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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우리아이의 최대 고민을 들어보니
2010-04-26 14:06:05최종 업데이트 : 2010-04-26 14:06:0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둘째아이의 요즈음 표정이 영 밝지 않다. 얼마전 만 해도 내년이면 자기도 어엿한 중학생이 된다는 자부심 즉, 어른이 되는 과정에 들어섰다며 싱글벙글 했었다.
그런 아이가 며칠 전부터 고민거리로 꽉 찬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엄마에게도 말수를 줄여 버렸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살짝 물어보아도 대답을 아니 한다.

큰아이는 평소 조용한 편이라 학교에서 돌아와서도 이런 저런 말을 하지 않는다. 반면, 둘째아이는 주절주절 담임선생님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는 둥, 짝꿍에게 친절을 베풀었더니 오늘 선물을 받아 운이 좋은 날 이라는 등 나를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 편이다. 어떨 때에는 너무 귀찮아 대답을 안하면 또 자기를 무시하다며 토라지기 일쑤다.

아침마다 남편과의 식사 중에 화제거리는 단연 아이들 문제이다.
두 아이의 장단점을 비교하면서 무엇은 어떻고, 이 문제는 저렇고, 하며 이야기하다가 결론은 늘 엄마의 몫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핀잔을 준다.
두 아이의 성격이 반반씩 나누어 가졌으면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늘 지니고 있지만, 아이들의 타고난 성품이니 바꾼다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요즈음 세태를 보면 집집마다 아이들이 외동이거나 형제가 많지 않다. 때문에 아이들이 친구와 갈등이 일어났을 때 해결방법을 잘 찾지 못한다. 뭐든지 자기중심적으로 이루어졌으니 배려라는 말은 교과서에서만 배울 뿐이다.
우울해 보이는 둘째아이의 낯빛을 보아하니, 친구문제인 것 같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만을 기다렸다. 

몇 년 전에 아이들의 따뜻한 성품을 만들어 주고자 시츄 강아지를 식구로 맞이하였다. 주위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면 아이들 성격에 도움이 된다는 한마디에 귀가 쏠려 바로 애견센터로 달려간 것이다.
어릴 적 시골에서도 동물을 키워보지 않았는데, 도시 그것도 아파트에서 애완견을 키워보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 인성교육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지금까지도 함께 생활한다. 

'초딩' 우리아이의 최대 고민을 들어보니_1
'초딩' 우리아이의 최대 고민을 들어보니_1

둘째아이가 특히 강아지를 어여쁘게 잘 보살펴주는 편이다. 그래서 이제는 성격이 많이 좋아져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유치원 시절부터 쭉 절친했던 친구와 싸워 며칠 전부터 서로 얼굴도 마주하지 않는다며 드디어 엄마에게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본인의 감정대로라면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하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학업에까지 지장을 주는 듯 보였다.

해결 방법의 실마리를 슬쩍 던져주며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다렸지만, 오히려 딸아이는 머뭇거린다.
먼저 메일로 미안하다고 보낸 후, 손쉬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보내 만나자고 하라며 토닥여줬다. 옛날 우리 시골 친구들은 자주 다투고 했어도 다음날이면 서로 웃으며 오해를 풀곤 했었는데, 지금의 아이들은 참 어렵다. '나'밖에 모르니 남과 소통하는 방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울해하며 집에서 짜증만 내어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아이가 어제 드디어 웃음을 짓는다.
싱글벙글 신이 나서 하는 말 "엄마, 나 친구랑 화해했어요. 그리고 친구가 토요일 오후에 선물 준대요."한다.
둘째아이의 생일을 핑계로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친해졌다는 것이다. 한창 친구관계가 최대 관심사인 나이에 들어선 우리 둘째아이의 고민이 남들에게 별일 아니지만 그 아이에게는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공부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래도 나와 남이 서로 만나 사회를 이끌어 가듯이 우리 딸들도 감성에 치우치지 않고 늘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며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엄마는 '난 사람' 보다 '된 사람'이 더욱 좋단다. 일류대학이면 어떻고 삼류대학이면 또 어떠니? 또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어떠니? 그냥 너희들만 좋다면 엄마는 마음비우고 살아갈 수 있단다."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며 가만히 마음 속으로  속삭여 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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