에 달을 자주 쳐다 볼 것만 같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객석을 벗어날 즈음 뭔가 약간은 허전한 느낌이다. 
초반부와 중반부까지의 코믹스런 드라마적 요소는 그냥저냥 즐길만하고, 사이사이 전개되는 검술의 묘미도 괜찮은 듯한데, 뭔가 아쉬운 점이 남는다고나 할까? 
아마도 언젠가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흐름 중 하나로서 인기 만화들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살아있는 영상으로 옮겨질 때 나타나는 불협화음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영화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감독의 역량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는 있다.

벌써 5월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6월 초 선거도 앞두고 있다. 
올 초부터 많은 사건 사고들 앞에서 국민들은 혼미한 상태이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구름을 걷고 떠오른 달처럼 깨끗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투명한 사람들이 선출되어 우리나라를 이끌어 갔으면 한다.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 아닌 나라를 걱정하는 진정한 검객이 나와 현재 어려운 국면을 국민들과 함께 헤쳐 나갔으면 좋겠다.

영화시사회, 임진왜란, 검객, 화성행궁, 김해자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