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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매씨 가족'이 렌즈에 담은 근현대 한국의 풍경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 유품사진 9천장 발견…경기대박물관 7일부터 전시
2016-09-05 06:21:09최종 업데이트 : 2016-09-05 06:21:09 작성자 :   연합뉴스
호주 '매씨 가족'이 렌즈에 담은 근현대 한국의 풍경_1

호주 '매씨 가족'이 렌즈에 담은 근현대 한국의 풍경
<<사진있음.>>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 유품사진 9천장 발견…경기대박물관 7일부터 전시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대에 걸쳐 국내에서 헌신적인 의술을 펼친 호주인 선교사 가족이 카메라에 담은 방대한 양의 우리나라 근현대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들은 부산을 포함해 평양, 금강산, 서울, 수원, 속초, 양양, 영천, 여수, 보은, 공주, 울릉도, 경남 등 전국 25개 도시에 의료봉사를 다니며 사진 9천여장을 남겼다.


이번에 공개되는 2천여장은 수원 경기대 박물관에서 7일부터 10개월간 '호주 매씨 가족의 한국 소풍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전시 사진 중 500여점에는 한센인 환자촌, 동구 매축지, 광안리, 옛 수영비행장, 금정산성 동문, 남항과 북항 등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당시 부산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영도 봉래산, 부산 중심인 황령산, 해운대 장산, 금정산, 지금은 사라진 백산 등 산 정상에서 사방을 파노라마로 찍은 사진이 많아 과거, 현재의 모습을 대조하기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상가옥이 즐비했던 자갈치 시장, 시장에서 담배 피우는 아낙네 등 당시 생활상도 엿볼 수 있어 지역사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작 중 부산 사진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호주인 '매씨 가족'이 주로 부산에서 생활했기 때문이었다.
사진 대부분을 찍은 이는 부산 일신기독병원 설립자인 호주인 매혜란(2009년 사망), 매혜영(2005년 사망) 자매다.


자매의 아버지는 1910년 부산에 선교사로 와서 한센병 환자 병원인 '상애원'을 운영한 매켄지(1956년 사망)씨다.
한국식 이름인 '매견시'로 개명한 매켄지 씨는 부산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던 부인 '매리 켈리'를 만나 결혼해 두 딸을 낳고 호주 이름과 함께 한국식 이름을 지었다.


어린 시절을 부산에서 보낸 매 자매는 평양에서 고등학교를, 호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각각 의사와 간호사가 돼 6·25전쟁통에 피란민으로 가득 찬 부산으로 되돌아왔다.
30여년간 한센병 환자를 돌본 아버지와 한센병 환자 자녀와 고아를 가르친 어머니를 보고 자란 자매는 가장 먼저 부산 동구 좌천동에 일신기독병원을 세웠다.


자매는 전쟁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이들을 무상으로 치료해주며 의료봉사활동을 다녔다.
자매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어려운 환경에서 가족을 돌보는 억센 한국 여성과 삶의 희망인 아이들을 낮고 따뜻한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1976년과 1978년 각각 호주로 돌아가기 전까지 자매는 항상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어려운 이웃을 먼저 치료해달라며 돈을 모아 일신기독병원에 전달한 '부산 사람'이었다.


우리 정부는 이런 공로를 인정해 작고한 매혜란 여사에게 201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했다.
2010년께 호주에서 유족이 매 자매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9천장의 슬라이드 필름을 발견했다. 이 필름은 일신기독병원을 통해 경기대 박물관에 전달됐다.


경기대 박물관은 지난 5년간 필름 수천 장을 하나씩 스캔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이번에 전시회를 마련하게 됐다.
애초 부산에서 전시회를 열려고 했지만, 장소 섭외가 여의치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김한근 부경근대사료연구소장은 "매씨 가족의 사진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시기의 생활상과 지리를 알 수 있을 만큼 학술 가치가 뛰어나다"며 "사진과 별개로 매씨 가족의 헌신적인 삶은 평생 인술을 펼친 장기려 박사에 버금갈 만하다"고 평가했다.
경기대 박물관은 내년에 부산에서 전시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in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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