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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소지·투약했어도 체포과정에 위법 있었다면 무죄"
수원지법 항소부, '적법한 체포' 1심 선고와 180도 다른 판결
"경찰 긴급체포 요건 갖추지 않아 수집한 증거도 위법"…향후 대법 판단 주목
2020-04-16 16:22:30최종 업데이트 : 2020-04-16 16:22:30 작성자 :   연합뉴스
수원고등법원 수원지방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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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소지·투약했어도 체포과정에 위법 있었다면 무죄"
수원지법 항소부, '적법한 체포' 1심 선고와 180도 다른 판결
"경찰 긴급체포 요건 갖추지 않아 수집한 증거도 위법"…향후 대법 판단 주목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필로폰 투약·소지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된 마약사범이 1심에서 실형에 처해졌다가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항소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과 2심 재판부는 경찰의 불법체포와 이에 따라 이뤄진 압수가 위법하다고 주장한 피고인 측의 변론에 대해 완전히 다른 판결을 내려 향후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수원지법 형사항소3부(김수일 부장판사)는 16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7일부터 같은 달 16일 사이에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4월 16일 오후 안양시의 한 모텔에서 필로폰 약 3.14g을 옷 속에 넣어 보관하는 방법으로 필로폰을 소지한 혐의도 받는다.
A씨의 이같은 범죄사실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단은 유·무죄로 극명하게 갈렸다.
재판 쟁점은 피고인 측이 주장한 '경찰의 불법체포 및 위법한 증거수집' 인정 여부였다.
사건 당일 수원중부경찰서 경찰관들은 필로폰 투약 혐의를 받던 B씨를 뒤쫓아 안양의 한 모텔로 출동했다.
경찰은 모텔 내에서 B씨가 투숙하던 방에 A씨가 들어가는 장면을 보고는 B씨의 공범인 C씨와 동일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두 사람이 나올 때까지 대기했다.
이윽고 A씨와 B씨가 퇴실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자 경찰은 곧바로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으며 체포를 시도했다.
경찰은 B씨에게 자백을 받아 체포하는 동시에 A씨의 신원을 확인했다. 그 결과 A씨가 C씨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으나, 그가 식은땀을 흘리는 등 필로폰을 투약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일단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A씨는 "왜 나를 잡으려 하느냐"고 거칠게 항의하며 자리를 피하려고 했고, 경찰은 A씨를 강제로 모텔 방으로 데려가 미란다 원칙 고지 후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씨로부터 필로폰과 일회용 주사기를 압수했다. 소변·모발 검사 결과에서는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A씨는 1986년부터 2017년까지 마약 관련 범죄로 총 13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사건 당일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불법체포를 했으며, 이에 따라 수집한 증거 또한 위법하므로 무죄 선고가 타당하다고 변론했다.
1심은 "피고인이 마약 혐의를 인정한 B씨와 함께 머물렀던 점,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무작정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한 점, 식은땀을 흘리고 흥분한 모습을 보인 점 등을 보면 경찰이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보인다"면서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경찰이 긴급체포 요건을 갖추지 않은 채 A씨를 불법체포한 것으로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르면 경찰관은 어떤 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 할 수 있는데, 이 때 검문 당사자는 신체를 구속당하거나 답변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재판부는 A씨의 의사에 반해 신체를 구속한 당시 경찰의 조처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당시 경찰은 피고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협조를 거부하며 반항했는데도 양팔을 잡아 신체에 구속을 가하고, 가방을 압수한 뒤 모텔 방으로 데리고 들어간 뒤에야 비로소 긴급체포했다"며 "이는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불심검문할 계획이었다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갈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조처를 불심검문이라고 하면, 이는 불심검문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한 체포"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할 때 범죄사실의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 권리를 말하고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언급했다.
미란다 원칙 고지는 체포를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때에는 제압 후에 지체없이 해야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만약 엘리베이터 안에서 긴급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이라고 한다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곧바로 범죄사실 등을 고지하고 피고인을 체포했어야 한다"면서 "그런데 양팔이 붙잡힌 피고인을 굳이 모텔 방으로 데리고 가 그제야 재차 제압하면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것은 위법한 긴급체포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이 다른 물적 증거를 긴급 압수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서 모텔 방까지 이동해 체포 절차를 개시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마약사범 체포 과정을 두고 1·2심의 유·무죄 판단이 완전히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ky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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