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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면...
2010-04-21 17:29:18최종 업데이트 : 2010-04-21 17:29:18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서재를 정리하던 중 책장의 한 편을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책 한권을 발견하였다.
아주 오래전 까까머리의 학창시절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다시금 책장을 넘겨보았다. 

어느 마을에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층에는 이름 없는 늙은 화가가 살고 있었다. 어느 겨울 이 마을에 유행성 폐렴이 돌면서 몸이 약한 소녀'가 폐렴에 걸렸다. 
살수 있다는 의욕을 가져야만 가망이 있다는 의사의 말과 친구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폐렴에 걸려 죽어가고 있는 소녀는 심약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희망적이지 못하였다. 소녀는 폐렴이라는 사실을 알고부터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있었으며, 희망을 잃어버린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소녀는 창 밖 담벼락의 담쟁이 덩쿨을 쳐다보면서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나뭇잎들이 모두 떨어지면 자신의 목숨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진눈개비가 내리고 비바람이 세차게 불던 어느 날 신발과 옷이 모두 흠뻑 젖은 채로 얼음덩어리가 되어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는 죽어가는 소녀를 위하여 밤새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마지막 잎새를 그려 놓은 것이다. 다음날 아침 소녀는 악천후를 이겨낸 마지막 잎새를 본다. 소녀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모진 비 바람속에서도 살아남는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자신도 힘든 상황을 이겨내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하며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고 점차 잃어버렸던 건강도 되찾게 된다. 

희망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면..._1
희망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면..._1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진 심약한 "존시'가, 무명의 늙은 화가 '버먼'의 죽음과 맞바꾼 그림으로 인하여 새로운 희망을 다시 찾게 되었다는, 많은 사람들이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의 줄거리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자기도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을 보며 이 순간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무슨 생각을 할까? 하며 주인공 소녀보다는 떨어지는 넝쿨잎사귀와 함께 희망을 잃어가는 소녀를 위하여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마지막 잎새를 그려 넣고 죽어간 무명의 늙은 화가에게 더욱 애착이 감을 느꼈다. 

삶의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화가가 그린 마지막 잎새. 그 자그마한 그림이 죽어가는 한 사람의 희망을 살려낼 수 있었듯이, 화가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듯이, 내가 지금까지 이 세상을 살아오면서 단 한번이라도 그 누군가의 가슴에 희망의 불씨를 심어준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불현듯이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차지마라 너는 어느 누군가에게 그렇게 뜨거운 사랑이었던 적이 있었던가'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인가 눈시울이 붉어진 적이 있다. 

소설속의 화가처럼,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고난과 역경의 시련 앞에 눈물 흘리는 타인을 위하여 자기 한 몸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며 천안함침몰사고의 구조 활동 중 숨을 거둔 해군특수전잠수사 한준호 준위의 얼굴이 떠올랐으며, 순간순간 천암함 침몰로 실종되고 숨져간 우리의 해군장병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몇 번인가 책을 접었었는지 모른다. 

국방부의 농간인 '생존한계 69시간'의 기적에 희망을 걸었으며, 함미인양의 순간 까지도 혹시나 하는 희망을 저버리지 않고 숨죽이며 지켜본 그날, 그들은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 왔다. 과연 조국을 위해 몸 바친 그들의 뒤에 조국은 있었기나 하였을까?, 그들이 아비규환의 함미 그 어둡고 무서운 그곳에서 한 가닥 생명의 끈을 붙들고 울부짖을 때 과연 우리의 조국은, 그들이 외치던 조국은 무었을 하고 있었을까? 

희망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면..._2
희망이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면..._2

이제 그들을 가슴에 묻고 트라우마와 함께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살아남은 그들의 전우들과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사랑했던 연인들... 이제 그들에게는 전사한 해군장병들의 죽음이 절대로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못 다한 삶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마지막 바램이 있다면 그들의 영혼과 남겨진 가족들을 위하여서라도 혹시나 천안함침몰사고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지 않기만을 염원한다.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꼭 이루어지길 바라는 한 가닥의 꿈과 희망을 안고 산다. 그 꿈과 희망의 목적이나 결과가 무었이든 간에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하며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마 그 꿈과 희망이란 것이 이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살아야할 존재 이유 또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도 어찌 할 수 없이 버릴 때도 있다. 이제 또 다른 희망 하나를 가슴속에 품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희망이 그 목적을 성취하고 나면, 희망은 더 이상 희망으로 존재하지 않고 소유가 되어버린다. 따라서 '사랑은 끝이 없지만', 희망은 이 세상에서 유한한 인생살이에 국한된다.(그리스도교 사상 중에서)

마지막 잎새, 천안함, 희망,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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