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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접이식 매트를 배부하고 있었다.

25일 밤 8시부터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수원시립합창단 잔디밭 음악회 '밤을 잊은 그대에게'가 펼쳐졌다. 밤하늘에 달이 떠 있고 풀벌레가 노래하는... 그리고 아름다운 선율의 향연. 웅장하고 감미로운 영상, 아름다운 목소리가 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한여름 밤의 더위를 잊게 했다.
 

수원시립합창단과 뮤지컬팝스오케스트라가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서 헐리우드 영화 '스타워즈', '어벤져스', '사랑과 영혼', '석양의 무법자'의 OST와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로 '알라딘', '인어공주', '라푼젤', '토이스토리'가 연주되었다.

초대 가수 김범수는 '끝사랑', '슬픔의 활용법', '보고 싶다', '나타나'를 노래했고 뮤지컬 영화음악 '위대한 쇼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보헤미안 랩소디' 등도 선보였다. 앵콜곡 '페스티벌', '걱정 말아요'도 부르며 1시간 50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야외 잔디밭 음악회로 매년 예술공원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펼쳐지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고품격 음악회다. 지난 20여 년 동안 변함없는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제1야외음악당에 공연 1시간 전인 저녁 7시에 도착했다. 음악회 주최 측은 입구에서 공연 프로그램 매뉴얼과 1인용 접이식 매트를 배부하고 있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가시지 않은 잔디밭은 후덥지근했다. 일찍 나와서 무대 가까운 관객석에 자리 잡은 시민, 아이 손을 잡고 오는 젊은 엄마들은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았다.
 

매탄동에서 온 김모씨는 "결혼하기 전부터 예술공원에서 공연이 열릴 때마다 자주 왔었어요.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오는데 야외 공연장이라서 아이들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어 좋아요. 미리 와서 한바탕 아이들이 뛰어놀고 나면 아이들 잠도 잘 자고... 한 여름밤에 잔디밭 음악회라고 하면 뭔가 낭만적이지 않나요? 왠지 가슴이 뛰고 설레이네요."라며 푸른 잔디밭을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자리 잡는 시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준비해온 간단한 음식을 먹거나 음료수를 마시면서 공연을 기다렸다. 가끔 한줄기 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해졌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획을 그었던 영화 '스타워즈' 메인 테마곡 연주로 웅장하거나 소름 돋는 '밤을 잊는 그대에게'가 시작되었다. 한 여름밤의 열기를 한순간 압도하는 연주곡, 영화는 알지 못해도 음악은 다 알고 있다는, 세월이 흘러도 영상으로 보는 젊은 배우들이 반갑다.
 

기성세대에게 SF영화 '스타워즈'의 추억이 있다면 오늘날은 히어로 중에 단연 영웅은 '어벤저스'이다.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 수퍼 히어로가 지구를 지키는 영상과 함께 가슴이 뛰고 벅차올랐다. 초능력이 생기는 듯 불끈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랑과 영혼'은 OST를 듣는 순간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깊이 감동받은 영화나 음악은 세월이 흘러도 느낌 그대로 변하지 않는다. 도자기 만드는 영상이 명장면으로 잘 알려진 '사랑과 영혼'은 OST를 듣는 순간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눈시울을 뜨겁게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 연인, 영혼으로 남았지만 떠나지 못하는 연인, 갑작스러운 이별로 가슴 아픈 연인과 다시 만난 영혼 등 감미로운 멜로디보다 눈물이 먼저 맺힌다.
 

허리춤에는 권총, 먼지가 뒤덮인 망토, 늘 시가를 입에 문 채 우수에 찬 눈빛으로 서부를 달리는 신비의 남자. 10대 후반 명화극장이나 주말의 명화로 만났던 배우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오래된 팬의 시작이었다. 역대 가장 왕성하고 위대한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잘 알려진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감독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메인 테마의 휘파람 소리는 늘 감회가 새롭다.
 

더위를 몰고 가는 가을바람과 함께 알라딘 왕자가 나타났다.

어둠이 내리고 빌딩 숲에도 불이 켜졌다. 꽉 채운 관객석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다. 더위를 몰고 가는 가을바람과 함께 알라딘 왕자가 나타났다. 영상이 애니메이션으로 바뀌고 알라딘 왕자(Ten. 백정태)가 나타나자 부산했던 아이들은 일시에 '얼음놀이'를 하는 듯 멈췄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 잔디밭 음악회가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어공주'와 '라푼젤'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우디와 버즈의 장난감 친구들의 이야기 '토이 스토리'가 동화의 세상으로 이끌었다.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떼창을 부르고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불빛 파도에 몸을 맡겼다.

밤하늘에 반달이 휘영청 떠 올랐다. 초대 가수 김범수의 '끝사랑'이 잔잔하게 혹은 애절하게 밤이슬처럼 촉촉하게 내렸다.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떼창을 부르고 휴대폰 라이트를 켜고 불빛 파도에 몸을 맡겼다. '슬픔의 활용법', '보고 싶다'를 발라드의 황제답게 애절한 감성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앵콜 곡으로 부른 '나타나'는 관객과 함께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백댄서와 함께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댄스를 선보였고 관객도 함께 환호했다.
 

뮤지컬 영화음악 '위대한 쇼맨',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보헤미안 랩소디'로 공연은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사랑의 감정은 감미로웠고 퀸의 음악은 듣고 들어도 명곡이었다. 잔디밭 공연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잔디밭 관객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여름밤을 즐기는 시민들로 꽉 찼다. 준비한 프로그램이 끝났다. 열화와 같은 시민들의 앵콜 요청이 있었고 무대 앞에 댄서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도 어깨들 들썩이며 율동을 했고 시민들과 어울어졌다.

댄스곡 '페스티벌'이 연주되었다. 어디선가 무대 앞으로 몰려온 꼬마들이 역동적인 댄서들 춤을 보면서 따라 했다. 경쾌한 멜로디와 파워풀한 율동에 시민들은 일어나 댄스 시간을 가졌다. 공연 내 함께 했던 이재준 수원특례시장도 어깨들 들썩이며 율동을 했고 시민들과 어울어졌다.
 

화성시 병점에서 왔다는 양모씨는 "병점으로 이사 가기 전에 권선동에 살았다. 아이들 키우면서 자주 왔던 곳이라 지금도 야외음악당에서 공연이 있을 때마다 온다. 오늘은 사위도 처음 같이 왔는데 다음에 또 오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라면서 "예나 지금이나 수원시립합창단 공연은 항상 기대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 우리 함께 노래 합시다 / 중략 /우리 다 함께 노래 합시다

후회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 중에서

2023년 수원시립합창단 잔디밭 음악회 '밤을 잊은 그대에게'는 한여름 밤의 꿈 같은 순간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잔잔한 위로와 가슴 벅찬 응원을 전해주었다. 수원 시민들이 즐기고 간 빈자리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리였다.
 

수원시민들이 즐기고 간 빈자리는 쓰레기를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