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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
벚꽃이 쏟아내는 봄안부
2010-04-26 13:50:25최종 업데이트 : 2010-04-26 13:50:2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있었던 일을 간간이 기록으로 남기는데 거기에는 단순히 있었던 사실을 기록하는데서 더 나아가 나는 잘있다는 소식, 너는 잘지내고 있냐는 안부 인사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한 줄의 글이나 한 장의 사진이 남기는 기록적인 의미는 그래서 소중한 것이다.

가깝게 지내고 있는 선배언니는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상대방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내게 종종 안부를 묻는 문자를 남기곤 한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화끈거릴 정도로 마음이 따스워지면서 한편으로는 주변사람에게 소원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한다.

어느나라는 사랑한다는 말이 22가지로 표현된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이 한가지 밖에 없지만 사랑이 담긴 말은 아마도 22가지를 훌쩍 넘을 것이다. 
"밥 먹었니?", "다친 팔목은 좀 어떠니?", " 요즘에도 요가하니?" "언제 밥 한 번 같이 먹자." 
이런 말 속에 담긴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우리는 매일매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겸 점심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오늘은 목소리가 좋다 컨디션이 좋은가봐  번개할까? 집에 있기는 햇빛이 너무 좋지않니?"
내 몸의 바이오리듬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몇 안되는 친구들 중에서, 고등학교 동창인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고마운 일이다.

내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내 변덕스런 몸의 상태에 자기의 시간을 맞춰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렇지 않아도 반짝거리는 봄빛에 마음이 간질간질해서 가까운 곳에 산책이라도 나가려던 참이라 선뜻 약속을 하고 안양유원지를 찾았다.
유원지의 봄은 제대로 무르익고 있었다.

한낮의 햇빛은 정수리를 따갑게 쏘아댔지만 가벼운 잠바라도 걸치지 않으면 으슬으슬 할 정도로 바람은 은근히 차가웠다.
만나자고 기껏 불러내고는 공연히 토라져서 새침을 떠는 내숭쟁이처럼 봄 날씨는 앙큼한 구석이 있다.

길가에는 다닥다닥 붙은 주차행렬과 그래도 계속 밀고 들어오는 차량행렬이 야외로 배달나가는 듯한 오토바이와 충돌할 뻔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길을 빠져 나가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좁은 도로옆에 간신히 주차를 하였다.

유원지 중앙광장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사생대회를 나온 초등학생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찰칵찰칵하는 금속성의 소리를 따라 상춘객들 틈에 끼어서 걸어내려 오니까 호박엿을 파는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_3
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_3

그리고 다리 아래쪽에는  자갈이 보일만큼 투명한 개천이 흐르고 있었고  연인이 다정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도 보였다.
다리 아래쪽 개천을 바라보며 봄의 정경에 넋이 빠져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면서 벚꽃이 눈처럼 쏟아졌다.

우리는 탄성을 터뜨렸다.
"야아... 아름다워라~"
눈꽃이 날리는 모습을 직접 바라보니까 꽃잎과 같이 나도 날리는 듯 한순간 몸이 공중에 부웅 떠오르는 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_1
봄은 벌써 이만큼 와 있었다_1

벚꽃은 피어서 지는 순간까지도 어쩌면 그렇게 아롱지는지 길에 꽃잎을 뿌리고, 물에 꽃잎이 둥둥 떠다니면서도 너울대며 마음속으로 설레임을 분사하고 있었다.
'저는 잘있어요.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라는 인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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