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과다한 결혼식 비용 풍토를 걱정합니다
2012-05-11 15:46:25최종 업데이트 : 2012-05-11 15:46:25 작성자 : 시민기자   이영희

과다한 결혼식 비용 풍토를 걱정합니다_1
과다한 결혼식 비용 풍토를 걱정합니다_1

집 정리를 하다 보니 수삼년 된 잡지책이 손에 잡혔다. 무심코 따들어 봤더니 주변에 알만한 나라의 결혼 풍습과 과거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게 실려 있었다. 그중에 일본의 젊은층 결혼 풍토에 눈이 꽂혔다.

일본의 신세대 처녀들이 손꼽는 좋은 신랑의 3대 조건은 3고(高)였다.
첫째 키가 클것(高身長),  둘째 학력이 높을것(高學歷),  셋째 연봉이 높을 것(高年俸). 

롱다리에다 동경대나 와세다대를 나오고 대장성이나 도쿄 검찰청, 아니면 봉급많은 노무라 증권사 같은데서 근무하는 신랑감 이라면 3고중의 3고로 쳐준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3고 조건은 어디까지나 일본판 마담뚜들이 만들어낸 신랑 등급기준일뿐 대다수 일본의 모 범적인 보통 가정에서는 3고의 조건이 이왕이면 다홍치마 정도로 여기는 충분조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돈과 명예와 부가 좋다지만 가까운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그렇게 비 상식적인 쪽으로 결혼관을 갖는다는건 우리가 봐도 무척 거슬리는 꼴불견이거늘... 그나마 보통 가정들은 양심과 올바른 정서가 통한은 사회인가 보다 싶었다.

결혼은 어디까지나 인물중심, 당사자 위주의 배우자 선택을 하는게 중요하다. 이런 저런 조건에 눌려 당사자의 인간적 약점이 드러났는데도 어리석게 결혼을 이어가지 않는다. 

그게 일본 신세대들의 결혼 사고라도 한다. 즉 3고 조건만을 보고 결혼 했는데 막상 신혼여행 가보니까 마마보이 더라는 판단이 들면 미련없이 늦기전에 이혼을 선언하고 돌아서 버린다고 했다. 

자기인생은 자기가 선택한다는 적극적이고 자아가 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신세대 사이에서 생겨난 유행어가 나리타 이혼 (혹은 하네다 이별 이라고도 한다)이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나리타 공항에 내리는 즉시 이혼. 시댁아닌 친정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괌이나 하와이에서 틀어지면 귀국 비행기에서 부터 아예 예약된 좌석도 떨어져 앉아 버린다고 한다. 열쇠 몇개씩 받았으니까 우물쭈물 불만이 있어도 넘어가는 한국식의 참을성 있는(?)신혼들은 거의 없는 셈이다. 

나리타 이혼이 쉽게 통하고 유행될수 있는데는 일본 기성세대의 신사고 영향도 크다. 상당수 부모들은 문제가 있다면 일찍 헤어지는게 낫다는 사고로 귀여운 딸이 나리타 이혼을 하고 혼자 돌아와도 "참고 돌아가서 그 집 귀신이 되라"고 다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들쪽 부모 "역시 네가 누구냐 3고 짜린데... 뚜에게 부탁만하면 새신부감이 줄을 선다" 고 다독 거린다. 
그래서 이혼을 도와주기 위한 강좌도 호황이란다. 싱글벙글 이혼강좌나 이혼112 같은 상담기구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이혼률 12%라니 그네들의 장사가 될수 밖에 없다. 

우리의 열쇠 3개처럼 3고가 있는 유사한 혼례문화지만 그래도 일본의 경우는 염치가 있어 보인다. 그 속에는 검소와 합리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혼례비용이 15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혼수에 부모들의 등골이 휘고, 자식 한둘 결혼 시키고 나면 부모는 지붕만 있는 집에서 눈비만 피하며 살아야 한다는 푸념이 나올 정도다. 

그나마 이렇게라도 해서 살면 다행이지만, 그 혼수가 문제가 돼서 약혼 뒤 파혼 한다던가 혹은 결혼후 이혼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또 결혼이 성사돼 요즘 웬만한 큰 호텔의 결혼식장엘 가보면 하객 뷔페값과 이벤트 예식비용은 상상을 넘는 다. 신혼여행은 9, 10일씩 유럽이나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갔다 와야 직성이 풀린다.

특급호텔에서 수천만원짜리 예식을 할 정도로 권력과 금력을 쥔 사람들이라면 축의금만 해도 몇곱절 남으니까 밑질것도 없다. 그런 계층이 두터워져 갈수록 사회정의와 근검정신은 사라질 것이다. 갈수록 과다해져 가는 우리의 결혼식 비용 풍토를 기성인으로써 걱정스럽게 생각해 본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