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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국제 음악회 단비처럼 막 내려
초여름 단비가 되어 관람객 적신 폐막 콘서트
2014-06-22 15:18:29최종 업데이트 : 2014-06-22 15:18:29 작성자 :   e수원뉴스 윤주은 기자
초여름의 단비가 소리 없이 마른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콘서트장을 향해 집을 나서는 순간에도 후덥지근한 기운이 소나기가 되어 폐막 콘서트를 망칠까 염려스러웠다.
 드디어 차도 위로 바람 소리 한차례 쓸고 가더니 마른 땅 위에 소리 없는 물방울이 툭툭 존재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쩌나... 

21일 늦은 8시, 수원 제1야외음악당에서 수원 화성 국제 음악제 폐막 콘서트가 열리는 날이다. 오늘은 30년간 수준 높은 연주력으로 국내 음악계의 연주 문화를 선도하는 최정상의 교향악단인 수원의 자랑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한국인 최초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적 활동으로 주목을 받는 소프라노 홍혜경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어 많은 시민들이 기다리던 날이다. 그런데 비로 인해 멋진 공연을 망치고...... 어라? 이런?! 이게 뭔 풍경인가! 

수원화성 국제 음악회 단비처럼 막 내려 _1
우산 안으로 음악은 흐르고
 
비가 내리는 야외공연장에는 이미 30분 전부터 잔디밭에 자리를 펴고 우비와 우산을 쓰고 앉아있는 사람들로 인해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삼삼오오 모여드는 행렬들로 인해 입구는 혼잡하였지만 조용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목격하며 수원시민들의 공연문화 관람 에티켓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단체복처럼 맞춰 입은 듯 우비를 입고 줄지어 앉아 있는 학생들과 친구들, 하나의 우산 아래 어깨를 맞대고 앉아 있는 연인들과 가족들의 뒷모습은 내리는 비에 낭만적인 실루엣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움을 가슴깊이 받아들이기 위해 빗속에서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 위로 빗방울처럼 톡톡 명랑하고 서정적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 서곡이 스며들었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을 한국의 대표 교향악단으로 이끌어 올린 김대진 지휘자의 손끝 아래 흔들리는 물결처럼 울려 퍼지는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에 비조차 취해 젖어들더니 급기야 다음 곡으로 이어진 홍혜경 소프라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에 이르자 비조차 조용히 구름 위로 올라가 음악에 취해 잠이 들었다. 

펼쳐졌던 우산들이 하나둘씩 조용히 접히고 쓰고 있던 우비 모자도 조용히 어깨위로 내려 앉았다. 누구 하나 소란스러움이나 흩어짐 없이 조용히 음악의 한 악장처럼 연주하듯 움직였다. 잔디밭 뒤에서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뒷모습은 비 내리는 날의 음악회가 주는 또 다른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수원화성 국제 음악회 단비처럼 막 내려 _2
홍혜경 소프라노와 장기영 테너의 멋진 이중창
 
계속해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가 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되고 '안녕 지난날들이여'와 '파리를 떠나서'가 홍혜경 소프라노와 연세대학교 성악과 3학년에 재학중인 장기영 테너가함께 2중창으로 노래할 때는 관람석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비제의 '카르멘'서곡이 이어지고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속에 살고파'가 계속하여 저물 무렵의 하늘을 수놓았다. 푸치니의 주옥같은 오페라 라보엠 중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오 아름다운 아가씨' 등의 곡들은 관람객들을 절정으로 몰아넣었다. 오페라 토스카 중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슬픈 곡을 마지막으로 폐막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연인을 구하기 위해 비밀 경찰에게 몸을 바쳐야하는 주인공 토스카의 "어찌하여 나 홀로 이같이 내버려두시옵니까?"라는 절망적인 독백은 국제 음악제의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과 맞물려 아쉬운 여운을 남겼다. 

국제 음악제를 마치며 염태영 수원시장은 인사말을 통해 "그간 슬프고 충격적인 사건들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김대진 지휘자와 수원시립교향악단, 그리고 홍혜경 소프라노를 비롯해 신영옥 소프라노, 멀리 해외에서도 내로라하는 음악계의 거장들이 와서 수원화성 국제 음악제를 빛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울에 빠져 있는 시민들의 마음을 음악으로 치유해줬다. 모든 분들에게 너무너무 고맙고 음악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올해 국제 음악제는 야외음악당과 문화의 전당, sk아트리움에서 뿐만 아니라 수원 곳곳의 9개 공원에서도 펼쳐져 많은 사람들이 음악으로 마음의 힘을 얻게 되어 기쁘다. 수원시민들이 더욱 문화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따뜻하고 멋진 도시를 만들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고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홍혜경 소프라노에게 한번 더 앵콜곡을 신청했다. 

수원화성 국제 음악회 단비처럼 막 내려 _3
음악으로 깊어가는 여름밤
 
교향악단과 홍혜경 소프라노는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뜨거운 앵콜곡 요청에 '축제의 노래'로 답해 주었다. '축제의 노래'는 절로 어깨춤이 나오는 흥겨운 노래로 관람객들의 환호성을 자아냈으며 그 분위기에 맞춰 무대 위에서 홍혜경 소프라노와 장기영 테너는 멋진 댄스까지 추며 노래해 황홀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중고등학교 친구들끼리 같이 왔다는 50대 후반의 관람객은 "야외음악당 근처에 살고 있어서 해마다 음악회에 함께 와서 즐기는데 수원에 이런 공연이 자주 열려서 좋고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 좋은 음악을 같이 들어서 더 행복하다."고 말하며 환호의 휘파람을 불며 공연이 끝난 무대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멀리 오산에서 와 음악회를 본 홍선정(오산시 부산동,43세)씨 가족은 "좋은 음악으로 귀와 마음이 다 청소가 된 느낌이다. 수원의 음악제 수준이 높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회가 되어 와보니 정말 대단하다. 수원시민들은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음악회가 끝나자 다시 소리 없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우산을 쓰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홍혜경 소프라노가 부른 노래의 한 곡절이 흥얼흥얼 새어나왔다.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 몇 명이 걸어가며 오페라를 흉내 내며 노래하다 저들끼리 웃는 유쾌한 웃음 소리가 비 내리는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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